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9일 월요일

억만장자 알리바바 잭 마의 8가지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 – 내가 가장 후회한 것

posted by 정현욱 | July 1, 2014 | In COLUMNEditor's pickEntrepreneu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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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상거래 사이트인 알리바바 창업자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영어 선생님으로 시작해 중국 재벌로 자수성가한 기업가다. 알리바바는 월급 12달러를 받던 영어교사였던 잭 마 회장이 설립해 2013년 기준 매출 55억 5천 만 달러의 회사로 성장하며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80%를 장악했다. 마 회장은 현재 중국 6위, 세계 400대 갑부 대열에 올라섰다. 한편 알리바바의 최대주주는 소프트뱅크로 총 34.4%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야후(22.6%), 잭 마 회장(8.9%)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남들과 같은 안일한 생각으로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존 잭 마를 인터뷰한 내용 중 한국 스타트업 창업가에게 도움될 내용을 선정했다. (원본 영문 기사)

1.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 

2001년 당시 18명의 동료들에게 얘기한 것이 "당신들이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매니징(관리) 역할이다. 부사장 또는 이사진을 채우기 위해서 우리는 외부 전문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 였다. 즉 새로운 인원 영입을 통해 알리바바를 한단계 도약하기 위함이었다. 몇 년 후 그 때 채용했던 인원은 한 명도 남지 않았고, 내가 능력을 의심했던 인원들의 능력이 부사장 또는 임원의 레벨까지 올라왔다. 여기서 중요한 두가지 원리가 있다. 역량보다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2. 당신은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통일시킬 수 없다. 하지만 당신은 공통의 목표를 통해 통일시킬 수 있다.

1. 당신은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통일시킬 수 있을 거라 믿지도 마라. 불가능하다.
2. 당신 동료들 중 30%는 절대 당신을 믿는 않는다. 당신의 동료와 직원들이 당신을 위해 일하게 하지 마라. 대신에 그들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일하게 해라.
3. 특정한 사람 아래로 멤버들을 통일시키는 것보다, 공동의 목표 아래로 기업을 통일시키는 것이 훨씬 쉽다.

3. 멤버들이 가지지 않은 것 중에 리더가 가져야 하는 것은?

리더는 직원들과 본인의 기술적 역량에 대해서 절대 비교하면 안된다. 당신의 직원들이 당신보다 더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잘못된 직원을 채용한 것이다.

그럼 어떤 것이 리더를 리더답게 만다는가?

1. 리더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미래를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
2. 리더는 직원이 버티지 못하는 것을 견딜 수 있는 투지와 끈기가 있어야 한다.
3. 리더는 강한 참을성과 받아들이는 역량과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4. 정치에 관여하지 마라.

1. 당신은 돈과 정치가 절대 같이 갈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만약 당신이 정치에 관여하게 되면, 절대 돈에 대해 더이상 생각도 기대도 하지 마라. 만약 당신이 사업을 하게 되면 절대 정치에 관여할 생각을 하지 마라.

5. 우리는 살기 위해, 인생을 경험하기 위해 태어났다.

항상 얘기하는 것이 우리가 일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인생을 즐기기 위해 태어났다. 만약 당신이 인생 전체를 일만 하는라 보내면 분명 후회하게 될 것이다. 당신이 당신의 경력에 아무리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여기 살기 위해 왔다는 것을 알야아 한다. 일만 한다면 후회할 것이다.

6. 경쟁

1. 다른 사람/회사와 공격적으로 경쟁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2. 만약 당신이 모든 사람을 적으로 본다면, 당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적이 될 것이다.
3. 만약 당신이 다른 사람과 경쟁하더라도, 증오심을 동반하지 마라. 그 마음이 바로 당신을 망하게 할 것이다.
4. 경쟁은 체스 게임하는 것과도 같다. 당신이 지면 항상 다른 게임을 할 수 있다. 두 명의 플레이어만 싸운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5. 진정한 비지니스맨 또는 기업가는 적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 일단 이것을 이해하면 성장의 끝이 없다.

7. 습관적으로 불평하거나 투덜대지 마라.

만약 가끔씩 불만을 하거나 불평을 한다면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습관이 된다면, 술마시는 것과 유사하게 된다. 아무리 마셔도 더 큰 갈증을 느끼게 된다. 성공의 길에서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 성공적인 사람들은 불평을 하거나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8. 기업가에 대한 조언

1. 대다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보는 것이 진정한 기회다. 또한 큰 기회는 종종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역으로 명확하게 설명되는 것은 큰 기회가 아닐 수 있다.
2. 항상 당신의 직원들이 미소를 띄고 근무지에 올 수 있게 해라.
3. 고객이 항상 첫 번째고, 직원이 두번째고, 당신의 주주/투자자는 맨 마지막이다.
4. 거대한 변화가 오기 전에 변화를 수용해라
5. 돈에 대해서 잊어라, 돈 버는 것에 대해서 잊어라.
6. 작은 트릭을 쓰는 것에 신경쓰는 대신에, 투지와 끈기에 신경을 써라.
7. 당신의 태도가 높이를 결정한다.
8. 가장 의지해서는 안되는 단어는 "인간 관계"이다
9. "공짜"는 가장 비싼 단어이다.
10. 오늘은 힘들다 내일은 더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그 다음날은 아름다울 수 있다.

 

2014년 12월 28일 일요일

복거일 "과학소설은 미래, 가치 모르는 한국 안타깝다"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12월 18일 오후 7시 FKI 컨퍼런스센터 2층 토파즈홀에서 <제1회 자유주의예술강좌>를 개최했다. 자유경제원은 "흔히 예술은 자유주의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개인의 창의와 가치를 높이 사는 자유주의만큼 예술의 본질과 닿아있는 것이 없다"며 "자유주의에 바탕을 두고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함께하는 장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제1회 자유주의예술강좌는 소설가 복거일 선생이 "과학소설의 지형"을 주제로 강연을 맡았다. 아래는 발제문 전문이다. 자유주의예술강좌는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후 7시에 개최된다.

글 | 복거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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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 중인 소설가 복거일
과학소설의 지형
 
1. 과학소설의 중요성
 
과학소설(science fiction; SF)은 일반 독자들에겐 좀 낯선 문학 장르다. 그래서 그것에 주목하는 독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의 중요성은 그러나 보기보다는 훨씬 크다.
과학소설의 중요성은 물론 그것이 문학이라는 사실에서 나온다. 사람들이 늘 문학 작품들을 찾는다는 사실이 가리키듯, 문학은 사람에게 중요한 지식 형태다. 그러나 과학소설은 그런 기본적 중요성을 훌쩍 넘어서는 독자적 중요성을 지녔다. 그런 독자적 중요성은 과학소설의 주제가 과학이라는 사실에서 나온다.
 
다른 생물들과는 달리, 사람은 발전된 지식을 축적했다. 그러나 발전된 지식의 축적이 사람에게 즐거움만을 준 것은 아니다. 지식이 쌓이면서, 사람은 다른 생물들이 품지 않는 걱정들과 두려움들을 지니게 되었다. 미국 철학자 데네트(Daniel C. Dennett)는 이 점을 잘 말했다.
 
"우리 사람들은, [짐승들과는] 대조적으로, 우리 자신들의 죽음과 그 너머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다는 온전하지 못한 축복을 찾아냈다. 지난 만 년 동안 우리의 에너지 지출의 엄청난 부분은 우리만이 지닌 이 불안한 새 광경에 의해 촉발된 걱정들을 무마하는 데 바쳐졌다." [<자유는 진화한다 (Freedom Evolves)>]
 
자연히, 사람들은 지식을 두려워한다. 특히 과학적 지식을 두려워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이 주는 자신에 관한 지식을 두려워하고 그런 지식이 가리키는 새로운 지평들을 외면하려 애쓴다.
 
"우리의 발견들의 산통(産痛)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우리가 무엇인가에 대해 너무 많이 아는 것은 – 신비를 메커니즘들과 바꾸는 것은 – 인류의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전망을 빈약하게 만들리라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한다.
이 걱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만일 우리가 정말로 너무 많이 알 위험에 처했다면, 지식의 첨단에 있는 이들이 불편함의 징후들을 보이지 않을까? 더 많은 과학적 지식에 대한 이런 추구에 참여하여 새로운 발견들을 열심히 소화하는 사람들을 돌아보라; 그들은 분명히 낙관, 도덕적 확신, 삶에의 참여, 사회에 대한 약속에서 부족하지 않다.
실은, 만일 당신이 오늘날의 지식인들 가운데 불안, 절망, 그리고 도덕적 무질서를 찾고자 한다면, 현대 과학이 신화들의 긴 계보에서 그저 또 하나이고, 그것의 기구들과 값비싼 장치들은 그저 또 하나의 종교의 의식들과 치레들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를 즐기는, 요즈음 유행을 탄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종족을 보라. 똑똑한 사람들이 이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자신에 관해 지닌 지식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두려운 생각이 아직 지닌 힘에 대한 증언이다." [같은 책]
 
과학적 지식은 사람으로 하여금 새로운 물음들에 대한 답을 찾고 앞날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과학적 지식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자신과 세상을 보다 잘 보고 이해할 수 있다.
 
근년에 문학은 과학적 지식에 비우호적 태도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런 태도를 정당화하는 미학을 만들어냈다. 그런 상황은 당연히 사회에 해롭다. 본질적으로 문학은 그것을 누리는 사람들에게 큰 혜택을 주지만, 반과학적 문학은 그런 혜택을 크게 줄인다.
 
과학을 주제로 다루는 터라, 과학소설은 과학에 우호적인 문학이다. 자연히, 낙관적인 문학이다. 그런 낙관적 태도는 사회에 혜택을 줄 뿐 아니라 반과학적 문학의 나쁜 영향과 효과를 씻어낸다.
과학소설은 일상적 차원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그것이 우리 삶의 모든 부면들에 깊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과학소설의 황금기는 열두 살이라는, 즉 우리가 과학소설을 읽기 시작해서 매혹당하는 나이라는 자명한 얘기가 있었다. 그 자명한 얘기는 이제는 맞지 않으니, 과학소설은 우리 문화에 하도 배어 들어서, 그것의 심상들의 기본적 목록 – 로켓 우주선들과 로봇들, 외계인들과 공룡들 – 은 모든 취학 전 어린이들의 환상 속의 삶에서 표준 품목들이다. 우리 시대의 열두 살 난 아이들로 말하면, 그들에겐 과학소설적인 것들은 무엇도 낯설지 않다." [토머스 디쉬(Thomas M. Disch), <우리 몸을 이룬 꿈들 (The Dreams Our Stuff is Made of)>]
 
 
2. 널리 알려진 과학소설 작품들

과학소설 작품들을 원작으로 삼은 'SF 영화'들이 많이 우리 사회에 소개된 덕분에, 이제 과학소설이란 말은 모두에게 익숙하다. 그래도 과학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이런 사정을 보고서, 우리 독자들은 대부분 과학소설을 읽지 않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과학소설을 여러 권 읽었을 터이다. 과학소설을 쓰는 데 무슨 제한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과학소설은 과학소설을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들만이 아니라 주류 문학 작가들에 의해서도 쓰여진다. 실제로 가장 널리 알려진 과학소설 작품들은 그런 '외부 작가'들에 의해 쓰여졌다. 물론 그런 작품들은 일반적으로 과학소설로 여겨지지 않는다.
 
