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6일 목요일

 

기자 호칭으로 본 미국의 저널리즘

 

미국 언론계의 기자 호칭을 알면, 미국 언론의 뉴스 생산 방식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기자들을 부르는 호칭은 대락 다음과 같습니다. 도움이 될까 하여 논설실에서 함께 나눕니다. (우리 영문 명함 작성에도 참고가 될 듯 ^&^) 

 

 

-저널리스트(Journalist) 언론인 일반

 

-리포터(Reporter) (다른 언론인 직종과 구분하여) 기자

 

-제너럴 어사인먼트 리포터(General assignment reporter)

딱히 정해놓은 담당영역 없이 세상 모든 것을 취재하는 기자. 이 역할을 신참 기자(cub reporter)가 한다. 이들은 데스크의 '지시'에 따라 취재 주제를 정하여 움직인다. 주어진 주제가 없으면 자기가 쓰고 싶은 기사를 직접 캐내야 한다. 그러니까 입사 직후 수습 기자 시절부터 경찰서 등의 출입처를 부여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 신참은 말 그대로 '온 세상의 맨땅에 헤딩'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제너럴 어사인먼트 리포터는 일단 입사한 뒤에도 그 능력과 역량을 '개방적으로' 검증하는 기간이다. 중요한 취재는제너럴 어사인먼트 리포터에게 맡기지 않는다. 예컨대 세월호 침몰 등의 대형 사건이 터지면, 한국에선 입사 1~3년차의 젊은 기자들을 보내지만, 미국에선 20년차 이상의 베테랑이 뛰어든다.

 

- 비트 리포터(Beat reporter)

이걸 '출입처 기자'라고 번역하면 한국적 맥락에선 오해가 생길 소지가 있다. 이들에게 비트(beat)는 물리적 공간인 동시에 추상적 '주제영역'이다. 그래서 광폭으로 움직인다. 당연히 고참 기자가 담당한다. 한국의 사회부 사건팀에 해당하는 USA 투데이의 브레이킹 뉴스팀 기자들의 경력이 20년 안팎인 것도 이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 언론에선 심층적이고 흥미진진한 사건 프로파일링을 시니어 기자들이 쓴다.

선배 기자들에겐 죄송한 이야기지만, 한국에서도 25년차 이상 기자들의 대부분을 사회부 사건팀 등에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경륜과 식견은 미디어를 조직하는 것보다는 현장을 '풍부하고 깊게' 관찰하여 해석하고 전달하는 데 더 유용하다. 예컨대 그들이라면 일베 집회를 취재한 뒤 단순보도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 역사적 분석을 섞어 심층보도할수 있다.

 

- 시니어 라이터(Senior writer)

고참기자(Senior) 가운데 기사 작성을 전담하는 기자. 예컨대 부장(desk editor)이 제너럴 어사인먼트 리포터들에게 취재를 지시하면 그들이 보내온 취재 결과를 모아서 시니어 라이터가 집필한다. 미국 주간지를 보면, 'written by A, reported by B' 등의 바이라인을 볼 수 있다. 현장 취재는 B가 했지만, 이를 맥락 위에 엮어 집필한 것은 A라는 뜻이다.

현장 기자들이 올린 메모를 보고 팀장, 차장, 부장 등이 사실상 집필하는 한국 뉴스룸에서도 이 방식을 도입하면 좋겠다. '아무개/아무개 기자의 취재결과를 모아 아무개 팀장이 초고를 쓰고 아무개 부장이 최종집필했다'고 밝히면 더 투명하고 솔직하지 않은가.

현대 언론에 이르러서는 객관성과 공정성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투명성(transparency)이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줘라. 이것까지만 파악했으며 더 자세한 것은 모르겠으나 계속 더 알아보고 있다고 말하라. 그러면 독자가 기자를 신뢰한다'고 미국 기자들은 생각한다.

참고로 언론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미국 퓰리처상의 피처 라이팅(Feature writing) 부문은 심층취재 결과를 얼마나 높은 '문학적 완성도'로 작성했는지를 평가한다. "기자는 글 못써도 된다. 사실만 잘 파악하면 된다"는 한국언론계의 관념은 대단히 잘못됐다. 글재주 부리는 데 초점을 둬서는 안되겠지만, '공감의 글'을 쓰지 못하면서 어찌 기자를 하겠는가.

