2012년 12월 17일 월요일

자금 부족하다면…온라인 '소셜 펀딩'으로 해결


자금 부족하다면…온라인 '소셜 펀딩'으로 해결

포브스 선정 대표적 8개 사이트
불특정 다수로부터 기부 형식 지원받아
목표액에 미달하면 기부자에 반환 해줘


아이디어는 있는데 자금부족으로 프로젝트가 중단되어 있다면 자금조달의 좋은 방법이 있다. 소셜펀딩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특히 비영리기업 사회적 기업들이 이런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서 자금을 모으고 있다. 지금도 수많은 프로젝트 영화 책 사회운동을 위한 모금이 진행되고 있다. 포브스에서 소셜 펀딩의 대표적인 8개 사이트를 소개했다.

1.킥스타터닷컴 (Kickstarter.com)

킥스타터는 크라우드 펀딩의 대명사다. 처음에는 창조적인 예술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요즘에는 많은 테크놀로지 기업들이 이용한다. 일부 프로젝트는 수 백만달러를 모으기도 했다. 

킥스타터의 모금은 올 오어 낫씽 (all or nothing) 모델을 이용한다. 모금액이 목표액을 초과하면 모든 금액을 가져간다. 그러나 목표 금액에 미달하면 투자자에게 전액 반환되는 방식이다. 이것은 사업이 자금부족으로 실패할 경우를 고려하여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다. 

2. 스타트섬굿닷컴 (startSomeGood.com)

많은 책이 이 사이트의 자금을 받아 집필된다. 비영리법인으로 등록되기 전의 초기 사회적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알맞은 펀딩이다. 이 사이트는 모금을 할 때 '티핑포인트'라는 독특한 모델을 이용한다. 기획자가 모금 목표액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 한 최소자금인 '티핑 포인트'를 설정하여 자금을 조달한다. 

3.인디고고닷컴(Indiegogo.com)

인디고고는 킥스타터와 함께 크라우드펀딩의 대표주자다. 주제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올려서 모금이 가능하다. 인디고고는 킥스타터와 달리 목표금액에 도달하지 못해도 모금액을 기획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4.로켓허브닷컴(Rockethub.com)

이 사이트는 예술가 과학자 사업가 자선사업가 등을 후원하는 광범위한 모금 플랫폼이다. 모금 방식은 목표금액에 도달하지 못해도 모금액을 기획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목표금액을 초과하면 리워드를 받는다. 

5. 포지블닷컴 (pozible.com)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운용하는 이 사이트는 모든 타입의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기부성 투자 보다는 "창조적인 프로젝트"를 강조하고 후원한다. 

6.커지즈닷컴 (causes.com)

이 사이트는 501(c)(3) 비영리법인에 등록된 프로젝트만 기금을 모금할 수 있다. 수수료가 낮고 모든 기부자는 세금공제 혜택을 받는다. 이 사이트는 보이코트 탄원 등의 사회적 캠페인을 후원하기 위하여 광범위하게 이용된다. 

7.라주닷컴 (razoo.com)

라주에서는 그동안 1억달러이상을 모금하여 1만4000 여건의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진행시켰다. 이 사이트는 후원범위를 501(c)(3)의 비영리법인에만 국한하지는 않지만 주로 사회운동에 한정해서 모금을 한다. 

8.크라우드라이즈닷컴 (Crowdrise.com)

이 사이트는501(c)(3)에 해당하는 기부금을 모금할 때만 사용된다. 주로 자선활동 기금을 모으는 사이트다. 등록을 하면 누구나가 곧 바로 사회적기업가가 될 수 있다.

☞소셜펀딩이란 ?

소셜네트워크를 의미하는 '소셜(social)'과 자금 조달을 뜻하는 '펀딩(funding)'을 합친 용어다. 