과학소설로 인식되지 않는 과학소설 작품들 가운데 아마도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 - 1950)의 <1984년(Nineteen Eighty-four)> (1949)이다. 이 작품은 국가 권력이 시민들의 행동만이 아니라 생각까지 통제하는 전체주의 사회의 궁극적 모습을 그렸다.
인류 사회의 앞날에 대해 아주 비관적인 견해를 드러낸 이 작품에 나온 세계는 우리가 실제로 살아온 20세기의 세계와는 크게 다르지만, 그 작품이 사람들의 정치적 견해와 전망에 대해 미친 영향은 더할 나위 없이 깊었다. 특히 '대형(Big Brother)', '신언어(Newspeak)', '이중사고(Doublethink)'와 같은 음산한 개념들은 정보의 처리와 유통을 장악한 전체주의적 권력이 시민들의 자유를 위협하는 과정을 사람들이 새롭게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그런 전언은 "과거를 통제하는 자가 미래를 통제한다. 현재를 통제하는 자가 과거를 통제한다 (Who controls the past controls the future. Who controls the present controls the past)"와 같은 기억하기 좋은 구절들로 독자들의 마음에 선연하게 남는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 1835 – 1910)의 <아서 왕 궁정의 콘네티커트 양키(A Connecticut Yankee in King Arthur's Court)> (1889)도 일반적으로 과학소설로 인식되지 않는 과학소설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세기의 미국인이 고대 영국으로 가서 겪는 일들을 그린 시간 여행 소설이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는 시간 여행 자체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서양에서 이상향으로 여겨져 온 아서 왕의 본거지 캐멀러트(Camelot)의 일상적 모습을 통해 고대 사회의 실상을 드러내고 아울러 주인공이 지닌 현대 지식이 원시적 사회를 바꾸는 과정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무지와 미신에 지배되고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을 받는 고대 사회의 실상을 보여줌으로써 전설 속의 과거가 이상향이었다는 '신화'를 깨뜨린 이 작품은 뛰어난 우상파괴자 마크 트웨인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헤세(Hermann Hesse; 1877 – 1962)의 <유리알 유희 (Das Glasperlenspiel)> (1943), 헉슬리(Aldous Huxley; 1894 – 1963)의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 (1932)와 영국 작가 골딩(William Golding; 1911 - 1993 )의 <파리대왕(Lord of the Flies)> (1954) 및 <상속자들(The Inheritors)> (1955)은 널리 읽혀지고 주류 문학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과학소설 작품들이다.
 
미국 작가 벨라미(Edward Bellamy; 1850 – 1898)의 <뒤돌아보기, 2000 – 1887, (Looking Backward, 2000 - 1887)> (1888)는 19세기에 놀랄 만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고, 민중주의적 사회주의의 전파에 큰 몫을 했다.
그밖에 미국 심리학자 스키너(B. F. Skinner; 1904 - 1990 )의 <월든 2 (Walden Two)> (1948), 영국 작가 워(Evelyn Waugh; 1903 – 1966)의 <폐허 속의 사랑(Love among the Ruins)> (1953), 영국 작가 슈트(Nevil Shute; 1899 – 1960)의 <바닷가에서 (On the Beach)> (1957), 영국 작가 버지스(Anthony Burgess; 1917 - 1993)의 <시계장치 귤(Clockwork Orange)> (1962), 미국 작가 핀천(Thomas Pynchon; 1937 - )의 <중력의 무지개(Gravity's Rainbow)> (1973), 영국 작가 레싱(Doris Lessing; 1919 - )의 <생존자의 회고록(The Memoirs of a Survivor)> (1974) 그리고 캐나다 작가 애트우드(Margaret Atwood; 1939 - )의 <하녀의 이야기 (The Handmaid's Tale)> (1985)도 주류 작가들이 쓴 뛰어난 과학소설 작품들이다.
 
 
3. 과학소설의 정의

과학소설은 'science fiction'을 번역한 말이며, 영어로는 'sf' 또는 'sci-fi'로 줄여서 부른다. 'science fiction'이란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였으니, 그리 오래 된 말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과학소설로 불리는 문학 장르의 범위, 특질과 가능성에 대한 모색은 훨씬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환상적 문학의 진화에 큰 영향을 미친 포(Edgar Alan Poe; 1809 - 1849)의 노력은 대표적이다.
 
과학소설은 정의하기가 무척 힘들다. 여러 사람들이 그것을 정의했지만, 간단하고 또렷하면서도 변별성을 지닌 정의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과학소설로 인식되는 작품들이 워낙 다양해서, 그것들을 한데 묶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까다로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환상소설(fantasy fiction)과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두 장르들이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크다는 사실이다. 과학소설과 환상소설은 본질적으로 아주 가깝고, 과학소설 작가들은 흔히 환상소설을 쓴다. 그래서 분명히 환상소설로 분류되어야 할 작품들이 흔히 과학소설로 분류되었고, 그런 관행은 과학소설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뀐 지금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
 
영국 작가이자 비평가인 올디스(Brian W. Aldiss; 1925 - )는 이런 사정을 감안해서 아래와 같은 정의를 내놓았다.
 
"많은 정의들이 어렵사리 만들어졌다. 그것들의 대부분은 실패했다, 내용만 고려하고 형식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래의 정의는 재미의 측면을 짙게 지닌 장르엔 좀 뽐내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앞으로 논의하면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소설은 우리의 발전되었지만 혼란스러운 지식의 상태(과학)에서 성립될 수 있고 특징적으로 고딕 또는 포스트-고딕 틀로 빚어진, 사람과 우주에서 그가 차지하는 자리의 정의에 대한 탐구'다."
 
깔끔한 정의가 이처럼 어려우므로, 미국 작가이자 비평가인 나이트(Damon Knight; 1922 - 2002)의 "과학소설은 우리가 그것을 말할 때 가리키는 것이다 (Science fiction is what we point to when we say it)"나 미국 작가 스핀러드(Norman Spinrad; 1940 - )의 "과학소설은 과학소설로 출판된 모든 것들이다 (Science fiction is anything published as science fiction)"처럼 순서가 뒤바뀐 정의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실제로 그것에 따라서 과학소설에 속하는 작품들이 판별된다.
 
아무튼 진정한 과학소설이 되려면, 작품이 "과학적 전망의 의식(a consciousness of scientific outlook)"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오스트레일리아 평론가 니콜스(Peter Nicholls; 1939 - )의 주장엔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래서 "과학소설은 과학과 기술이 사람의 삶과 문명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들을 과학적 관점에서 다루는 소설이다"라는 진술에는 별다른 이의가 따르지 않을 것이다.
 
 
4. 과학소설의 역사

과학소설을 그렇게 정의했을 때, 그것의 기원은 과학이 제대로 모습을 갖추지 못했거나 과학의 영향이 지금처럼 두드러지지 않았던 시대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헬레니즘이 융성했던 시대의 작품들에서 원시적 과학소설(proto science fiction)의 선구자들을 찾는 사람들도 있고, 고대 바빌론 문명이 낳은 <길가메쉬>나 유태인의 경전인 <구약 성경>을 원시적 과학소설로 보는 이들도 있다.
 
모든 예술 장르들이 그러하듯, 과학소설도 여러 요소들을 받아들이면서 진화해왔다. 과학소설의 진화에 기여한 요소들 가운데 두드러진 것들은 환상적 여행(fantastic voyage) 이야기, 이상향(Utopia) 또는 반이상향(Dystophia) 이야기, 철학적 이야기 (philosophical tale) 그리고 기술적 및 사회적 예측(technological and sociological anticipation)이다.
그런 진화의 과정을 거쳐, '제1차 과학혁명'이 진행되었던 17세기까지는, 과학소설이 어떻게 정의되더라도, 과학소설로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나왔다.
 
모어(Thomas More; 1478 – 1535)의 <이상향(Utopia)>(1551)과 프랑스의 군인이자 작가였던 시라노 드 베르제락(Savinien Cyrano de Bergerac; 1619 – 1655)의 <시라노 베르제락 씨가 쓴 달 세계의 나라들과 제국들의 우스운 이야기(Histoire comique, par Monsieur de Cyrano Bergerac, contenant les etats et empires de la lune)>(1657) 및 <시라노 베르제락 씨가 쓴 해 세계 나라들과 제국들의 우스운 이야기의 한 부분(Fragment Histoire comique par Monsieur de Cyrano Bergerac, contenant les etats et empires du soleil)> (1662)은 대표적 작품들이다.
 
19세기에 이르러, 과학의 모든 분야들에서 현대적 이론들이 차츰 자리잡고 산업혁명으로 과학과 기술의 영향이 부쩍 커지자, 좀 더 '과학적'인 과학소설 작품들이 나왔다.
 
1818년에는 흔히 정통 과학소설의 효시로 꼽히는 영국 작가 메어리 쉘리(Mary Wollstonecraft Shelley; 1797 – 1851)의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가 나왔고, 19세기 후반에는 베른(Jules Verne; 1828 – 1905)과 웰스(H. G. Wells; 1866 – 1946)가 뛰어난 작품들로 현대 과학소설의 틀을 세웠다.
 
20세기가 되자, 과학소설은 새로운 과학 이론들에 맞춰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1930년대 후반과 1940년대 전반까지의 시기는 유능하고 영향력이 컸던 미국 잡지 편집자 캠벨(John W. Campbell Jr; 1910 - 1972)의 지도 아래 여러 뛰어난 과학소설 작가들이 활약해서 '과학소설의 황금 시대(The Golden Age of Science Fiction)'라 불린다.
 
이들 작가들 가운데 하인라인(Robert Heinlein; 1907 – 1988), 애시모프(Isaac Asimov; 1920 - 1992) 그리고 밴 보트(A. E. van Vogt; 1912 - 2000)는 특히 업적이 두드러지고 다른 작가들에게 끼친 영향이 커서 '3대 작가(The Big Three)'라고 불렸다.
 
20세기 전반에는 과학소설은 잡지들을 통해 많이 발표되었다. 1926년 미국 출판인 건즈백(Hugo Gernsback; 1884 – 1967)이 과학소설 전문잡지 '놀라운 이야기들(Amazing Stories)'을 창간한 것은 과학소설의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였다.
 
이전에 '싸구려 잡지(pulp)'라고 불린, 주로 환상적 이야기들을 실은 잡지들은 여러 분야들의 작품들을 가리지 않고 실었었다. 그 뒤로 과학소설 전문 잡지들이 여럿 나와서, 과학소설의 터전을 넓혔다.
 
1960년대에 과학소설은 독자층을 크게 넓혔다. 현대 사회에서 과학과 기술이 지닌 중요성이 늘어나면서, 특히 핵전쟁의 위협이 커지면서, 과학소설이 지닌 뜻은 점점 뚜렷해졌고 위상도 높아졌다. 특히 하인라인의 <낯선 땅의 나그네(Stranger in a Strange Land)>(1961)는 새로운 질서를 꿈꾸던 '꽃 아이들(Flower Children)' 세대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덕분에 과학소설 작가들은 '싸구려 잡지'들에 생계를 의존했던 삶에서 벗어나 단행본 시장으로 진출했고, 그런 변화에 따르는 평가와 대우를 받게 되었다. 그 뒤로 과학과 기술의 영향이 점점 커지고 현대 문명의 부정적 측면들이 시민들의 관심을 끌게 되자, 과학과 기술의 영향을 다루는 과학소설은 사회 문제들에 대해 '관련성(relevancy)'을 지닌 소설로 점점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
 
1960년대 중엽엔 '새로운 물결(New Wave)'이 일어나 점점 매너리즘에 빠져서 활기를 잃어가던 과학소설에 생기를 넣어주었다. 새로운 물결의 발생지는 유럽이니, 그것은 고다르(Jean-Luc Godard; 1930 - )와 트뤼포(Francois Truffault: 1932 – 1984)를 비롯한 프랑스 영화 감독들의 실험적 영화들을 가리킨 'nouvelle vague'에서 나왔고, 영국 작가들인 올디스(Brian Aldiss; 1925 - ), 발라드(J. G. Ballard; 1930 - ) 그리고 무어콕(Michael Moorcock; 1939 - )이 주도했다.
 