 

- 코레스폰던트(Correspondent)

이걸 특파원이라고 번역하면 좀 곤란하다. 한국으로 치면 '전문기자'에 해당하는 것이 코레스폰던트다. 예컨대 '펜타곤 코레스폰던트'(Pentagon correspondent)라고 하면 국방부 출입기자가 아니라 군사 전문기자다.

그래서 유력 언론사는 백악관 담당 기자를 비트 리포터(beat reporter)라 하지 않고, 화이트하우스 코레스폰던트(white house correspondent)라고 부른다. '백악관 특파원'이라고 번역하면 그 뜻을 담을 수 없다. 백악관을 담당할만큼 정치/외교 분야의 전문기자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특파원'은 '어디 멀리 보낸 기자'를 말한다. 한국만 떠나 있으면 개나 소나 특파원이다. 다시 말해, 코레스폰던트(correspondent)는 고참기자(senior)로 구성된 여러 비트 리포터(beat reporter) 가운데도 최고의 전문성을 인정받을 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만 전문으로 한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담당 분야는 특정되어야 하고, 공간적 의미도 필수다. 가령 '레드 카펫 코레스폰던트' 처럼.

 

-스태프 리포터/스태프 라이터(Staff reporter/writer)

스태프(staff)가 앞에 붙으면 해당 언론사에 정식 고용된 기자라는 뜻이다. 프리랜서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미국적 풍토를 엿볼 수 있다.

 

- 에디터(Editor)

데스크 에디터(Desk Editor, 부장)는 취재지시를 한다. 카피 에디터(copy editor, 교열 기자)는 기사를 취사선택한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한국에선 부장이 곧 취재를 지시하고 기사를 골라 보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뉴스룸에서 데스크 에디터와 카피 에디터의 역할 분담이 어찌 이뤄지는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한, 데스크 에디터는 '기사가 될만한 것을 지시'하고, 카피 에디터는 '취재결과를 담은 기사 가운데 게재(또는 방송)하고 싶은 기사를 선택'한다. 상호 견제와 협조의 관계인 듯 하다.

 

- 치프 에디터(Chief Editor, 편집국장)와 매니징 에디터(Managing Editor)

에디터를 총지휘하는 것이 치프 에디터인데, 그 아래에 꼭 매니징 에디터를 둔다. 부국장인 셈인데 이 사람은 편집국장 임무를 대행(마감 일정 관리, 기사 킬, 편집장의 정책 적용)할뿐 아니라, 기자의 채용, 배치, 해고를 담당한다.

좋은 기자를 가려 뽑고, 적절한 곳에 배치하고, (미국이니까) 무능하면 해고시키는 권한을 가진다. 가슴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 있는데, 언론은 기자하기 나름이다. 매체력은 기자 능력의 총합이다. 치프 에디터와 매니징 에디터의 관계는 학교에서 '교장과 교감'의 관계에 가깝다.

 

-아티클(Article)과 스토리(Story)에 대해

아티클은 개별 기사, 스토리는 하나의 기사든 여러 기사에 걸치든 하나의 사안을 모두 포괄하는 기사의 개념이다.

한국말로 '기사'에 해당하는 영어단어를 흔히 '아티클'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작 영미권에서 기사를 지칭할 때는 '스토리' 또는 '뉴스 스토리'라 부른다. 그 단어를 보고 '이 친구들은 기사를 소설처럼 쓴다는 건가?'라고 생각하면 절반의 진실이다. 독자와 교감할 수 있도록 친근하게 기사를 쓰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맞지만, 여기서 말하는 스토리는 '문체'가 아니라 '전체 맥락'을 지칭하는 뉘앙스다.

본래의 뜻으로 보아 아티클은 단편의 글을 말한다. 학술지에 실리는 개별 논문이 아티클이다. 스토리는 말 그대로 '이어지는 이야기'다. 미국 기자들에게 기사는 단편과 파편의 정보가 아니라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뜻한다.

한국 신문의 기자는 단편을 전하는 사람인가, 완결을 갖춘 맥락을 전하는 사람인가.