즉 투자사를 통한 투자가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모금 방식으로 크라우드 펀딩이라고도 불린다. 문화 예술 단체 혹은 개인이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 자금을 불특정 다수로부터 기부의 형식으로 지원받는 것이다. 영화 음악 공연 문학 교육 등 각 분야에서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고 누구나 후원이 가능하다. 가장 큰 특징은 일정기간 동안 목표액을 모금하는 것이다. 목표액에 미달하면 모금액을 기부자에게 반환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목표액에 미달해도 지원하는 방식이 병용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획자는 금전적 지원 홍보 대중의 호응도 등을 미리 알아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기부자는 펀딩 기부를 통해 관심분야의 프로젝트를 직접 후원 기부의 실천 리워드를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중앙일보·교보문고 선정 2012 올해의 좋은 책 10

중앙일보·교보문고 선정 2012 올해의 좋은 책 10

아팠다, 쉬고 싶었다 ‘리셋’하고 싶었다 …


2012년도 역사 속으로 저물어간다.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아 올 출판계도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오늘의 고민과 내일의 비전을 제시하려는 ‘책의 소명’은 변함이 없었다.올 한 해 출판시장에 반영된 한국 사회는 ‘리셋(Reset)’에 대한 열망으로 요약된다. 개개인의 일상이 힘겹고, 사회는 보수·진보로 갈등했지만, 그 밑바탕에는 지금 우리 시대를 좀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려는 에너지가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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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회에서 성공의 의미를 묻는 근원적 질문부터 미래사회의 달라진 인간상을 예측하는 문명 진단까지 다양한 콘텐트가 독자들을 찾아갔다. 올해를 마무리하며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공동으로 ‘2012 올해의 좋은 책 10’을 선정했다.인문, 경제·경영, 과학, 문학 등 장르별로 일종의 ‘필독서’를 꼽았다. 우리 사회를 ‘따로, 또 함께’ 만들어나가는 데 든든한 힘이 되는 책들이다. 올해보다 사정이 그다지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 2013년을 열어가는 지혜가 담긴 책들이기도 하다.

중앙일보 출판·문학·학술팀  


[인문]
도널드 서순 ,유럽문화사(1~5권)


영국 런던대 교수인 저자가 10년을 공들여 썼고, 이를 4명의 번역자가 3년 반에 걸쳐 한국어로 옮겨냈다. 그만큼 방대하기도 하지만 내용면에서도 수작이란 평가가 아깝지 않다.

 저자는 “1800년의 귀족보다 2000년의 점원이 문화적으로 풍요롭다”고 썼다. 지난 200년 사이에 엄청난 문화적 팽창이 일어났다는 입장이다. 책은 두 세기에 걸쳐 유럽인이 소비해 온 다양한 문화산물의 생성과 번성, 소멸의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백과사전처럼 시대순으로 펼쳐놓았으나 지루하지 않고 흡인력이 있다. 통상적인 문화사와 달리 저급문화 혹은 대중문화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문화시장의 팽창에 주목했기에 시장에서 많이 사고 팔린 것이라면 고급과 저급을 가르지 않고 비중 있게 다뤘다.

 문화를 ‘상품’으로 바라본 저자의 관점도 현재적이다. 책이나 영화·음악 그 자체를 분석한 것에서 나아가, 해당 콘텐트들이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됐으며, 누가 판매하고 소비했는지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문화산업사이자 자본주의 문화사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을 포함한 서구의 문화가 어떻게 전세계 시장을 잠식할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짚어내는 데도 유용하다. 인터넷망을 타고 한국의 대중문화가 파급력을 발휘하고 있는 요즘이다. 문화산물의 장기적인 경향과 전망을 탐색하는 저자의 통찰력에서 우리의 미래도 들여다 볼 수 있다.

[인문]
피로사회


2012년을 빛낸 한 권의 책을 고르라면 『피로사회』가 가장 강력한 후보 중 하나다. 무엇보다 시대 흐름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이 돋보인다. 독일에 30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한병철(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철학·53) 교수는 현대 자본주의를 ‘피로’라는 키워드로 파고든다. 2010년 독일에서 처음 출판됐고, 올해 한국어로 번역됐다.

 자본주의는 20세기 후반 이후 달라졌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과거의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동력은 ‘(무엇을) 해야 한다’ 혹은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강제와 규율이었다. 오늘의 자본주의에선 강제와 규율의 자리를 자신에 대한 긍정이 차지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난 할 수 있다’며 지쳐 쓰러질 때까지 스스로 착취한다는 것이다. 서양의 근대를 압축적으로 흡수해 고도성장을 달성한 한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동양철학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저자는 서양철학을 전공하며 동양철학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이 책만 해도 『노자』 『장자』의 ‘무위’(無爲:함이 없음), ‘무용지용’(無用之用:쓸모 없는 것의 쓸모) 사상을 염두에 두고 썼다. 저자는 동양의 옛 언어가 아니라 오늘의 서양인이 이해하는 언어로 풀어내는 길을 개척해가고 있다.