새로운 물결은 심리학과 같은 '무른 과학(soft science)에 큰 관심을 보였고 주류소설에서 이야기 전략(narrative strategy)을 비롯한 여러 가지 요소들을 빌려와서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류소설에 작지 않은 긍정적 영향들을 미쳤다.
새로운 물결은 이내 과학소설계 전체로 퍼졌고 미국에서 특히 풍요로운 성과를 얻었으니,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두드러진 업적을 남긴 들레이니(Samuel R. Delany; 1942- ), 즐레이즈니(Roger Zelazny; 1937 - 1995), 엘리슨(Harlan Ellison; 1934 - ) 그리고 디쉬(Thomas M. Disch; 1940 - )와 같은 작가들은 새로운 물결에 속한다. 덕분에 주류소설과 과학소설 사이의 높은 담장은 상당히 허물어졌다.
 
1980년대엔 컴퓨터 기술과 정보 산업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 '사이버펑크(cyberpunk)'가 나타났다. 사이버펑크는 컴퓨터의 가상 현실(virtual reality)을 중심적 주제로 삼은 과학소설로, 미국 작가들인 깁슨(William Gibson; 1948 - )과 스털링(Bruce Sterling; 1954 - )에 의해 주도되었다.
깁슨의 <신경조작자(Neuromancer)> (1984)는 사이버펑크의 대표적 성과이자 그것의 진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 사이버펑크는 과학소설에 활기를 주었을 뿐 아니라 정보 기술의 발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20세기 초엽까지는 과학소설은 유럽에서, 특히 영국과 프랑스에서, 크게 발전했다. 그러나 1930년대 이후엔 과학소설의 무게 중심이 미국으로 옮겨왔고, 그 뒤로 줄곧 미국이 상업적으로나 문학적으로나 압도적 중요성을 차지했다. 반면에, 동양의 실적이나 공헌은 거의 없었다.
 
"과학소설은 성공적으로 해외에 이식된 적이 없는 몇 안 되는 미국 산업들 가운데 하나다. 일본은 디트로이트를 파멸시켰는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과학소설은 '미국산'이라는 표지를 아직도 달고 있으며 과학소설 작가들이 그려내는 미래는 여전히 미국의 미래다.
위장된 캔서스인 것은 오즈만이 아니다; 은하 제국 전체가 그저 확대된 '미국의 꿈'(또는 악몽)이다. 영국 과학소설 작가들은 그들의 이야기들을 미국 속어들로 장식했다, 그들의 록 스타들이 미국 말투를 흉내냈던 것처럼. 트뤼포와 베송 같은 프랑스 영화 감독들이 과학소설 영화들을 만들 때, 그들은 그것들을 미국 도시들에 설정한다." [토머스 디쉬, <우리 몸을 이룬 꿈들>]
 
둘러다보면, 과학소설은 문학에서만이 아니라 온 예술 분야에서 근년에 가장 큰 활력을 보인 장르들 가운데 하나였음이 드러난다. 새로운 과학 지식들과 기술적 성취들을 소재로 삼고 아직은 과학이 넘보지 못하는 분야들까지 지적으로 탐험하면서, 문학적으로 높은 수준에 이른 작품들을 낳고 있다. 자연히, 시장도 부쩍 커졌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문학의 다른 장르들에 비겨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5. 과학소설의 영역

그러면 과학소설은 소설에서 어떤 영역을 차지하는가? 소설의 다른 하위 장르들과 어떻게 변별되는가? 특히 환상소설(fantasy fiction)과는 어떤 관계에 있는가?
크게 보면, 소설은 둘로 나뉜다. 하나는 우리가 아는 실재를 충실히 반영하는 모사소설(mimetic fiction) 또는 현실소설(realistic fiction)이니, 이른바 주류소설(mainstream fiction)을 이룬다. 다른 하나는 당장엔 비현실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환상소설이다.
 이 환상소설과 거의 동연(同延)을 이루는 것이 모색소설(speculative fiction)이란 개념이다. 아직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거나 현재의 과학적 정설로는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을 탐구하는 소설이란 뜻이다.
당장엔 비현실적인 이야기이므로, 환상소설은 우리가 아는 실재에 새로운 무엇을 보탠다. 바로 그 점에서 모사소설과 환상소설이 달라진다. 그렇게 보태지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환상소설은 다시 과학소설과 '협의의 환상소설'로 나뉜다.
 
과학소설은 비현실적이지만 자연적이다. 협의의 환상소설은 비현실적이면서 초자연적이다. 즉 과학소설 속의 이야기는 일어날 수 있지만, 환상소설 속의 이야기는 일어날 수 없다. 미국 작가 드 포드(Miriam Allen de Ford; 1888 - 1975)의 멋진 표현을 따르면, "과학소설은 있을 법 하지 않은 가능한 것들을 다루고, 환상소설은 그럴 듯한 불가능한 것들을 다룬다. (Science fiction deals with improbable possibilities, fantasy with plausible impossibilities.)"
실제로는 과학소설과 환상소설 사이의 경계는 그렇게 또렷하지 않다. 특히 대체 역사 (alternative history), 시간여행(time travel), 그리고 반중력(antigravity)이나 초광속(faster than light)을 품은 소설은 깔끔한 분류를 어렵게 만드니, 그런 작품들은 관행적으로 과학소설로 분류되지만, 그런 작품들의 바탕이 되는 상황은 나올 수 없다.
요즈음엔 과학소설과 환상소설을 하나의 장르로 보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1992년에 과학소설계의 가장 중요한 단체인 '미국 과학소설 작가 협회 (Science Fiction Writers of America)'가 '미국 과학소설 및 환상소설 작가 협회(Science Fiction and Fantasy Writers of America)'로 이름을 바꾼 일은 상징적이었다.
 
 
6. 과학소설의 성격과 기능

과학소설은 본질적으로 현대 문명의 발전에 대해 문학이 보인 반응이다. 문학이 그것을 낳은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므로, 과학과 기술이 현대 사회에 미친 혁명적 영향은 당연히 현대 문학에 뚜렷이 반영되었다.
이 얘기는 물론 예술의 다른 분야들에도 적용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얘기해서, 문학은 과학과 기술이 현대 사회의 결정적 동인으로 등장한 상황에 대해서 다른 예술 분야들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이런 사실은 가장 짧은 과학소설로 흔히 꼽히는 미국 작가 프레드릭 브라운(Fredric Brown; 1906 - 1972)의 단편에서 잘 드러난다.
 
"마지막 원자전쟁 뒤, 지구는 죽었다; 아무 것도 자라지 않고 아무 것도 살지 않았다. 마지막 사람이 방 안에 혼자 있었다. 그때 누가 방문을 두드렸다."
 
현대 물리학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원자탄을 낳았다. 1945년의 히로시마 이후 핵전쟁은 인류의 생존을 가장 크게 그리고 직접적으로 위협한 요소였고, 핵전쟁의 가능성은 20세기 후반 내내 사람들의 마음에 짙은 그늘을 드리웠다. 단 세 문장으로 이루어진 이 짧은 단편은 '생각할 수 없는(unthinkable)' 일이라고 일컬어진 핵전쟁의 위협을 차가운 눈길로 응시하면서 효율적으로 다루었다.
 
문학이 그렇게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불러온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응한 까닭들 가운데 하나는 문학이 사회 현실에 다른 예술 분야들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그리고 정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문학은 음악이나 미술보다 전언을 담는데 훨씬 뛰어나고, 자연히, 사회 현실을 또렷이 반영할 수 있다. 문학이 과학소설이라는 형태로 현대 사회의 문제들에 대응한 것처럼 다른 예술 장르들이 반응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다른 하나는 문학이 욕망, 본능, 조건반사와 같은 이름들로 불리는 사람의 '드러나지 않은 지식(implicit knowledge)'을 그리는 데 뛰어나다는 사실이다. 드러나지 않은 지식들은 사람의 의식과 행동에 지향성을 주는 가치 체계를 이루고 다듬는 데서 중심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긴 진화의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으므로, 과학과 기술의 작용을 거의 받지 않았다. 자연히, 그것은 과학으로 대표되는 '드러난 지식(explicit knowledge)'과 조화되기 어렵고 둘 사이엔 큰 틈이 존재한다. 과학의 빠른 발전은 둘 사이의 조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둘 사이의 틈을 점점 크게 만든다. 문학은, 특히 과학소설은, 그런 부조화와 틈을 줄이는 데서 작지 않은 몫을 할 수 있다.
 
그런 두 가지 사실들에서 과학소설의 현대 문명에 대한 높은 '관련성'이 나온다. 과학이 자명하거나 신성한 것으로 여겨져 온 이론들과 믿음들을 밀어내는 현대 문명에선 전통적으로 형이상학적 소설들이 수행해온, 사람의 정체를 찾는 일이 아주 빠르게 과학소설에 넘겨지고 있다.
과학소설을 "우리의 발전된 그러나 혼란스러운 지식 수준(과학)에 비추어, 나올 수 있는 사람의 정의와 우주에서의 그의 위치를 찾는 일"이라 정의한 올디스는 이런 사정에 주목한 것이다.
 
외부에서 살필 때는 과학소설의 '관련성'에서 실용적 측면이 부각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먹루언(Marshall McLuhan)은 "과학소설 쓰기는 오늘날 새로운 기술들의 잠재적 능력을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상황들을 제시한다"고 했고, 토플러(Alvin Toffler)는 "대체 세계들이나 대체 전망들처럼 통상적으로 다루어지지 않는 가능성들을 다룸으로써, 과학소설은 변화에 대해 가능한 반응들의 수효를 늘린다"고 했다.
 
과학소설의 이런 기능에는 '개념적 돌파(conceptual breakthrough)'가 필연적으로 따른다. 개념적 돌파는 패러다임(과학철학에서 쓰이는 것과 같은 의미에서)의 변화를 통해서 세상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실제로 거의 모든 과학소설 작품들은, 크든 작든, 개념적 돌파를 포함한다.
개념적 돌파는 작품 안에서 일어나는 것만이 아니며, 적잖은 작가들이 독자들 마음에서 그것이 일어나도록 작품을 구성한다. 개념적 돌파는 물론 과학소설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그것은 분명히 과학소설의 가장 중요한 특질들 가운데 하나다.
여기서 지적되어야 할 것은 '미래의 예언'이 과학소설의 본질적 기능은 아니라는 점이다. 과학소설은 근본적으로 '현재의 추세들이 그냥 이어질 경우 이러이러한 상황이 나올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따라서 우리는 현재의 추세들을 바람직한 경우엔 강화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경우엔 바꾸어서, 미래의 모습을 보다 낫게 만들어야 한다'는 전언을 품는다.
 
 
7. 과학소설의 주요 주제들

과학소설이 빠르게 진화해온 문학 장르이므로, 과학소설의 주제들은 많다. 그리고 새로운 주제들이 더해진다. 아울러 그런 주제들은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고 인류의 윤리적 경험이 깊어지면서, 새로운 시각에서 다루어진다.
이 점과 관련하여, 과학소설은 "제설통합주의가 서양에서 취한 내적(문화내적) 형태 [the internal (intracultural) form taken by syncretism in the West]"라는 미국 작가 블리쉬(James Blish; 1921 – 1975)의 견해는 음미할 만하다.
아래에 든 것들은 과학소설이 다루어온 주제들 가운데서 비교적 두드러진 것들이라 할 수 있다.
 