 

*이 글은 안수찬 한겨레 기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바탕해 퇴고한 글입니. 기자 승낙 하에 슬로우뉴스 편집팀이 글 일부를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편집자 주) 

2014년 10월 13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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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난감으로 돈까지 버는 키덜트들

  • 차재문
    멀티미디어영상부 기자
    E-mail : chajm@chosun.com
    안녕하십니까. 차재문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각종 공모전 U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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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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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맥도날드는 어린이 고객을 위해 만든 세트메뉴에 증정상품인 '슈퍼마리오' 캐릭터 피규어(Figure) 4종을 내놓았는데 불과 사흘만에 품절됐다. 업체 관계자는 1985년 비디오 게임으로 나온 '슈퍼마리오'에 추억을 간직한 2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의 세대가 많이 구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30대 직장인은 "추억의 게임 '슈퍼마리오' 피규어를 얻기 위해 혼자 햄버거 세트메뉴를 4번이나 샀다"고 했다.

이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에 반응하고 아이의 감성과 취향을 가진 어른을 키덜트(Kid+Adult)라 한다. 사회생활을 하며 쌓이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어릴 적 감성'이 작동하는 것이다.
한 게임회사는 국내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 시장 규모는 연간 약 5000억원이라는 분석을 냈다. 키덜트 인구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키덜트들 서로가 상품을 스스로 만들어 시장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건담 프라모델의 고수
키덜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은 프라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프라모델은 플라스틱 모델(Plastic model)의 일본식 줄임말로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모형을 뜻한다.

5년째 건담 프라모델을 만드는 공덕수(45) 씨. 그는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하지만 인터넷 프라모델 커뮤니티에서 제법 유명하다. '어쿠스틱'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공 씨는 "기존의 건담 모델에 자체적으로 제작한 부품을 끼워 넣어 훨씬 더 실제 로봇과 같은 형태로 만든다"고 했다.

그에게 건담 프라모델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의뢰하는 사람도 제법 많다. 임 씨는 "의뢰가 들어오면 기존 기성품 가격의 15배를 받고 제작한다"고 했다. 건담 프라모델의 기성품의 가격을 약 7만 원 정도로 계산한다면 그가 만든 작품은 100만 원 이상으로 판매되는 셈이다. 비싸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작품 하나를 제작하는데 하루 평균 8시간씩 10일 정도 걸린다"고 했다.

레고(LEGO)로 만든 캐릭터
1932년 덴마크에서 첫 판매를 시작한 레고(LEGO)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장난감으로 작은 블록으로 마을이나 기차, 자동차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레고에는 블록 이외에 사람모양의 미니 피규어가 있다. 이 미니 피규어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이한민(39) 씨는 레고를 이용해 게임·영화배우·만화 속 캐릭터 등 사람모양의 형태로 된 모든 것을 만들어 낸다. 그의 작업실엔 만화 슬램덩크에 나오는 인물들을 비롯해 게임 스트리트파이터 캐릭터 등 100여 개의 캐릭터가 전시돼있다.

지난 7월에는 게임회사 '넥슨'의 인기 게임 '마비노기 영웅전'의 캐릭터를 레고 피규어로 만들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제작했다. 이에 힘입어 최근엔 대학교 CF 제작용으로 40여 개의 캐릭터를 의뢰받아 제작했다.

세상에 하나 뿐인 나만의 피규어(Figure)
키덜트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최근엔 개개인의 모습을 피규어로 제작하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나와 닮은 피규어를 선물용이나 전시용으로 구매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업계 최초로 3D 프린터를 활용해 일반인들의 얼굴로 피규어를 제작하는 사업을 시작한 이기후(48. 애드넷) 대표는 "과거 오랜 시간 동안 작업해야 했던 인물 피규어는 3D 프린터가 등장하면서 4시간 정도면 실물과 똑같은 피규어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닮은 피규어를 만들기 위해선 얼굴 정면과 측면 두 장의 사진이면 제작이 가능하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얼굴을 이미지화하고 이를 3D 프린터로 모형화하는 방식으로 제품이 완성된다. 가격은 10만~30만원대.