 이 책은 출판잡지 ‘라이브러리 & 리브로’가 출판인 180여 명을 설문 조사한 ‘제18대 대통령 당선자에게 선물하고 싶은 첫 책’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오늘날 성과주의가 낳은 각종 사회 문제를 성찰하고 있다.

[인문]
콰이어트


‘힐링(치유)’바람이 불어 닥쳤던 한 해였다. 위로에도 감성적인 위로와 지적인 위로가 있다면, 『콰이어트』는 단연 지적인 위안을 준 책으로 꼽힌다.

 스스로 소심하다고 여기는 사람들, 자기 포장에 능란한 사람들에게 눌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갖고 있는 힘을 왜 모르는 거야’라며 세상의 그릇된 통념을 하나씩 짚어주고 깨우쳐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기업이나 조직에서 내향적인 사람들의 특성을 모르고 저지르는 일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브레인스토밍 등이 그 중의 하나다. 창의성이나 효율을 정말 중시한다면 리더십도, 사람들이 협력하는 방법도 많이 달라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저자는 프린스턴대와 하버드 법대를 우등생으로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해온 수전 케인. 자신의 내성적인 성격과 직업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온 그는 항상 내향적인 성격은 정말 부끄러운 것일까 궁금했다고 한다.

 저자는 ‘고독은 혁신의 촉매’라며 집중력과 통찰, 몰입 등 내향성의 장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책이 주는 흥미로운 성과는 ‘외향성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통찰이다. 세상 사람의 3분의 1 이상이 내향성인데도 사회가 얼마나 외향적인 기질에 최적화돼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콰이어트』는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개인의 행복, 그리고 창의성·혁신 등의 큰 화두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어디인지를 곰곰 재고하게 한다. 그것은 더도 덜도 아닌, 바로 사람에 대한 이해다.

[문학]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올해 한국소설은 영 맥을 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눈에 띄는 작가는 소설가 김연수(42)다. 한 해에 두 편의 장편소설을 냈다. 『원더보이』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다.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까지 보태면 그의 이름을 달고 독자를 찾아간 책만 세 권이다. 나름 다작임에도 김연수는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침체된 소설시장 속에서도 그의 7번째 장편소설인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독자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친부모를 찾아 나선 입양아의 여정을 뒤쫓는 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사람 사이의 건널 수 없는, 심연에 대한 질문이다. 사람 사이의 소통과 공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가 안다고 하는 사실이 거짓과 왜곡으로 얼룩져 있는지, 사람 사이의 말이 얼마나 공허한 울림인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심연을 건너는 힘이 사랑임을 작가는 강조한다. 친부모의 사랑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자신이 하찮은 존재가 아닌, 부모의 아름다운 사랑에서 비롯됐음을 알게 된 뒤 스스로로 완벽한 존재로 여기게 된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는 친엄마의 말에서 따온 시(詩)적인 제목처럼 소설에는 김연수의 감성적이며 감각적인 문체가 흘러 넘친다. 게다가 1인칭과 2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필력은 이야기꾼 김연수의 솜씨가 무르익었음을 웅변으로 보여준다. 2012 한국소설의 활력을 드러낸 작품 중 하나로 뽑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에세이]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중국을 다룬 책이 쏟아진 한 해였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체제의 부조리를 진솔한 자기 고백의 언어로 풀어낸 점에서 돋보였다. 장편 『허삼관매혈기』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중국 작가 위화(余華·52)의 산문집이다. 저자는 인민·영수·독서·글쓰기·루쉰·차이·혁명·풀뿌리·산채·홀유 10개의 단어로 중국을 읽어냈다. 각 단어에 얽힌 자신의 경험을 서술하고, 이를 중국인의 역사의식과 사회문제로 확장시켰다. 반체제 성향 때문에 중국에선 출간이 금지됐다.

 작가는 “국가는 부유하고 백성은 가난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215쪽)고 말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빈곤과 기아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이 빈곤과 기아보다 더 무섭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개혁개방을 내걸며 G2로 급부상했지만, 점점 더 피폐해지는 서민의 삶은 모른 척해왔다고 비판한다. 또 망령처럼 되살아나는 문화대혁명의 트라우마를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바탕으로 그려냈다. 무엇보다 그의 소설이 그러하듯, 중국의 아픔을 쓰면서도 그 속에 인간애를 잃지 않는다.