1) 우주 가극(space opera)
 
과학소설의 주제들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아마도 우주 가극일 터이다. '행성간 또는 성간 여행, 우주를 무대로 한 지구인들과 외계인들 사이의 싸움 따위를 주제로 삼은, 흔히 틀에 박힌 과학소설'이라고 정의될 수 있는 우주 가극은 원래 '틀에 박힌 가족 상황을 지나치게 극적으로 또는 감상적으로 다룬 연속 방송극'을 뜻하는 '비누 가극(soap opera)'에서 나왔다. '비누 가극'에서 서부극을 가리키는 '말 가극(horse opera)'이 나왔고, 다시 거기서 '우주 가극(space opera)'이 나왔다.
실제로 많은 우주 가극 작품들이 서부극을 확대시킨 것이다. 곧 서부는 행성간 공간이나 성간 공간으로, 나아가서 은하계(galaxy)로 확대되고, 카우보이들은 우주선 승무원들이나 우주군으로, 권총은 광선총으로, 말은 우주선으로, 악역을 맡은 북미 원주민들은 외계인들로 바뀌었을 따름, 내용이나 구성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래서 우주 가극이란 말엔, '말 가극'의 경우처럼, 폄하의 뜻이 담겼다. 그러나 우주 가극 작품들엔 문학적 성취도가 높은 작품들도 많으므로, 우주 가극이란 말을 되도록 중립적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2) 우주 여행(space travel)
 
이 우주에 존재하는 무엇도 빛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 현재 물리학의 정설이다. 광활한 우주를 무대로 삼는 과학소설에선 그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약이다. 먼 곳으로 여행하는 일은 말할 것도 없고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 통신하는 일도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초광속(faster-than-light)' 여행이나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문학적 장치들이 과학소설 작가들에 의해 고안되었다. 대표적인 것은 우주 여행에서 지름길 노릇을 하는 '초월공간(hyperspace)'의 이용이다. '공간 굴곡(space warp)'도 초월공간과 비슷한 개념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런 초광속 여행이 물리학의 정설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초광속 여행은 우주선이 공간적 지름길을 이용하는 것으로, 우주선의 속도가 빛보다 빠르다는 얘기는 아니다.)
과학의 정설을 따르는 작가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우주 여행은 '세대 우주선(generation starship)'을 이용하게 되리라고 상정한다. 이것은 여러 세기에 걸친 우주 여행에 맞게 설계된 거대한 우주선인데, 여러 세대들이 그 안에서 살다가 죽고 후손들이 목적지에 닿을 것이므로, '여행하는 방주/ 우주 방주 (travelling ark/space ark)'라고도 불린다.
 
3) 외계 식민(colonization of other worlds)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과 위성들에 인류 사회를 건설한다는 생각은 늘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외계 식민은 처음부터 과학소설의 인기 높은 주제였고, 그런 일에 따르는 개척자 정신은 특히 큰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천문학이 발전하자, 외계는 사람이 살기에는 너무 이질적인 환경임이 드러났다. 그래서 외계 식민을 위해선 '적응'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 적응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하나는 사람이 자신의 몸을 외계 환경에 맞게 바꾸는 길이다. 유전 공학이나 '인체의 조절화(cyborgization)'를 통한 적응은 이미 이론적 바탕이 잘 마련된 상태다. 이런 적응에 대해선 아래 '인공 인간' 항목에서 보다 상세하게 설명한다.
다른 하나는 외계의 환경을 사람이 살 수 있도록 바꾸는 길이다. 이른바 '지구화(terraforming)'다. '지구화'라는 말은 잭 윌리엄슨이 <시티 우주선(Seetee Ship)> (1951)에서 처음 썼다. 그러나 그런 사업은 이미 1930년에 영국 작가 스테이플던(Olaf Stapledon; 1886 – 1950)이 <마지막 그리고 처음 인간(Last and First Man)>에서 제시했다.
거기서 제시된 사업은 바닷물의 전기 분해를 통해 산소를 만들어서 금성을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 방안은 당시로선 상당히 앞선 생각이었지만, 현재의 과학 지식과 기술 수준에서 살피면, 원시적이고 현실성이 아주 작다.
요즈음엔 지구에서 실제로 있었던 것처럼, 박테리아와 식물을 먼저 자라나게 해서 사람이 숨쉴 수 있는 대기를 마련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여겨진다.
외계 식민은 물론 태양계 안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과학소설은 사람이 다른 별들로 진출하고 궁극적으로 여러 은하들을 아우르는 '은하 제국(galactic empire)'을 세우는 모습을 그린다. 과학소설은 멋진 주제들을 많이 가졌지만, 은하 제국처럼 멋진 주제는 없다.
상상하기도 힘들 만큼 광막한 은하들을 사람의 영역으로 삼는다는 생각엔 누군들 가슴이 부풀지 않겠는가. 아쉽게도, 은하 제국이 실제로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별들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정보 전달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정보 전달이 늦으면, 사회는 응집력을 잃는다. 태양계에 가장 가까운 별인 알파 센터우리가 4.3 광년 떨어졌고, 바너즈 스타가 6.0 광년 밖에 있고, 10광년 안에 있는 별들이 모두 일곱 개뿐임을 생각하면, 우주 제국이 나오기 어렵다는 사정이 뚜렷해진다.
그러나 우리는 꿈을 품고 산다. 그래서 과학소설 작가들은 늘 은하 제국의 멋진 모습들을 그릴 것이고 독자들은 부푸는 가슴으로 그것들을 읽을 것이다. 빛의 속도와 같은 차가운 사실에 밀려나기엔, 은하 제국은 너무 멋진 개념인 것이다.
 
4) 시간 여행(time travel)
 
시간 여행은 과거나 미래를 찾아가는 일을 뜻한다. 시간 여행은 일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정교한 장치를 이용하는 일을 가리키며, 그런 장치 없이 과거나 미래로 우연히 가는 일은 '시간 이탈 (timeslip)'이라고 부른다.
시간 여행은 물론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작가에게 여러 가지 문학적 가능성들을 제공하므로, 인기가 높은 개념이다. 게다가 시간 여행이 품은 역설들 덕분에 – 대표적 예는 '과거를 찾아간 시간여행자(time traveller)가 자신의 직계 선조를 죽이면, 어떻게 되는가?'이다 – 문학적으로만이 아니라 지적으로도 흥미가 큰 주제다. 보다 흥미로운 주제는 시간 여행자가 자신이 지닌 현대 문명의 지식을 이용하여 과거 사회를 개량하거나 역사적 비극을 막는 일이다.
 
5) 외계인
 
외계인(aliens; extraterrestrials)은 지구 밖에서 유래한 생명체들을, 일반적으로 높은 지능을 갖춘 생명체들을, 뜻한다. 달은 지구의 한 부분이지만, 여기서는 지구는 달을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지구의 생명체들과 다르게 구성되고, 자연히, 생각과 행동이 사람과 다른 생명체라는 개념은 진화론이 받아들여진 뒤에야 나올 수 있었다. 그래서 외계인이 등장한 과학소설은 19세기 후반에야 나왔다.
외계인의 존재는 언뜻 보기보다 중요한 주제다. 이론적으로는, 생물이 살 만한 행성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런 행성들의 상당수에서 생명체가 나타났을 터이고, 그런 생명체들 가운데 상당수가 성간 공간을 여행할 만한 문명을 이루었을 것이다.
적어도 전파를 외계로 보낼 만한 문명을, 즉 지금 인류가 이른 수준의 문명을, 이루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문명의 단서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 있는가?" 페르미(Enrico Fermi)가 반 세기 전에 던진 이 물음은 아직 대답을 얻지 못했다.
 
그 물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지적으로 무척 흥미로운 일이지만, 그것은 실은 지구의 생명체들과 인류 문명에 대한 통찰을 얻는 데도 긴요하다. 지구의 생명체들은 아주 다양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한 뿌리에서 나와 진화했으며, 자연히, 본질적으로 같다. 모든 생명체들은, 사람이든 세균이든, 식물이든 동물이든, 핵산들을 이용하여 유전 정보들을 전달하고 단백질들을 이용하여 세포의 화학 반응들을 통제한다.
오래 전에 살았다가 사라진 생명체들도 그러했다. 따라서 지구의 생명체들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삶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얻기 어렵다. 외계생물학(xenobiology)은 아직 상상 과학의 영역에 머물고 있지만, 만일 우리가 외계의 생명체를 단 하나라도 만나게 된다면, 우리의 통찰은 양자적 도약을 이룰 것이다.
과학소설 작품들 속에 나오는 외계인들은 대개 지구의 생명체들 마찬가지로 탄소에 바탕을 두고(carbon-based) 원형질로 이루어진 생명체들도 그려진다. 탄소는 우주에 많이 그리고 널리 분포하고 복잡한 분자들을 이룰 수 있다. 탄소와 성질이 비슷한 실리콘에 바탕을 둔(silicon-based)생명체들도 등장한다.
 
그러나 복잡한 분자를 이루는 능력에서 탄소보다 훨씬 뒤지므로, 실리콘에 바탕을 둔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작다. 그렇게 이질적인 생명체의 모습을 그리는 일이 워낙 어려워서, 그것을 시도한 작품들은 수도 적고 문학적 성과도 그리 크지 않았다.
실리콘에 바탕을 둔 생명체보다 훨씬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럴 듯하게 그려진 외계인은 자기 복제를 하는 '비유기적 생명체(inorganic lifeform)'와 순전히 에너지로 이루어진 생명체다. 에너지로 이루어진 생명체는 특히 흥미로운 개념으로, 만일 그런 존재가 실제로 사람들 앞에 나타난다면, 사람들 눈엔 그것이 신으로 보이리라는 주장이 나왔고, 그런 주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인류가 받들어 온 신들이 실은 그런 에너지로 이루어진 외계인들이라는 가설도 나왔다.
어쨌든, 보편적 다윈주의(Universal Darwinism)가 널리 받아들여진 지금, 우주의 모든 생명체들이 자연 선택을 통해서 진화했으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래서 외계인들과 지구 생명체들 사이엔 비슷한 점들이 많으리라는 생각도 상당한 근거를 지녔다.
 
6) 인공 인간
 
과학소설은 여러 가지 인공 인간들을 다룬다. 대표적인 것들은 인조 인간(android), 복제 인간(human clone), 재생 인간(doppelganger 또는 zombie), 개조 인간(engineered human), 조절 인간 (cyborg) 그리고 기계 인간(robot)이다. 물론 이들은 서로 많이 다르다.
그래서 그들을 주제로 삼은 과학소설들은 다른 하위 장르들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들은 사람이 자신의 형상에 따라 만들어낸 존재들이고 신 대신 과학자들이 창조자 노릇을 했다는 점에서 한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정은 첫 인조 인간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메어리 쉘리의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1818)에서 잘 드러난다. 한 과학자가 시체들의 조각들로 합성해서 생명을 불어넣은 '사람'을 다룬 이 작품은 찰스 다윈의 할아버지로 신이 창조한 생물들도 진화한다는 주장을 편 이래즈머스 다윈(Erasmus Darwin; 1731 – 1802)의 영향을 받았고, 신의 영역이라고 여겨져 온 지식을 찾는다는 파우스트적 주제를 구체화했다.
 
인조 인간은 화학공학적으로 만들어진다. 겉 모습은 사람과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닮았고, 사람과 같게 또는 아주 비슷하게 생각하고 느낀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자식을 낳을 수 없다고 설정된다.
 