하지만 일부 구매자들은 너무 똑같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징그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 [희귀병 치료제 개발… 35달러짜리 PC 보급… ] 초저가형 컴퓨터 만드는 '라즈베리 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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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11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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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될 것 같은 사업으로 '더 좋은 세상' 추구했더니 틈새市場이 블루오션으로
"모든 아이들에게 동등한 IT교육"
100% 아웃소싱… 3만원대 PC 만들어 저개발·저소득 계층에 널리 보급 가능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들
지금까지 판 300만대 중 99%가 교육용 1%만 컴퓨터 인재로 성장해도 대성공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라. 서양에서 후식으로 먹는 파이의 일종이지만, 검색 창에는 온통 컴퓨터와 프로그래밍 얘기가 뜰 것이다.

라즈베리 파이는 세상에서 가장 저렴하고 작은 양산형 컴퓨터다. 기본형은 25달러(약 2만5000원)이고, 고급형도 35달러(약 3만5000원)에 불과하다. 명함 크기만 하지만 풀 HD급 동영상도 구동이 가능하다. 다만 모니터와 키보드는 따로 연결해야 한다. 2012년 처음 나왔는데, 첫해 100만대, 지금까지 300만대 넘게 팔렸다. 처음 보면 이게 부품인지 완제품인지 헷갈린다. 케이스조차 없고, 명함 크기 회로기판 위에 전자 칩들을 올려놓은 게 고작이다.

그러나 CPU와 메모리 영상 출력 단자 등 핵심 기능이 빠짐없이 탑재돼 있다. 외부 장치를 연결하기도 쉽다. OS(운영체제)도 무료로 쓸 수 있는 리눅스 기반이다. 원래 교육용으로 만들어진 라즈베리 파이는 이런 이유 때문에 컴퓨터를 창작 활동에 활용하고 싶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에게도 사랑받는다. 소형 로봇을 움직이는 두뇌나 움직임이 필요한 설치 미술의 제어 장치로도 쓸 수 있다.

에벤 업턴 CEO는 라즈베리파이 제품을 손에 들고
에벤 업턴 CEO는 라즈베리파이 제품을 손에 들고 "내 꿈은 전 세계 모든 아이가 차별 없이 동등한 컴퓨터 교육을 받게 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명함 크기만 한 제품은 모니터를 연결하면 HD급 동영상도 재생할 수 있다./최원석 기자·인터넷 홈페이지

직원 12명으로 300만대 판매

영어로 '라즈베리를 불다(blowing raspberry)'는 입으로 '푸우' 하며 장난스럽게 야유하는 것을 뜻하다. 라즈베리 파이라는 이름은 너무 비싼 기존 PC를 야유하며, 누구나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선언이었다. 파이는 수학의 원주율을 뜻하는 그리스어 파이(pi)에서 따왔다.

이 컴퓨터를 만드는 건 라즈베리 파이라는 공익 재단이다. 컴퓨터 과학 교육을 진흥한다는 목표로 2009년 설립됐다. 공동 창립자 겸 현 CEO 에벤 업턴(Upton·36)씨를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만났다. 사무실은 회의실 등을 포함해 165㎡(50평)쯤 돼 보였다. "이게 사무실 전부예요. 직원은 12명입니다. 엔지니어가 4명이고, 나머지는 각종 사무를 합니다."

그는 라즈베리 파이 제품 하나를 들고 자랑스러운 듯 설명했다. "아주 영리하고 작은 물건이죠.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고요. 또 하드웨어적으로 확장성이 매우 높습니다. 카메라, 음악 녹음 기기, 디스플레이를 쉽게 연결할 수 있어요. 아이들이 자유롭게 로봇을 제어하고, 스크린에 화소를 만들어 형태를 표현하고, 소리를 만드는 데 추가적인 비용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교육에 최적화됐죠."

라즈베리 파이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아주 싸다는 것이다. 싸기 때문에 제3세계 아이들에게도 널리 보급할 수 있다. 어떻게 가능할까? "단순하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모바일 기술을 많이 활용합니다.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부품들은 원래 작고 고기능이기 때문에 비싸야 정상이죠.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가 워낙 많이 보급되다 보니, 양산 효과에 따른 원가 하락으로 좋은 부품을 값싸게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10만원 이하 휴대폰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라즈베리 파이엔 CPU(중앙처리장치)나 GPU(그래픽 처리장치) 같은 마이크로칩이 기본형엔 딱 2개, 고급형에는 3개만 들어갑니다. 케이스도 만들 필요가 없고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고 팔리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도 거의 들지 않습니다."