 중국 작가협회 부주석인 모옌(莫言·57)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어느 때보다 논란이 됐던 한 해였다. 위화는 이 책에서 공공 지식인으로서 작가의 역할에 대해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그는 인터뷰에서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 독립된 존재로서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게 작가의 역할”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에세이]
와일드


올해는 유독 ‘관념의 언어’가 에세이 시장을 독점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언어는 읽는 순간 달콤할지언정 신기루처럼 휘발되기 마련이다. 『와일드』는 요즘 쉽게 쓰인 ‘힐링 서적’에 물린 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4285㎞에 이르는 미국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을 종주한 땀과 눈물의 기록이다. 멕시코 국경부터 캐나다 국경까지 미국 서부를 가로지르는 이 트레킹 코스는 사막·화산·설원을 넘나드는 극한의 여정이다. 스물여섯의 셰릴 스트레이드는 인생의 벼랑 끝에서 PCT를 종주하기로 결심한다. 어머니를 암으로 잃고, 남편과 이혼한 후 방탕한 생활을 거듭했던 삶이다. 그는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면서 고독과 참회의 시간을 견뎌낸다.

 저자가 묘사하는 광활한 대자연의 풍광은 인간의 발걸음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 PCT의 냉정함과 포개지며 신비롭게 다가온다. 특히 만신창이가 된 등산화를 벗어버리고 맨발로 산을 넘는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저자는 신발과 함께 자신의 한계도 함께 벗어 던졌다. 맨살로 세상과 정면 승부하는 한 인간의 도전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뭉클함이 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PCT를 종주하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나 답은 같을 것이다. 인생의 큰 산을 넘은 고통의 기록은 온몸에 흔적으로 남아 다음 산을 등정할 수 있는 지도가 된다는 것을. 저자는 그 작은 두 발로 증명하고 있다.

[경제·경영]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공약의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명쾌한 대안이나 비판은 차치하고 경제민주화의 정확한 개념부터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마저 경제민주화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을 썼던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경제학자 정승일, ‘시사IN’ 기자 이종태의 대담집이다. 장 교수가 한국 경제를 진단하고 경제민주화와 복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장 교수는 경제민주화론과 재벌개혁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벌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 재벌이 우리 사회에서 유익한 역할을 하도록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를 묻는 일이라고 했다.

 또 세금을 ‘빼앗기는 돈’이 아니라 ‘같이 쓰는 돈’으로 보고, 복지 지출을 ‘공짜’가 아닌 ‘공동구매’로 보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난한 사람만 골라 시혜를 주듯 지원하는 미국식 복지는 생산 그 자체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복지를 생산과 분배의 선순환 시스템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의 주장은 좌우 진영논리를 뛰어 넘는다. 양 진영 모두로부터 비판받을 소지가 큰데도 저자들은 지금 시대가 풀어야 할 문제와 그 해법에 대해 거침없는 의견을 풀어놓는다. 대안적 담론이 절실한 우리 현실에 토론의 출발점을 마련하고 있다.

[경제·경영]
3차 산업혁명


누구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진 몰라도,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그런 점에서 문명비평가 제러미 리프킨(69)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난 5월 번역된 『3차 산업혁명』은 올 한 해 대선을 앞두고 미래의 국정 패러다임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리프킨은 석유시대의 수명은 끝났다고 진단한다. 부동산과 금융시장이 차례로 위기에 처하고, 환경파괴가 날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 그 증거다. 그가 제시하는 유일한 대안은 인터넷 기술과 재생 에너지의 결합이 낳을 ‘3차산업혁명’이다. 각각의 도시가 태양열·풍력·수력·지력 등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재생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렇게 형성된 생물권역 수천 개가 인터넷으로 연결돼 거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리프킨은 이탈리아의 로마, 모나코 공화국 등을 대상으로 이미 마스터 플랜을 구상 중이다.

 책에서 주목할 부분은 3차 산업혁명과 함께 나타날 세계 패권의 지형 변화다. 리프킨은 이 혁명이 분산적이고, 협업적이며 인접한 땅덩이를 따라 수평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았다. 즉 세계화에서 대륙화로 변모한다는 것. 리프킨은 5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세안+3(한국·중국·일본) 등 지역 교역 블록이 만들어지고 있고, 여기서 한국이 앞서갈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저자의 도전적 제안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측해 보는 것도 이 책의 관전 포인트다.