생물 복제(cloning)는 사람이나 다른 동물들의 어떤 개체를 그대로 복사해내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그대로'라는 말은 원래의 개체와 복사된 개체들의 유전자들이 똑같다는 것을 뜻한다. 주목할 것은 생물 복제는 근본적으로 진화를 방해한다는 점이다.
모든 고등 생물들은 유성 생식을 통해 유전자들을 새롭게 결합하면서 진화해 왔다. 똑같은 유전자들을 가진 개체들을 여럿 만들어내는 것은 진화의 물길을 멈추는 일이며, 자연히, 퇴행적이다.
 
그 점은 재생 인간의 경우에 훨씬 심해진다. 이미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일은 낡은 개체들이 죽어서 비워놓은 생물적 공간에 새로운 개체들이 들어선다는 삶의 근본적 질서를 거스른다. 그래서 재생 인간을 주인공으로 삼은 과학소설 작품들은 드물고, 재생 인간들은 거의 언제나 사악하거나 탐욕스러운 사람들의 노예들로 나온다.
 
doppelganger는 원래 '한 사람의 영적 반려'를 뜻하는 독일어인데, 과학소설에선 '죽은 뒤에 화학공학적 과정을 거쳐 다시 목숨을 지니게 된 사람'이란 뜻으로 쓰인다. doppelganger는 흔히 그들을 되살려낸 사람의 뜻에 따라 움직이지만, 거의 모든 면들에서 독립된 존재다. 반면에, zombie는 의지도 없고 말도 하지 못한다.
 
zombie는 원래 서 아프리카에서 '구렁이의 신'을 뜻하는 말이었는데, 그것에서 잡혀온 흑인 노예들이 정착한 서인도제도에서 '죽었다가 되살아났지만 의지도 없고 말도 하지 못하며 기계적 동작들만 할 수 있는 사람'이란 뜻을 지니게 되었다.
 
개조 인간은 환경적응화(pantropy) 과정을 거쳐서 나온 사람을 가리킨다. 환경적응화는 외계의 아주 이질적인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만드는 생물공학적 과정이다.
 
조절 인간은 'cybernetic organism'의 약어로, 사람과 기계 사이의 이종 교배로 나온 개체를 가리킨다. 조절 인간이란 개념은 로빅(David Rorvik)이 <사람이 기계가 되면(As Man Becomes Machine)>(1971)에서 사람과 기계의 '결합(melding)'으로 "참여적 진화의 새로운 시대(new era of participant evolution)"가 열리리라고 주장하면서 널리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 개념을 먼저 그리고 꾸준히 탐구한 것은 과학소설 작가들이었다. 덕분에 조절 인간은 비교적 잘 탐구되고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주제가 되었다.
 
기계적으로 만들어진 인간인 로봇(robot)은 미래의 인류 사회를 그린 작품들에서 흔히 나오지만, 가장 널리 알려졌고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애시모프가 그린 로봇들이다. 과학소설 작가들은 처음엔 로봇들이 사람들을 압도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드러냈고, 로봇들이 사람들을 억압하거나 말살하는 상황들을 그렸다.
 
애시모프는 사람들에게 호의적인 로봇들을 그렸다. 아울러 그는 인류를 로봇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려 했고, 마침내 <나, 로봇(I, Robot)> 연작에서 '로봇 공학의 세 법칙들(Three Laws of Robotics)'이라고 불리는 원칙을 다듬어 냈다.
 
제1법칙: 로봇은 사람을 해치거나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사람이 해를 입도록 해서는 안 된다.
제2법칙: 로봇은 사람이 내린 명령들을 따라야 한다, 그것들이 제1법칙과 상충하지 않는 한.
제3법칙: 로봇은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 그런 보호가 제1법칙이나 제2법칙과 상충하지 않는 한.
 
위의 세 법칙들을 생각해낸 뒤, 애시모프는 '사람'이란 말을 정의하지 않고서는 자신이 세운 법칙들을 현실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개별적 사람들에 우선하는 인류하는 개념을 도입했다.
 
제0법칙: 로봇은 인류를 해치거나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인류가 해를 입도록 해서는 안 된다.
 
애시모프가 이런 법칙들을 내놓자, 로봇 소설을 쓴 작가들은 거의 모두 그것들을 문학적 관행(convention)으로 받아들였다. 인공 지능(AI)의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긴 매서추세츠 공대(MIT)의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는 그 법칙들을 실제로 컴퓨터에 집어 넣으려고 애썼다.
 
7) 변종 인간(mutant)
 
변종 인간은 돌연변이에 의해 정상적 사람들과 뚜렷이 구별될 만큼 새로운 특질들을 지니게 된 사람을 말한다. 다른 종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변종은 자연적으로 나올 수 있으나, 과학소설에선 흔히 방사선과 같은 요인들로 생식 세포의 유전자들이 손상을 입어 나오는 것으로 그려진다.
일반적으로 그런 변종 인간들은 괴물로 그려지지만, 영신감응(telepathy) 능력을 지닌 사람들처럼 때로는 인류의 진화에서 한결 발전된 단계로 그려지기도 한다. 변종 인간들이 많이 나오는 세상으로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핵전쟁과 같은 재앙을 만난 세상이므로, 변종 인간 소설은 흔히 '재앙후 세계(post-catastrophic world)'를 무대로 삼는다.
 
8) 초감각적 지각(extrasensory perception; ESP) 또는 염력(psi powers)
 
초감각적 지각은 정상적 종류와 수준을 넘는 정신 능력을 뜻하며, 영신감응(telepathy), 정신 통제(mind control), 예시, 투시, 염동(telekinesis), 물체 이동(teleportation), 염화(pyrolysis), 즉시 통신(instantaneous communication) 따위를 포함한다.
정상적 지각에선 지각의 대상으로부터 온 물리적 자극이 감각 기관을 흥분시키고 그 흥분이 중추신경계에 전해져서 감각을 일으킨다. 초감각적 지각에선 물리적 자극이 전달될 수 없는 조건에서 대상에 대한 정보가 얻어지며 그것과 관련된 감각 기관의 존재도 아직 확인된 것이 없다. 자연히, 초감각적 지각을 다룬 과학소설 작품들에서도 그런 감각 기관의 성격과 기능을 밝힌 경우는 보기 힘들다.
초감각적 지각이 가리키는 현상들은 염력이라는 말로도 표현되며, 두 개념은 비슷한 것으로 여겨지고 쓰여진다. 'psionics'란 말도 한때 쓰여졌다.
 
9) 실재의 인식(awareness of reality)
 
사람이 인식하는 세상의 정체를 살피는 것은 과학소설의 중요하고 풍요로운 주제들 가운데 하나다. 예컨대, '과연 누가 인조 인간이고 누가 진정한 사람이냐?', 또는 '나는 과연 사람이냐, 아니면 자신을 사람이라고 여기는 인조 인간이냐?'와 같은 물음들은 과학소설이 즐겨 다루는 주제이며, 근년에 많은 영화들이 다루어서 과학소설을 읽지 않는 독자들도 익숙해졌다.
실재의 인식을 다룬 고전적 예는 <장자>의 '나비 꿈'이다.
"얼마 전에 나 장주(莊周)는 꿈에 나비가 되어 나비처럼 기뻐했다. 스스로 즐거워 마음에 들어 주(周)인 줄 알지 못했다. 문득 꿈이 깨니, 놀랍게도 주(周)였다. 나는 알지 못한다, 주(周)가 나비가 된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주(周)가 된 꿈을 꾸고 있는지."
실재의 인식을 깊이 탐구한 작가는 딕(Philip K. Dick)이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현실로 여긴 것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점차 깨달아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들을 많이 썼다.
실재의 인식이라는 주제에서 또 하나의 가닥은 인류가 실은 엄청난 능력을 지닌 다른 존재의 통제를 받는다는 가정이다. "우리는 소유물이다 (We are property)"라는 미국 문필가 포트(Charles Fort; 1874 - 1932)의 구호는 이런 편집병적 견해를 깔끔하게 표현했다.
 
10) 미래 역사(future histories)
 
과학소설 작품들은 거의 모두 미래에 관한 것들이다. 그러나 그런 작품들 속에 나온 미래의 모습들은 대부분 단편적이다. 때로 미래는 체계적이고 전체적인 모습으로 제시되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그 작품들은 미래 역사라 불린다. 애시모프의 <기단> 연작과 하인라인의 <미래 역사(Future History)> 연작은 미래의 모습을 체계적으로 그려낸 웅장한 작품들이다.
 
11) 대체 역사(alternate history)
 
대체 역사는 과거에 있었던 어떤 중요한 사건의 결말이 현재의 역사와 다르게 났다는 가정을 하고, 그 뒤의 역사를 재구성하여 작품의 배경으로 삼은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과거에 있었던 어떤 중요한 사건의 결말'이라는 부분이다. 사소한 사건의 결말이 다르게 났더라도, 대체 역사는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실재 역사와 구별하기 힘들 만큼 비슷할 것이고, 문학적으로 쓸모가 거의 없다.
자연히, 대체 역사가 실재 역사로부터 갈라지는 분기점(branching point)은 역사적으로 무척 중요한 사건이어야 한다. 그런 분기점으로 자주 쓰이는 것은 2차 대전에서 독일과 일본이 이겼다는 가정과 미국의 남북전쟁에서 남부가 이겼다는 가정이다.
 
12) 평행 세계들(parallel worlds)
 
평행 세계들은 실재하는 세상과 다른 시공연속체(space-time continuum) 속에서 존재하는 세상들을 가리킨다. '다른 차원들(other dimensions)'이라 불리기도 한다. 근년에는 그런 평행 세계들이 이 세상과 아주 비슷한 세상부터 전혀 다른 세상까지 무수히 존재하는 것으로 상정되면서, '다수 우주(multiverse)'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이 개념에 따르면, 우리가 아는 우주는 그런 다수 우주의 한 측면에 지나지 않는다. 일부 물리학자들이 양자역학의 수수께끼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다수 세계 해석(many-worlds interpretation)'을 내놓자, 이 개념은 위상이 부쩍 높아졌다.
 
13) 재앙후 세계(post-catastrophe world / post-holocaust world)
 
인류 문명이 자연적 또는 인공적 재앙을 만나는 일은 문학에서 자주 다루어진 주제다. 고대엔 홍수, 질병, 화재, 흉작, 지진, 전쟁과 같은 재앙들이 주로 다루어졌고, 현대엔 소행성이나 혜성과의 충돌, 외계인의 침공, 새로운 빙하기의 도래, 바이러스의 창궐, 인구 폭발, 환경의 오염과 파괴, 핵전쟁, 우주 방사능(cosmic radiation)과 같은 재앙들이 더해졌다. 그런 주제를 다룬 '재앙 소설(disaster stories)'은 거의 정의에 의해 과학소설로 분류될 수 있다.
특히 흥미롭고 풍요로운 것은 재앙 자체보다는 재앙이 일어난 뒤의 세계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 '재앙후 세계' 소설이다. 재앙으로 파괴된 인류 문명의 폐허에서 새로운 문명이 자라나는 모습을 그리는 일은 작가들에게 상상력을 한껏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한다. 덕분에 재앙후 세계 소설은 과학소설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분야고 뛰어난 작품들도 많다.
 