'제조업 민주화 혁명'의 모범 사례

라즈베리 파이는 오픈 이노베이션과 제조업 민주화 혁명의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제조는 100% 아웃소싱한다. 예전엔 중국에서 만들던 것을 1년 전부터 영국 웨일스 소니 공장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주요 부품인 마이크로 프로세서(CPU)는 미국 기업 브로드컴, 메모리는 삼성전자로부터 공급받는다.

"생산이 거의 자동화돼 있습니다. 거의 로봇으로 만들어지죠. 웨일스 공장에서 하루 6000~1만5000개 라즈베리 파이를 만들어내지만, 생산에 관여하는 직원은 50명에 불과합니다. 월급이 중국보다는 비싸겠지만, 인건비 비중 자체가 높지 않아요. 비중이 큰 부품 값, 자동화 설비는 웨일스나 중국이나 비용 차이가 없습니다. 품질 관리나 문제 발생 시 빠른 해결 등을 감안하면, 웨일스에서 만드는 게 더 이익이더군요."

어린이 누구나 컴퓨터를 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


라즈베리 파이의 시작은 업턴 사장이 어릴 때 갖고 놀던 'BBC 마이크로'라는 교육용 컴퓨터였다. 영국 BBC가 1980년대 학생들을 위해 기획한 교육용 컴퓨터였는데, 판매 가격이 40만원대로 파격적으로 저렴했다.

"BBC 마이크로를 9세 때 처음 접했고, 1989년 11세 때 한 대 살 수 있었어요. 매일 갖고 놀며 점점 더 컴퓨터에 익숙해져 갔어요. 더 똑똑해진 거죠. 저는 케임브리지대에 10년 있었는데, 컴퓨터과학과 조교를 하면서 느낀 건 컴퓨터에 흥미를 느끼고 끝까지 가는 학생이 점점 줄어든다는 거였어요. 컴퓨터과 대학원 지원자가 입학했을 때 400명에서 나중에 100명까지 계속 줄었는데 BBC 마이크로처럼 싸고 쉽게 배울 수 있는 컴퓨터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라즈베리 파이를 만든 겁니다."

그의 꿈은 지구 상 모든 아이가 동등하게 컴퓨터를 배울 기회를 갖는 것이다.

"영국 모든 학생은 학교에서 리코더를 배웁니다. 라즈베리 파이는 컴퓨터 세계 리코더와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모두에게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면 동남아나 아프리카 어린아이 중 IT 천재가 나올지 모릅니다. 일부러 키워낼 필요도 없어요. 그들에게 흥미를 가질 만한 것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자연스럽게 그들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죠. 라즈베리 파이는 2년 반 동안 300만대가 팔렸고 그중 99%는 아이 교육용으로 쓰였습니다. 99%의 1%만 컴퓨터 인재로 성장해도 대성공인 거죠."

왜 모든 아이에게 균등한 컴퓨터 교육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냐고 물어봤다. "그렇게 함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들이 더 많아지도록 지원하는 게 최종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 라즈베리 파이로 컴퓨터에 흥미를 느끼고, 계속 공부해 나가는 전 세계 어떤 아이들 가운데 다음 세대 스티브 잡스, 스티브 워즈니악이 나올 수 있습니다. 라즈베리 파이의 비즈니스 모델과 마케팅 모델에 대해서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라즈베리 파이를 통해 IT 세상의 '초보 생산자'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99%가 교육용으로 판매

그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익숙하게 갖고 노는 건 IT 문화를 '소비'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IT 천재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그들이 의도한 대로 움직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라즈베리 파이는 IT 세계에서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의 주도적인 '생산자'로 성장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준다고 업턴 사장은 말했다.

그는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라즈베리 파이의 목표는 구성원과 사용자의 자발적 동기부여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작고 싸고 개방적인 컴퓨터를 만들려고 했을 때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사명감과 목적의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소임은 사실 라즈베리 파이를 만들어 세상에 뿌리는 것만으로 이미 끝난 건지 모른다. 라즈베리 파이가 꿈꾸는 더 나은 세상은 300만명 라즈베리 파이 사용자와 그 친구들이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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