[과학]
미래의 물리학


자고 일어나면 기능이 업그레이드된 디지털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다. 예컨대 휴대전화 하나가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돌아보자. 과학적 발견과 혁신이 정치·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다. 미래 예측이 호기심 차원을 넘어 우리가 함께 공유해야 할 주요 의제로 여겨지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미래의 물리학』은 올해 나온 과학책 가운데 단연 손에 꼽힌다. 이론물리학계의 석학 미치오 카쿠(미 뉴욕시립대 석좌교수)가 100년 후 2100년대 상황을 예측한 책인데, 미래 사회의 모습을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담았다 . 50년 후, 그리고 100년 후의 우주여행, 에너지, 컴퓨터, 의학, 인공지능, 나노 테크놀로지, 부의 재편 등이 궁금하다면 정독할 가치가 충분하다.

 영국 BBC, 케이블 사이언스채널 등에서 과학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저자는 세계 첨단 연구현장에서 만난 과학자 300여 명을 인터뷰했다. 바로 이들과 나눈 생생한 대화가 이 책의 기초가 됐다. 덕분에 이 책은 전문성과 대중성, 현장성과 과학 이론이 결합해 어떤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지 한 눈에 보여준다.

 책은 물리학 문외한 독자를 껴안을 만큼 쉽게 쓰여졌다. 하지만 한국어판 제목은 너무 정직하게 지어졌다. 원제가 『Physics of the Future』이니 그릇된 것은 아닌데, 책 내용과 달리 딱딱한 전문서 느낌을 준다. 미래의 생활에 방점을 찍은 책의 고갱이가 제목에 잘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

[만화]
미생(1~4권)


윤태호의 『미생(未生)』은 만화라는 장르의 영역을 확장했다는 호평을 끌어냈다. 올해 초 포털 사이트 다음에 연재되기 시작했으며 총 네 권의 단행본으로 묶여 나왔다.

 흔히 ‘만화 같다’는 표현을 쓴다. 현실성이 부족한 과장된 상황을 묘사할 때 인용하는데, 『미생』은 그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다. 평범하고 지루해 보이는 샐러리맨의 일상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그 안에서 설득력 있는 메시지와 만화적 재미를 동시에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표현도 특별했다. 작가 자신이 “배경도 계속 같고, 극적인 장면이 없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을 정도로 정적인 장면이 대부분이다. 많은 컷들이 등장인물의 미세한 움직임과 표정을 담는다. 텅 빈 사무실의 구석구석을 보여주거나 네온사인이 빛나는 밤거리 풍경을 반복해 묘사하기도 한다. 독자들이 장면장면을 음미하면서 의미를 찾아내도록 유도하는, 만화이기에 가능하고 효과적인 구성이었다.

 이 책은 프로바둑기사를 꿈꾸다 실패하고 대기업에 입사한 청년 장그래가 회사라는 새로운 환경에 한 수 한 수 맞서 가는 과정을 그렸다. 바둑에서 죽음과 삶이 확실하게 결정되지 않은 돌의 상태를 말하는 ‘미생’은 조직이라는 판 위에서 ‘자신만의 바둑을 두고 있는’ 직장인들을 은유한다.

 2012 오늘의 우리만화상, 대한민국 콘텐트 대상 만화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어떻게 선정했나

‘2012 올해의 좋은 책 10’ 선정에는 중앙일보 출판·문학·학술팀과 교보문고 도서추천 전문가 북마스터 10명이 함께 참여했다. 우선 교보문고 북마스터가 예비 도서 120권을 고르고, 중앙일보와 교보문고의 토론을 거쳐 후보 도서를 압축했다. 최종 선정에는 출판 전문가 10명의 자문과 추천도 반영됐다. 올해의 좋은 책은 시대의 주요 화두를 담아내고 탄탄한 콘텐트로 완성도를 높이고 편집·글쓰기에서 대중성을 갖춘책에 초점을 맞췄다.

●출판계 추천위원 (가나다 순, 자사 출판물은 제외)

권선희(사이), 김언호(한길사), 김인호(바다출판사), 김미정(책세상), 박종만(까치), 선완규(천년의상상), 염현숙(문학동네), 장은수(민음사), 최연순(김영사), 표정훈(출판평론가)

2012년 11월 13일 화요일

스티브 잡스의 제안을 거절한 남자

링크


제임스 그린
나이: 50세
마크네틱 미디어 온라인 CEO
2011년 10월 취임
맥길대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한 첼리스트였는데 어떻게 비즈니스 세계에 입문하게 됐나?
‘스물 넷이 될 때까지 음악가로 성공하지 못한다면 음악을 그만두고 다른 분야를 시도해야겠다’고 결심했었다. 호텔 로비나 남의 집 잔치에서 연주하는 재능있는 음악가들을 여러 명 알고있다. 나는 그렇게 되고싶지 않았다. 어느 분야에서든 한 획을 긋고 싶었다. 그래서 스물 네 살 때 UCLA 경영대학원에 입학했다.

