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도로 지배자는? 수소연료차 vs 전기차 본격 대결
日정부와 토요타 등 업체, 수소연료차 지원과 개발에 박차
美전기차 테슬라 머스크 "수소연료차는 쓰레기" 비아냥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수소연료전지차(FCV)와 전기차(EV)가 벌이고 있는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친환경 미래차의 시장 형성기에 주도권을 빼앗기면 만회가 힘들다고 판단, 기술개발과 시장 공략에 양측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모델S의 대성공으로 EV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FCV 진영에서는 토요타를 필두로 여러 업체가 경쟁적으로 FCV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더욱이 전세계 2위 전기차 시장인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FCV 지원을 밝혀 양 진영 간 본격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테슬라 CEO 머스크 "연료전지차는 쓰레기"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엘런 머스크는 지난 12일 컨퍼런스콜에서 수익을 위해 특허에 의존하는 것은 회사의 실적이나 수익구조가 취약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전기차 특허를 모두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특허 개방은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커지지 않고 있다는 머스크의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미국 온라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진단했다. 즉,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가 주도하고 있는 이상, 시장 전체를 키워서 FCV 진영의 공세에 대응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머스크는 수소연료전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나는 연료전지가 실행가능한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론적으로 가장 좋은 연료전지조차도 배터리(전기차)와는 경쟁이 안된다"고 FCV를 평가절하했다.
FCV에 대한 머스크는 평가는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독일 서비스센터에서는 직원들 앞에서 연료전지차는 "쓰레기(a load of rubbish)"라고 했고 이번달 주총에서는 발음이 비슷한 'fuel(연료)'과 'fool(바보)'을 바꿔서 "풀 셀(fool cells)"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머스크의 이 발언은 상당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BI는 진단했다. 머스크의 바람과 달리,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생산비용은 높지만 판매는 부진해 전기차 생산을 줄이고 FCV 생산을 강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FCV는 일반 전기차보다 주행거리가 5배 더 길고 충전시간도 불과 몇분이면 끝나지만 충전소 인프라의 구축비용이 높고 차량가격이 내려가기 전까지는 보조금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단점이다. 전기차의 경우 충전시간이 30분에서 최대 몇 시간이 걸린다.
◇현대차·토요타 등 FCV 공략에 박차
크라이슬러-피아트의 회장 세르지오 마르치오네는 지난달 말, 미국 워싱턴에서 브루킹스연구소 주최로 열린 컨퍼런스에서 자사의 전기차 500e를 언급하면서 "나는 사람들이 이것을 구매하지 않길 바란다"면서 500e를 생산하면서 손실이 너무나 크다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현대차는 FCV 시장 공력에 나선 상태이다. SUV 형태의 투싼ix FCV를 개발했으며, 지난해 2월 세계 완성차 업체 가운데 맨먼저 수소차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덴마크와 스웨덴에 차를 공급한데 이어 지난 4월 국내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독일의 다임러자동차과 미국의 포드와 제너랄모터스(GM)도 FCV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자동차 판매순위 1위 업체인 토요타는 테슬라와 배터리팩과 모터 공급계약을 맺고 RAV4 전기차를 제공하고 있지만 2년 계약이 지난달 만료되면서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현재는 또 다른 전기차 출시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는 전했다.
더욱이 토요타는 지난 25일 캠리 크기의 FCV를 내년 3월 일본에서, 이후 2015년 여름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출시할 것이며 가격은 6만9000달러(약 700만엔)라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가격이 모델S보다 1000달러 싸다는 점이다.
내비간트 리서치의 선임 애널리스트 리사 제람은 BI에 6만9000달러는 처음에 예상됐던 10만달러보다 많이 저렴해진 것이라며 "토요타는 이 카테고리(친환경 자동차)에서 경쟁을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토요타는 1996년 연료전지 개발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하이브리드 차 프리우스가 출시되기 일년 전이다. 토요타는 이후, 가솔린 엔진을 연료전지 스택(stack)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프리우스에 있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이용해왔다.
특히, 토요타의 새로운 FCV 출시 발표가 나온 날, 일본 정부는 FCV 판매 지원책을 내놓았다. 일본 정부는 성장전략을 발표하면서 FCV 구매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세금공제, 수소연료전지 충전소 설립 규제 완화 등의 지원책을 내놓았다. 충전소는 2016년 3월 말까지 도시를 중심으로 100곳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특히, 집권 자민당은 2025년까지 FCV 대당 가격을 약 2만달러로 낮추기 위해 보조금 지급과 세금공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환경상을 지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의원은 로이터에 "자동차 분야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일본은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모간스탠리, 車업체들과 테슬라의 경쟁구도
그렇다고 전기차에 미래가 있다고 보고 있는 업체가 테슬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폭스바겐은 올 가을에 미국에서 e골프를 출시할 계획이며, 닛산은 전기차에 매진하고 있다. 닛산은 2010년부터 전기차 리프를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e-NV200 밴을 최근 유럽 시장에 출시했다. 테슬라와 BMW는 전기차 협력 생산을 위해 최근 만나기도 했다.
최근 모간스탠리의 애널리스트 애덤 조나스, 래비 샌커, 파레시 자인은 FCV가 테슬라를 결국 이길 것이라는 생각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FCV 개발에 적극 나서는 자동차 업체들의 방침은 허풍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수개월 동안 자동차 업계에서 FCV의 미래를 지지하는 거품이 끼고 있다"면서 업계 동향을 설명한 뒤 "하지만 수소연료전지 기술에서 최근에 돌파구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다수 업체들은 전기차 판매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테슬라의 모델S는 현재까지 시장에서 유일하게 성곡했다고 평가했다. 또 주요 업체들 어느 곳도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테슬라만큼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모간스탠리는 그러면서 다른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테슬라와 경쟁을 벌이기 위해 FCV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기차에 맞춰진 정부의 친환경 차량 정책을 바꿔놓기 위한 시도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업체들이 FCV에 몰리는 것은 전기차를 대량 보급을 위해 마련된 당국의 규제 방침을 완전히 백지화는 아니더라도, 완화시키기 위한 견제전략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BI는 업계들의 전략이 일본에서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 진영 간 경쟁은 한층 가열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어느쪽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었는지는 판단을 내리기 이르다. 시장 점유율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내비간트 리서치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EV와 FCV를 합쳐도 시장 점유율은 2035년에 2.5%가 채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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