14) 이상향(utopia)과 반이상향(dystopia)
 
이상향을 꿈꾸는 일은 인류 사회가 처음 나타났을 때 이미 시작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실재하는 사회들은 모두 결점들이 많으므로, 그것을 개혁하려는 사람들이 늘 나오게 마련이다.
이상향을 명시적으로 그린 첫 문학 작품은 영국의 기독교 승려이자 작가인 토머스 모어의 <이상향>이다. 플라톤의 <공화국>의 짙은 영향 아래 쓰여진 이 작품은 아메리카 대륙의 한 섬에 자리잡은 도시 국가들로 이루어진 공산주의 사회를 그렸다.
그 뒤로 이상향을 그린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 영향력이 가장 컸던 이상향 소설은 영국 정치사상가 해링튼(James Harrington; 1611 – 1677)의 <오세아나 연방(Commonwealth of Oceana)> (1658)일 것이다.
그가 그린 이상향은 17세기 영국 사회의 조건들에 바탕을 두었지만, 그 작품은 그런 역사적 맥락을 뛰어넘어 후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성문법, 양원제, 주요 정부 직책들의 임기제, 비밀 투표, 대통령의 간접 선거 따위 영국의 정치 체계에 없었으나 미국의 정치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사항들은 <오세아나 연방>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고 여겨진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상향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차츰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마뉴엘(Frank Manuel)은 <이상향들과 이상향적 생각 (Utopias and Utopian Thought)> (1966)에서, 문명과 사회가 진보하자, 작가들은 '더 좋은 곳(eutopia)'을 논의하는 대신에 '더 나은 시대 (euchronia)'를 논의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관점이 바뀌자, 이상향은 실재하는 사회와 비교하는 데 쓰이는 상상 속의 존재가 아니라 미래에 실제로 나올 수 있는 존재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반이상향 (dystopia)'이란 말은 밀(John Stuart Mill; 1806 – 1873)이 처음 썼다. 산업혁명의 어두운 측면이 부각되면서, 문명이 꾸준히 진보한다는 믿음이 흔들리자, 19세기 말엽엔 지적 논의들과 예술 작품들에서 반이상향적 이미지들이 부쩍 늘어났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르고 핵 전쟁의 위협 속에서 살면서, 사람들은 사회적 진보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고 과학과 기술에 대한 회의가 깊어졌다. 자연히, 20세기엔 이상향을 그리는 작품들은 거의 사라지고 반이상향에 대해 경고하는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15) 발견과 발명
 
새로운 과학 원칙의 발견과 새로운 도구들의 발명은 소설의 다른 장르들보다 과학소설에서 훨씬 적극적으로 다룬다. 그래서 적잖은 사람들이 그런 발견과 발명을 과학소설의 가장 중요한 특질이자 기능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발견과 발명은 과학소설의 중심적 주제도 아니고 중요한 특질이나 기능도 아니다.
실제로 발견과 발명에 초점을 맞춘 '발명 이야기(invention story)'들이 아주 많은 것도 아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과학소설 작품들이 미래에 관한 것이고, 미래의 모습을 그리는 데서 발견과 발명은 필수적 요소이므로, 과학소설이 그 동안 내놓은 발견과 발명의 목록은 무척 길다.
발명 이야기는 19세기에 많이 쓰여졌다. 베른(Jules Verne)의 작품들은 대부분 발명 이야기로 분류될 수 있고, 그가 생각해낸 발명들은 많고 현실성이 있어서, 그가 발명 이야기를 발명했다고 해도 크게 틀린 얘기는 아니다.
 
20세기 초엽엔 웰스(H. G. Wells)가 많은 것들을 발명했다. 그것들 가운데엔 '시간 기계(time machine)'처럼 환상적인 것들도 있었지만, 전차(tank)나 원자탄처럼 현실적인 것들도 있었다. 키플링(Rudyard Kipling; 1865 - 1930)은 단편 <야간 우편으로 (With the Night Mail)> (1905)에서 항공우편제도를 제시했다.
그 뒤로 우주선, 텔레비전, 원격조작장치(waldo),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 재조합(gene splicing)과 같은 개념들이 잇따라 발명되었고, 그런 개념적 발명들은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에게 '개념적 돌파(conceptual breakthrough)'로 작용해서 그것들이 실제로 만들어지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우주 승강기(space elevator)'나 인공 광합성과 같은 기술들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멋진 발명들보다는 비합리적이거나 비현실적인 제안들이 훨씬 많았다. 그런 성공과 실패의 사례들보다 우리에게 교훈적인 것은 과학소설 작가들이 실패한 방식이다. 과학소설에서 나온 발명들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것은 역시 우주선이다.
우주선은 과학소설에서 처음 그 개념이 제시되었을 뿐 아니라, 과학소설을 읽고서 우주 탐험에 열광적인 시민들이 존재한 덕분에 엄청난 자원이 드는 개발 사업이 가능했다. 그러나 달에 첫 우주선이 닿는 모습을 그린 작품들은 모두 그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세부 사항 하나를 놓쳤다. 바로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그 광경을 텔레비전을 통해서 지켜보았다는 사실이다.
 
16) 종교
 
과학소설의 이름과 정의를 생각하면, 종교는 과학소설에 가장 이질적인 주제로 여겨질 터이다. 그러나 과학소설의 역사에서 종교는 줄곧 중요한 주제였다.
19세기에 과학의 발전으로, 특히 지질학, 생물학 그리고 천문학의 발전으로, 인류의 지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기독교 교리와 상충하는 사실들이 잇따라 발견되자, 유럽의 많은 지식인들에게 전통적 교리들과 그것들에 점점 적대적으로 되어가는 과학 이론들을 조화시키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지적 과제가 되었다.
외계인들의 종교도 과학소설이 성공적으로 다루어 온 주제다. 종교를 주제로 삼는 일에서 과학소설의 특질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분야는 아마도 종교적 경험을 반대쪽에서, 즉 신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일 터이다.
 
 
7. 과학소설 속의 과학

그 말이 뜻하는 것처럼, 과학소설은 과학을 다루는 소설 장르다. 여기서 과학은 현재 과학계가 정설이라고 여기는 과학 이론들의 집합을 뜻한다. 실제로는, 위에서 살핀 바처럼, 사정이 복잡하다. 과학소설 작품들 속엔 과학만이 아니라 '의사 과학(pseudo-science)'과 '상상 과학(imaginary science)'이 많이 들어있다. 심리학이나 사회학과 같은 '무른 과학들(soft sciences)'의 분야들에선 특히 그렇다.
 
의사 과학은, 비록 과학적 또는 유사 과학적(quasi-scientific) 용어들을 쓰지만, 정통적 과학자들에 의해 틀렸거나 증명되지 않았다는 판정을 받은 믿음들의 체계다.
이론의 여지가 없이 의사 과학에 속하는 것들은 점성술, 수에 의한 예언(numerology), 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한 믿음(ufology), 초감각적 지각(ESP), 속이 빈 지구(hollow Earth), 잃어버린 대륙, 라마르크(Jean Baptiste Pierre Antoine de Monet de Lamarck; 1744 – 1829)의 학설에 바탕을 둔 진화 (이 가정은 기계 인간이나 외계인에 적용될 때는 의사 과학에서 상상 과학으로 성격이 달라진다) 그리고 성경과 신화들 속에 나오는 재앙들은 모두 우주적 교란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주장 따위다.
 
틀렸음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아서 아직 논란을 빚는 것들 가운데 중요한 것으로는 융(Carl Gustav Jung; 1875 – 1961)의 이론을 들 수 있다. 이런 의사 과학들은 바뀌지 않는 핵심적 아이디어를 핵심으로 삼아 새로운 모습을 하고서 거듭 나타난다. 새로운 버전들은 원래의 버전보다 훨씬 과학적으로 치장을 했으므로, 논파하기가 힘들고, 과학에 무지한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상상 과학은 과학소설 작가들이 꾸며낸 과학 이론들로, 현재로선 불가능한 것들이다. 의사 과학과 상상 과학 사이의 차이는, 의사 과학을 따르는 사람들은 그것이 옳다고 믿지만, 상상 과학을 고안해 낸 과학소설 작가는 그것이 적어도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는 점을 안다는 사실이다.
상상 과학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앞으로는 가능할 수도 있는 것들이다. 정보 전달을 통한 물체의 재생, 생명 활동의 정지(suspended animation) 그리고 외계 생물학(xenobiology)은 대표적이다.
다른 하나는 현재의 정설로는 불가능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서 고안된 것들이다. 초광속 여행과 통신, 반중력, 보이지 않는 기술(invisibility), 시간 여행, 대체 세계 따위는 널리 알려진 예들이다. 애시모프가 고안한 'positronics'나 'psychohistory'도 이 부류에 속한다.
 
 
8. 과학소설에 관한 정보

과학소설에 관한 책들은 많다. 미국에선 과학소설에 관한 연구가 "산업을 이루었다"는 얘기가 나온 지 이미 오래다. 자연히, 좋은 입문서들도 구하기 어렵지 않다.
 
가볍게 읽을 만한 입문서로는 런드월(Sam J. Lundwall; 1941 - )의 <과학소설의 모든 것(Science Fiction: What It's All About)> (1971, Ace Book)을 추천할 만하다. 런드월은 스웨덴의 대중 음악가이자 과학소설 평론가로, 이 책은 원래 1969년에 스웨덴어로 출간되었다. 읽기 쉽게 쓰여졌고 흥미로운 사항들이 많이 소개되었다.
미국 작가 건(James E. Gunn; 1923 - )의 <대체 세계들: 삽화가 들어있는 과학소설의 역사 (Alternate Worlds: The Illustrated History of Science Fiction)> (1975)도 균형이 잡히고 설명이 또렷해서, 일반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보다 학구적인 접근을 바라는 독자들에겐 영국의 작가들인 브라이언 올디스(Brian W. Aldiss)와 데이비드 윈그로브(David Wingrove; 1954 - )의 <1조 년 동안의 잔치 (Trillion Year Spree)>(1986)를 추천할 만하다.
저자의 통찰력과 주장들이 뚜렷이 드러나고 과학소설에 대한 열정이 배어 있어, 독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이 책은 올디스가 1973년에 펴낸 <10억 년 동안의 잔치 (Billion Year Spree)>를 확대한 것인데, 적잖은 이들이 오히려 이 책을 더 높이 평가한다.
 
과학소설을 쓰려는 사람들은 '클래리언 과학소설 작가 창작교실 (Clarion Science Fiction Writers' Workshop)'의 작품집들에서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을 터이다.
이 창작교실은 원래 1968년에 미국 펜실배니어의 클래리언 주립대학(Clarion State College)에서 시작했는데, 과학소설 분야에서 가장 오래 되고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명성이 높은 과학소설 작가들의 지도 아래 집중적 창작과 토론을 통해서 과학소설 창작 능력을 함양하면서, 그 과정에서 나온 학생들의 작품들과 선생들의 해설들을 모아서 작품집들을 냈다. 첫 회의 주관자였던 미국 작가 로빈 스코트 윌슨 (Robin Scott Wilson; 1928 - )이 편집한 <클래리언(Clarion)> (1971) 이후 여러 권이 나왔다.
 
과학소설에 관한 기본 자료들을 얻는 데는 캐나다의 작가이자 비평가인 클루트(John Clute)와 오스트레일리아의 작가이자 편집자인 니콜스(Peter Nicholls)의 <과학소설 백과사전(The Encyclopedia of Science Fiction)>(1979, 1993, St. Martin's Press)이 가장 권위가 크고 이용하기 편리하다. (과학소설에 관해 학술적으로 연구하려는 사람들은 이 백과사전의 'Critical and Historical Works About SF' 항목에서 필요한 책들과 잡지들의 목록을 얻을 수 있다.)
과학소설에 관한 최신 정보들을 얻는 데는 미국의 과학소설 전문 잡지(semiprozine)인 '로커스(Locus)'가 좋다. 1968년에 창간된 뒤 명성을 얻어, 이제는 과학소설 분야의 대표적 전문지가 되었다.
 