원래 꿈이 뭐였나?
경영대학원에 가기 전에는 음반업계에서 일하고 싶었다. 대학원 진학 전에는 RCA 캐나다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것이 최고의 경력이었다. 그런데 대학원에 입학하고 첫 주에 주급 1,000달러를 받는 솔로몬 브라더스 여름방학 인턴십 제의를 받았다. 얼마나 놀라운 변화인가? 마케팅과 포지셔닝의 중요함을 새삼 깨달았다. 자신의 포지셔닝을 다르게 하면 객관적인 가치(임금)가 갑자기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영대학원 졸업 후 어떤 경력을 밟아왔나?
뉴욕으로 건너가서 스타트업(신생기업) 두세 곳에서 일했다. 딱히 마음에 드는 회사가 없었다. 대기업 여러 곳 면접을 거쳐 월트디즈니에 입사했다. 해외영화배급 사업부가 자리를 잡을 수 있게 거들었다. 5년 만에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지사 20곳을 설립했다. 자본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기분이었다.
유럽 지사를 개업한 후, 상사가 아시아 지사 오픈을 맡겼다. 적자를 내고있던 일본 지사를 경영하게 됐다. 일본 지사 운영을 맡은 지 몇 달만에 조직 개편만으로 800만 달러 적자를 내던 구조를 800만 달러 흑자를 내는 구조로 바꿔놓았다. 일본은 규정 위반을 극도로 겁내는 분위기다. 나는 광고 사업부를 통폐합하고 구조조정을 해서 인력을 일부 감축했다. 모든 임무가 끝나고 본사에 새로운 임무를 내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딱히 내가 할 일은 남아있지않고 계약기간은 만료돼서 이직할 곳도 정하지 못한 채 퇴사했다.

퇴사한 해가 1997년으로 알고 있는데 그 다음 행보는?
디즈니에서 일하면서 픽사 창업자인 존 라세터와 친분을 쌓게 됐다. 라세터를 통해서 스티브 잡스도 만나게 됐다. 스티브 잡스는 픽사 직원으로 일하며 디즈니와 커뮤니케이션할 직원을 찾는 중이었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의 팰로앨토 자택에서 인터뷰를 보게 됐다.

인터뷰는 어땠나?
스티브 잡스가 ‘자신은 DVD를 무척 좋아한다’며 ‘DVD로 픽사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근사하게 구현되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침실로 데리고 갔을 때 ‘우와, 나는 지금 스티브 잡스 침실에서 같이 DVD를 보고 있는데 어색해죽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합격했나?
스티브 잡스가 즉석에서 합격 통보를 내렸지만 거절했다. 픽사는 디즈니와 배급 계약을 맺고 있었다. 잡스는 디즈니 배급 관련 업무를 책임질 사람이 필요했다. 딱히 마음에 드는 자리가 아니었다. 거절했더니 스티브 잡스가 다른 자리를 제안했다. 픽사에서 새로운 사업부를 개발하고 마케팅 업무를 맡는 일이었다. 그런데 일단 일을 시작하자 잡스는 아주 서서히 디즈니 배급건 커뮤니케이션 업무 쪽으로 나를 밀어넣었다. 3년 4개월 동안 픽사에서 일하는 동안 일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 스티브 잡스가 해고하기 전에 내 손으로 사표를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회사를 관뒀다.

기업회생 분야에 뛰어들 게 된 게 그때부터인가?
그때쯤 인터넷 바람이 불었다. 여자친구를 통해 알 게 된 호주 사람들과 온라인 광고 서버를 시작했다. 1998년 ‘더블클릭’이란 회사에 대항할 ‘사벨라 미디어’를 창업해서, 2000년에 7,500만달러에 매각했다. 경영실적에 만족한 투자자들은 나에게 이후 기업 세 곳의 회생을 맡겼다.
기업회생은 상상을 초월하게 어려운 과제다. 직원들을 정리해고하고 회사의 포지셔닝을 전환해야 한다. 내가 맡은 기업 세 곳이 모두 매각됐다. 결국 그 후 십년 동안 기업회생 분야에서 일하게 됐다.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느낌이었다. 재충전을 위해 2010년에서 2011년까지 한 해 동안 세일링을 했다.