 
9. 과학소설 분야의 상들

과학소설 분야의 상들은 꽤 많다. 그것들 가운데 가장 오래 되고 권위가 큰 것들은 '휴고상(Hugo Award)'과 '성운상(Nebula Award)'이다.
'휴고상'은 본래 이름이 '과학소설 성취상(The Science Fiction Achievement Award)'인데, 1926년에 과학소설 전문 잡지 '놀라운 이야기들(Amazing Stories)'를 창간해서 과학소설의 발전에 크게 공헌한 미국 출판인 건즈백(Hugo Gernsback)을 기려서 '휴고상'이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붙였다.
과학소설의 아마추어 또는 팬들이 주는 상으로 1953년부터 시상했. 소설이 주요 분야이지만, 편집, 미술, 삽화, 영화 및 텔레비전 그리고 팬 작품과 같은 분야들에도 시상하며, 갖가지 특별상들도 한시적으로 설정된다.
 
'성운상'은 1966년부터 '미국 과학소설 및 환상소설 작가협회 (The Science Fiction and Fantasy Writers of America)'가 수여해온 상이다. '휴고상'과는 달리, 직업 작가들의 견해가 반영된 상이다. 장편 소설(novel; 40,000자 이상), 짧은 장편 소설(novella; 17,500자 – 40,000자), 중편 (novelette; 7,500 자 – 17,500 자) 및 단편(short story; 7,500자 미만)의 분야들에 대해서 시상한다.
 
 
10.일반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들

과학소설은 주류 소설보다 역사가 훨씬 짧고 작품들의 수도 그리 많지 않다. 작품들의 역사적 중요성과 문학적 성취도에 대한 합의도 주류소설의 경우보다 훨씬 뚜렷하다. 아래에 소개된 작품들은 일반 독자들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고전'들인 바, 필자의 취향을 주로 반영했으므로, 아주 주관적인 목록이다.
 
1) 쥘 베른(Jules Verne; 1828 - 1905): <바다 밑 2만 리 (Vingt mille lieus sous les mers)> (1870)
 
잘 구상된 잠수함 '노틸러스호(Nautilus)'와 우울하고 신비적인 선장 네모(Nemo)가 인상적이어서,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았다. 19세기 과학소설에선 보기 드물게 잘 다듬어진 작품으로, 문학적 성취도와 상업적 성공을 함께 거두었다.
 
2) 허버트 조지 웰스(H. G. Wells; 1866 – 1946): <시간 기계: 발명품(The Time Machine: An Invention)> (1895)
 
발명가가 제작한 '시간 기계'를 타고 인류와 지구가 먼 미래에 맞은 운명을 미리 살핀 작품이다.
 
3) 올라프 스테이플던 (Olaf Stapledon; 1886 – 1950): <마지막 그리고 첫 인간(Last and First Man)> (1930)
 
20억 년에 걸쳐 18인류 종족들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4) 워드 무어(Ward Moore; 1903 – 1978): <희년을 선포하라(Bring the Jubilee)> (1953)
 
'게티스버그 싸움'에서 남군이 이겨서 '남북전쟁'에서 남부가 이겼다는 가정 아래 쓰여진 대체역사다. 대체역사의 고전으로 꼽힌다.
 
5) 조지 오웰 (George Orwell; 1903 – 1950): <1984년 (Nineteen Eighty-four)> (1949)
 
전제적 권력에 의해 엄격하게 통제된 사회의 모습을 그린 반이상향 소설이다.
 
6) 로버트 하인라인(Robert A. Heinlein; 1907 – 1988): <달은 엄격한 여인이다 (The Moon Is a Harsh Mistress)> (1966)
 
지구의 식민지인 달 사회가 독립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완전한 인공 지능이 출현하는 과정을 그렸다.
 
7) 스프레이그 드 캠프(L. Sprague De Camp; 1907 - 2000): <어둠이 덮이지 않도록(Lest Darkness Fall)> (1941)
 
6세기 로마로 시간 여행을 한 20세기 사람이 중세의 '암흑기'를 막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8) 윌리엄 골딩(William Golding; 1911 - 1993): <파리대왕(Lord of the Flies)> (1954)
타고 가던 비행기가 추락해서 외딴 섬에 닿은 소년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생존하면서 사회적 질서를 이루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9) 리 브래키트(Leigh Brackett; 1915 – 1978): <긴 내일 (The Long Tomorrow)> (1955)
 
핵전쟁으로 현대 문명이 파괴된 세상에서 과학과 기술을 되살리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재앙후 소설이다.
 
10) 아서 클라크 (Arthur C. Clarke; 1917 - 2008): <유년의 끝 (Childhood's End)> (1953)
 
인류가 훨씬 앞선 외계인들의 도움으로 원숙한 종족으로 바뀌고 마침내 우주의 정신(cosmic overmind)에 합류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11) 시어도어 스터전(Theodore Sturgeon; 1918 – 1985): <인간 이상(More than Human)> (1953)
 
깊이 소외된 아이들 여섯이 염력을 지닌 하나의 생명체로 융합되어 진정한 원숙함을 얻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12) 프레데릭 폴(Frederik Pohl; 1919 - 2013): <강화된 사람(Man Plus)> (1976)
화성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변형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13) 아이적 애시모프 (Isaac Asimov; 1920 – 1992): <기단 (Foundation)> 연작
 
인류 문명이 은하 전체에 퍼져 방대한 은하 제국을 이룬 먼 미래의 이야기다. 역사적 제국들의, 특히 로마 제국의, 흥망을 참고하여 쓰여졌다.
 
14)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 1920 - 2012): <화씨 451도 (Fahrenheit 451)> (1953)
 
지식이 위험한 것으로 여겨져서, 책들이 모두 불태워지고, '소방관'들이 지식의 통제자들이 된 반이상향 사회를 그린 작품이다. 화씨 451도는 종이가 불이 붙는 온도다.
 
15) 프랭크 허버트 (Frank Herbert; 1920 – 1986): <모래 행성(Dune)> (1965)
 
전체가 사막인 행성을 무대로 삼아 사회의 움직임을 총체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섬세하면서도 포괄적인 생태계의 묘사가 뛰어나며, 환경 문제와 관련하여 큰 사회적 영향을 미쳤다.
 
16) 스타니슬라프 렘(Stanislaw Lem; 1921 - 2006): <솔라리스 (Solaris)> (1961)
 
신과 비슷한 이상한 존재와의 교섭을 통해서 인류의 한계를 그린 우화(parable)다.
 
17) 제임스 블리쉬(James Blish; 1921 – 1975): <양심의 문제(A Case of Conscience)> (1958)
 
기독교의 '원죄(Original Sin)'의 개념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는 외계인들에 대한 태도를 놓고 야소회 신부가 고뇌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종교 문제를 정색하고 다룬 과학소설의 고전이다.
 
18) 월터 밀러(Walter M. Miller; 1922 - 1996): <라이보위츠를 위한 영창(A Canticle for Leibowitz)> (1960)
 
핵전쟁으로 재앙을 만난 세계를 무대로 삼아 종교와 지식을 다룬 작품이다.
 
19) 러셀 호번(Russel Hoban; 1925 - 2011): <리들리 워커(Riddley Walker)> (1980)
 
영국 남부 지방을 무대로 한 재앙후 소설로, 재앙이 일어난 지 2천 년 가량 지난 뒤의 상황을 그렸다. 문명이 파괴된 뒤 언어가 쇠퇴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서 명성이 높다.
 
20) 대니얼 키즈(Daniel Keyes; 1927 - 2014): <알저넌을 위한 꽃다발(Flowers for Algernon)> (1966)
 
인공적으로 지능을 높이는 연구 사업을 주제로 삼은 작품이다. 지능이 아주 낮았지만 인공적 과정을 통해서 천재의 지능을 갖게 된 사람이 화자가 되어 자신의 경험과 바로 앞선 실험의 대상이었던 생쥐의 경험을 들려준다. 영화 <찰리 (Charley)>로 널리 알려졌다.
 
21) 필립 딕 (Philip K. Dick; 1928 – 1982): <높은 성 속의 사람 (The Man in the High Castle)> (1962)
 
2차대전에서 연합국측이 져서, 미국이 독일과 일본의 식민지로 된 상황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그린 대체역사다.
 
22) 어슐러 르 귄(Ursula K. Le Guin; 1929 - ):<어둠의 왼손(The Left Hand of Darkness)> (1969)
 
본질적으로 양성(兩性)인 종족들이 사는 행성에 찾아간 인종학자의 경험을 통해 성과 문화적 국수주의를 다룬 작품이다.
 
23) 키스 로버츠(Keith Roberts; 1935 - 2000): <파반 춤(Pavane)> (1968)
 
영국 엘리자베스 1세가 암살되고 스페인의 '무적 함대'가 영국을 정복했다는 가정 아래 쓰여진 대체역사다. 천주교회가 지식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사회의 모습을 잘 그렸다.
 
24)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 1948 - ): <신경조작자(Neuromancer)>(1984)
 
한 사람의 마음이 컴퓨터들로 이루어진 '조절공간(cyberspace)'에서 겪는 일들을 그려서 과학소설의 새로운 경지를 연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이버펑크(cyberpunk'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25) 래리 니븐(Larry Niven; 1938 - ): <원형 세계(Ringworld)> (1970)
 
별을 둘러싼, 폭이 1백만 마일이고 둘레가 6억 마일인 원형 구조물을 무대로 삼은 작품이다.
 
26) 그레고리 벤포드 (Gregory Benford; 1941 - ): <시간적 풍경 (Timescape)> (1980)
 
시간을 거슬러 전언을 보내서 역사를 바꾸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그린 작품이다. 벤포드는 원래 물리학자인데, 과학자들이 실제로 일하는 모습을 잘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27) 새뮤얼 들레이니 (Samuel R. Delany; 1942 - ): <바벨- 17(Babel – 17)> (1966)
 
외계인의 언어를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인식이 언어에 의해 지배된다는 주장을 드러낸 작품이다.
 
28) 마이클 비숍(Michael Bishop; 1945 - ): <시간 말고는 적이 없다 (No Enemy But Time)> (1982)
 
꿈을 통한 시간 여행으로 갱신세(Pleistocene) 아프리카로 찾아간 사람이 거기서 얻은 딸을 데리고 귀환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29) 데이비드 브린 (David Brin; 1950 - ): <차오르는 성조(Startide Rising)> (1983)
 
지능이 높은 종족들이 지능이 낮은 종족들을 향상(uplift)시키는 관행이 널리 퍼진 먼 미래의 은하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30) 킴 스탠리 로빈슨 (Kim Stanley Robinson; 1952 - ): <화성(Mars)> 3부작 (1992 – 1996)
 
화성에 이주하여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화성 탐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화성 식민지 건설도 전망할 수 있는 터라, 시의를 얻었다 할 수 있다. <붉은 화성(Red Mars)>, <풀빛 화성(Green Mars)>, <파란 화성 (Blue Mars)>으로 이루어졌다.
 
 
11.한국의 과학소설

우리 사회에서 과학소설 분야는 황무지에 가깝다. 우리 작가들이 쓴 과학소설 작품들은, 문학적 성취도를 떠나, 아주 드물다. 독자들도 아주 적다. 과학소설의 본 고장인 서양은 그렇다 치더라도, 과학소설이 번창한 이웃 일본과 비교하더라도, 우리 과학소설의 부진은 아프도록 뚜렷해진다.
 
우리 과학소설이 그렇게 부진한 까닭들은 물론 여럿일 터이다. 가장 근본적 요인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풍토가 전반적으로 척박하다는 사실이다. 보다 직접적인 요인은 과학과 문학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는 사정이다. 과학을 경시하거나 과학과 문학 사이의 담이 높은 사회에선 과학소설이 자라나기 어렵다.
 