정리해고 방식을 설명해달라.
직원에게 잘못이 없는 경우에는 어렵지 않다. ‘당신의 능력은 출중하지만 회사에서 어쩔 수 없이 인원 일부를 감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면 된다. 정리해고 추후 절차만 논의하면 된다. 바로 퇴사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볼 동안 회사 이메일 주소는 그대로 사용할 것인지만 물어보는 식이다. 직원에게 잘못이 있을 경우에는 훨씬 어렵다. 업무성과가 좋지 않다는 얘기는 될 수 있으면 하지 않고 인간적으로 친절하려고 최대한 노력하면서 미래에 대한 얘기에만 초점을 맞춘다.

인사 구조 개편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지론을 갖고 있던데 이유는?
회사의 발전 단계가 다르고 그 단계별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필요하다. 가령 초기에는 단순 회계 정도의 실력만 갖춘 재무 담당자가 필요하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수입과 지출의 흐름을 관리할 수 있는 재무 담당자가 필요하다. 회사가 더 커지면 자본을 조달할 능력이 있는 재무 담당자가 필요하다. 회사가 발전함에 따라 기존 직원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을 고용하게되면 한때는 일인자였던 사람이 이인자로 내려앉을 수 있다.

직원으로부터 불만을 사지않고 좌천시킬 수 있는 비결은 뭔가?
좌천이 아니라는 식으로 처리하면 된다. 연봉을 올려주고 성과를 치하한다. 최근에 최고매출책임자, 최고기술책임자, 데이터 사업부 부사장을 새로 채용했다. 새로 채용한 상사들 밑에서 이인자 역할을 자처하는 기존 직원들이 여전히 함께 일하고 있다. 솔직하고 담담하게 진실을 알리는 게 좋다. 뒷통수를 치는 놀랄 일이 없는 상황에서는 상처 받을 일도 없다.

회사에 너무 애착을 가지면 역효과가 난다는 말을 직원들에게 한다던데 무슨 뜻인가?
기업 자체는 감정도 충성심도 없기 때문에 회사로부터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라고 말한다. 회사가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는 사실 이윤 창출이다. 직원이 회사에 감정적으로 애착을 갖게 되면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 본인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회사가 본인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만 초점을 맞추면 된다.

원래 꿈이 뭐였나?
경영대학원에 가기 전에는 음반업계에서 일하고 싶었다. 대학원 진학 전에는 RCA 캐나다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것이 최고의 경력이었다. 그런데 대학원에 입학하고 첫 주에 주급 1,000달러를 받는 솔로몬 브라더스 여름방학 인턴십 제의를 받았다. 얼마나 놀라운 변화인가? 마케팅과 포지셔닝의 중요함을 새삼 깨달았다. 자신의 포지셔닝을 다르게 하면 객관적인 가치(임금)가 갑자기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영대학원 졸업 후 어떤 경력을 밟아왔나?
뉴욕으로 건너가서 스타트업(신생기업) 두세 곳에서 일했다. 딱히 마음에 드는 회사가 없었다. 대기업 여러 곳 면접을 거쳐 월트디즈니에 입사했다. 해외영화배급 사업부가 자리를 잡을 수 있게 거들었다. 5년 만에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지사 20곳을 설립했다. 자본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기분이었다.
유럽 지사를 개업한 후, 상사가 아시아 지사 오픈을 맡겼다. 적자를 내고있던 일본 지사를 경영하게 됐다. 일본 지사 운영을 맡은 지 몇 달만에 조직 개편만으로 800만 달러 적자를 내던 구조를 800만 달러 흑자를 내는 구조로 바꿔놓았다. 일본은 규정 위반을 극도로 겁내는 분위기다. 나는 광고 사업부를 통폐합하고 구조조정을 해서 인력을 일부 감축했다. 모든 임무가 끝나고 본사에 새로운 임무를 내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딱히 내가 할 일은 남아있지않고 계약기간은 만료돼서 이직할 곳도 정하지 못한 채 퇴사했다.

퇴사한 해가 1997년으로 알고 있는데 그 다음 행보는?
디즈니에서 일하면서 픽사 창업자인 존 라세터와 친분을 쌓게 됐다. 라세터를 통해서 스티브 잡스도 만나게 됐다. 스티브 잡스는 픽사 직원으로 일하며 디즈니와 커뮤니케이션할 직원을 찾는 중이었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의 팰로앨토 자택에서 인터뷰를 보게 됐다.

인터뷰는 어땠나?
스티브 잡스가 ‘자신은 DVD를 무척 좋아한다’며 ‘DVD로 픽사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근사하게 구현되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침실로 데리고 갔을 때 ‘우와, 나는 지금 스티브 잡스 침실에서 같이 DVD를 보고 있는데 어색해죽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합격했나?
스티브 잡스가 즉석에서 합격 통보를 내렸지만 거절했다. 픽사는 디즈니와 배급 계약을 맺고 있었다. 잡스는 디즈니 배급 관련 업무를 책임질 사람이 필요했다. 딱히 마음에 드는 자리가 아니었다. 거절했더니 스티브 잡스가 다른 자리를 제안했다. 픽사에서 새로운 사업부를 개발하고 마케팅 업무를 맡는 일이었다. 그런데 일단 일을 시작하자 잡스는 아주 서서히 디즈니 배급건 커뮤니케이션 업무 쪽으로 나를 밀어넣었다. 3년 4개월 동안 픽사에서 일하는 동안 일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 스티브 잡스가 해고하기 전에 내 손으로 사표를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회사를 관뒀다.

기업회생 분야에 뛰어들 게 된 게 그때부터인가?
그때쯤 인터넷 바람이 불었다. 여자친구를 통해 알 게 된 호주 사람들과 온라인 광고 서버를 시작했다. 1998년 ‘더블클릭’이란 회사에 대항할 ‘사벨라 미디어’를 창업해서, 2000년에 7,500만달러에 매각했다. 경영실적에 만족한 투자자들은 나에게 이후 기업 세 곳의 회생을 맡겼다.
기업회생은 상상을 초월하게 어려운 과제다. 직원들을 정리해고하고 회사의 포지셔닝을 전환해야 한다. 내가 맡은 기업 세 곳이 모두 매각됐다. 결국 그 후 십년 동안 기업회생 분야에서 일하게 됐다.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느낌이었다. 재충전을 위해 2010년에서 2011년까지 한 해 동안 세일링을 했다.

정리해고 방식을 설명해달라.
직원에게 잘못이 없는 경우에는 어렵지 않다. ‘당신의 능력은 출중하지만 회사에서 어쩔 수 없이 인원 일부를 감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면 된다. 정리해고 추후 절차만 논의하면 된다. 바로 퇴사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볼 동안 회사 이메일 주소는 그대로 사용할 것인지만 물어보는 식이다. 직원에게 잘못이 있을 경우에는 훨씬 어렵다. 업무성과가 좋지 않다는 얘기는 될 수 있으면 하지 않고 인간적으로 친절하려고 최대한 노력하면서 미래에 대한 얘기에만 초점을 맞춘다.

인사 구조 개편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지론을 갖고 있던데 이유는?
회사의 발전 단계가 다르고 그 단계별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필요하다. 가령 초기에는 단순 회계 정도의 실력만 갖춘 재무 담당자가 필요하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수입과 지출의 흐름을 관리할 수 있는 재무 담당자가 필요하다. 회사가 더 커지면 자본을 조달할 능력이 있는 재무 담당자가 필요하다. 회사가 발전함에 따라 기존 직원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을 고용하게되면 한때는 일인자였던 사람이 이인자로 내려앉을 수 있다.

직원으로부터 불만을 사지않고 좌천시킬 수 있는 비결은 뭔가?
좌천이 아니라는 식으로 처리하면 된다. 연봉을 올려주고 성과를 치하한다. 최근에 최고매출책임자, 최고기술책임자, 데이터 사업부 부사장을 새로 채용했다. 새로 채용한 상사들 밑에서 이인자 역할을 자처하는 기존 직원들이 여전히 함께 일하고 있다. 솔직하고 담담하게 진실을 알리는 게 좋다. 뒷통수를 치는 놀랄 일이 없는 상황에서는 상처 받을 일도 없다.

회사에 너무 애착을 가지면 역효과가 난다는 말을 직원들에게 한다던데 무슨 뜻인가?
기업 자체는 감정도 충성심도 없기 때문에 회사로부터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라고 말한다. 회사가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는 사실 이윤 창출이다. 직원이 회사에 감정적으로 애착을 갖게 되면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 본인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회사가 본인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만 초점을 맞추면 된다.



재미있는 교통 사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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