또 하나 우리 과학소설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근대 이후의 불행한 역사 때문에 우리가 눈길을 과거로 돌려 과거의 파악과 해석에 대부분의 지적 자원을 투자했고 미래에 대해선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정이다. 미래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회에선 과학소설은 성장에 필요한 자양을 제대로 얻을 수 없다.
 
이런 사정에 관해서 우리에게 적절한 교훈을 주는 것은 프랑스의 경험이다. 프랑스는 영국과 함께 과학소설의 출현과 초기 성장 과정에서 큰 공헌을 한 나라다. 그러나 20세기엔, 특히 20세기 후반엔, 프랑스의 과학소설은 불모지에 가까웠다. 프랑스 평론가들인 루이(Robert Louit)와 샹봉(Jacques Chambon)의 진단은 음미할 만하다.
 
"2차 대전이 끝난 뒤에 두 가지 요인들이 프랑스의 과학소설의 미래에 크게 작용하게 되었다. 하나는 학교들과 대학들과 모든 사고하는 집단들에서 문학 (les litteraires)과 과학(les scientifiques)이 점점 멀리 떨어진 것이었다.
이런 사정은 소설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과학과 우리의 삶에 대한 과학의 잠재적 영향 들에 대한 관심을 덜 갖도록 만들었고, 10대들의 '먹이'로 뚜렷이 인식된 과학소설장르에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몰아냈다.
말하자면, 프랑스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나아가서 미래 전반에 대해서, 꿈꾸기를 멈추었던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런 사항들에 대해 남아 있는 관심들은 다른 원천으로부터, 즉 미국으로부터, 채워졌다는 것이다. 2차 대전이 끝난 뒤, 프랑스 대중들은 한꺼번에 재즈, 미국 영화들, 스릴러 소설(thriller)들 그리고 미국의 '과학소설의 황금기( Golden Age ofscience fiction)'를 발견했다."
 
특히 아쉬운 것은 여류 작가들의 활동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 주류소설에선 여류 작가들의 활동이 무척 활발했지만, 과학소설을 쓴 여류 작가는 찾기 힘들다.
과학소설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통념과는 달리, 과학소설은 사회의 구조와 주류 사조를 비판하는 데 아주 적합하다. 아직도 여성에 대한 차별이 남아있는 우리 사회에서 여류 작가들이 과학소설의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은 안타깝다.
 
외국 과학소설 작가들의 작품들이 많이 번역된 것도 아니다. 이 점에서 우리와 프랑스의 경험이 갈린다. 자연히, 우리 사회에서 과학소설에 대한 지식은 비참하도록 적었고 편견은 답답할 만큼 굳었다. 이런 사정은 우리 문학을 빈곤하게 만들었고, 나아가서 우리 사회의 지적 풍토를 척박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과학소설 영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과학소설에 대한 이해가 늘어가고 편견도 줄어든다. 좋은 과학소설 작품들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은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2014년 12월 26일 금요일

[꿈꾸는 목요일] '21일 법칙'… 3주만 참고 실천하라, 공부가 습관이 된다

[중앙일보] 입력 2014.12.25 00:53수정 2014.12.25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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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신' 새해 학습계획표 짜기 
계획하는 15분, 4시간 공부 효과 
잘못된 습관·태도부터 적어봐야 
영어단어 20개 … 문학 문제 10개 … 
구체적인 목표 세워야 실천 쉬워

올해 수능에서 만점을 받고 서울대 의예과 수시모집에 합격한 박현준(광주인성고)군의 공부 원칙은 단순하다. '그날 공부는 그날 끝낸다'는 것. 박군이 정한 그날의 공부량을 보자. 지난해 12월 겨울방학을 맞으며 방학 동안 세운 계획표다. 평소 약하다고 생각한 영어·국어(문학) 실력을 높이기 위해 주 단위로 '영어 단어 100개 외우기' '국어 문학 지문 50개 풀기' 같은 목표를 정했다. 그런 다음 매일 아침마다 '영어 단어 20개 외우기' 'EBS 교재 문학 문제 10개 풀고 지문에 나온 문학 작품 찾아 읽기' 같은 세부 실행계획을 세워 지켰다. 오후 6시까지 학교에서 자습하는 동안 못 지킨 계획은 집에 돌아와 먼저 한 뒤, 나머지 과목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공부했다. 

 그는 "욕심을 부려 지키지도 못할 목표를 짰다가 다음 날로 미루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며 "그날 배운 내용을 그날 복습하면서 넘어가니까 성취감이 생기고 공부에도 탄력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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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를 앞두고 누구나 저마다 공부 계획을 세운다. 이성민 한국리더십센터 평생교육원 강사는 계획을 짜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계획을 세우는 데 드는 15분이 공부시간 4시간과 맞먹는다"며 "공부에 빠져들게 하는 동기를 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대부분 학생이 계획을 지키지 못하고 '작심삼일(作心三日)'에 그친다는 것. 심지어 대학생도 마찬가지다. 취업포털 알바인이 지난 1월 첫 주 직후 대학생 783명을 설문한 결과 "일주일 동안 신년 계획을 지키지 못했다"고 답한 비율이 70%로 나타났다. '21일 법칙'으로 유명한 미국의 의사 맥스웰 몰츠는 저서 『성공의 법칙』에서 "무엇이든 21일만 계속하면 습관이 된다"며 "21일은 우리의 뇌가 새로운 행동에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우선은 결심이다. '공부의 신'으로 유명한 강성태 공신닷컴 대표는 "지금껏 계획을 지키지 못하도록 한 안 좋은 습관과 태도가 무엇인지 적고, 거기서 벗어나겠다는 결심부터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다음은 실천 가능한 공부 계획 짜기에 있다. '하루 영어 4시간'보다 '하루 영어 1시간씩 4회'로 잘게 쪼갤수록 효과가 있다. 강 대표는 "'영어를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올리겠다'가 아니라 '매일 영어단어 30개 외우기, EBS 영어 라디오 30분 듣기, EBS ○○ 교재 문법 완독, 3개월 뒤 영어시험 10점 높이기' 식으로 계획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 역시 그런 계획을 짜 실천에 옮겼다. '45분 공부, 10분 휴식, 5분 복습'을 칼같이 지켜 2001년 전국 수능 상위 0.01%의 성적으로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에 입학한 것이다.

 올해 수능 만점자 이동헌(부산대연고)군의 사례를 보자. 그는 "매일 아침마다 계획을 구체적으로 짰는데 쉴 때도 그냥 '휴식'으로 표시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으로 토론 프로그램 동영상 보면서 쉬기'처럼 구체적으로 짰다"며 "50분 공부하면 10분 쉬는 시간은 반드시 지켰다"고 말했다. 

 계획 짜는 순서는 연간→월간→주간→일간 계획 순이다. 연간 계획표엔 개학식·방학식과 중간·기말고사 같은 학사 일정을 적으면 된다. 월간·주간 계획표엔 모의고사와 수행평가 제출일, 학원 휴강일, 친구 생일 같은 보다 세세한 일정을 적는다. 가장 중요한 건 일간 계획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과목 ▶교재명과 분량 ▶학습 내용을 한 시간 단위로 일간 계획을 짠 뒤 목표를 지켰는지 매일 잠들기 전 체크하라고 조언한다. 김영일 교육컨설팅 대표는 "초등학생 때부터 계획을 어겼을 경우 'X' 표시를 하고 '일찍 잤음' '게임했음' 같은 이유를 적어 부모가 체크할 수 있도록 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다만 목표는 평소 공부 리듬보다 약간 부담을 주는 범위로 정해야 한다. 이성민 강사는 "능력 최대치의 90%를 목표로 세워놓고 10% 여유는 못 지킨 계획을 지키는 시간으로 활용하라"고 말했다. 잠자는 시간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수능 만점자들이 으레 그렇듯, 박현준군도 "매일 6~7시간은 꼬박 챙겨 잤다"며 "깨어 있는 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겨울방학은 스스로 세운 계획에 따라 공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방학은 예습보다 학기 중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김정훈(대구경신고)군은 "고3을 앞둔 겨울방학을 학기 중 배웠던 개념이나, 평소 틀렸던 문제를 확실하게 이해한 뒤 탐구 과목 예습으로 넘어가는 시간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내년 수능을 앞둔 예비 고3은 1년 계획을 ▶개념 위주로 수능 기초를 다지는 겨울방학 ▶문제 유형·풀이법을 익히는 1학기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6월 이후 ▶모의고사 문제를 수능 시간에 맞춰 풀어보는 9월 이후로 짜는 게 좋다.

 부모는 훈계하기보다 '도우미'로 나서야 한다. 송인섭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부모가 계획을 지켰나 안 지켰나 감시하거나 실패를 지적하는 역할에 그친다면 자녀에게 스트레스만 줄 수 있다"며 "계획을 지켰을 땐 칭찬해주고, 못 지켰을 땐 왜 실패했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기환 기자 

산업 생태계 휘젓는 이들

[중앙일보] 입력 2014.12.11 00:01 / 수정 2014.12.11 00:01

[이슈추적] 모바일시대 '플랫폼 비즈니스'의 명암
택시업계 위협하는 '우버X'
호텔과 갈등 '에어비앤비'
과다 수수료 논란 배달앱 …
기존 산업과 공생 위해선
법규 정비, 사회적 합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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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중개서비스 우버가 이달부터 개인 소유 일반 자동차로 영업을 하는 '우버X'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중개 수수료 없이 운영하던 것을 유료로 전환한 것이다. <중앙일보 8월 29일자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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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 리무진을 연결해주는 다른 우버 서비스와 달리 우버X는 자가 운전자라면 누구나 짬을 내 '기사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 이에 서울시는 우버X를 '불법 콜택시'로 규정하고 단속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개인택시조합 최돈선 기획팀장은 "자가용 자동차를 유료 운송행위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명백한 불법"이라며 "당국 인허가를 받지 않고 영업을 해 승객 안전 등에 문제가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등장한 플랫폼 비즈니스가 '생태계 파괴 논란'에 휩싸였다. 처음엔 오프라인 시장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준다는 취지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시장을 주도하는 '파워'를 바탕으로 시장 참여자에게 피해를 안겨주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과다 수수료 논란을 빚은 배달앱이다. 서울 잠실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모(43)씨는 배달앱에서 떼가는 10% 정도의 수수료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1만원짜리 음식을 주문하면 1000원의 수수료를 낸다는 얘기다. 이씨는 "이미 손님들이 배달앱을 통해 주문하는 것에 익숙해진 상황"이라며 "배달앱을 탈퇴했다간 매출이 크게 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국민 메신저가 된 카카오톡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메신저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전자상거래가 이뤄지면서 '갑'의 위치에 섰다. 35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카카오톡은 플랫폼의 지배력을 이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면서 중소 게임사, 모바일 상품권 업체, 소액결제 업체 등과 충돌하고 있다. 플랫폼 업체는 플랫폼 참여자와 일정 부분 수익을 공유하는 형태로 사업을 운영해 나가지만 수익 배분비율 같은 기본 정책은 전적으로 업체가 결정한다. 플랫폼 참여자는 '을'이 될 수밖에 없다.

 법무법인 '정률'의 정관영 변호사는 "소비자 효용을 높이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플랫폼을 독점해 시장 참여자를 좌지우지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며 "피해를 보는 쪽은 경제적 약자이기 때문에 방치했다간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플랫폼 참여자와 갈등을 빚기도 하고 시장에 자리잡고 있던 기존 '플레이어'와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논란이 된 우버X의 탑승 요금은 기본요금 2500원에 ㎞당 610원(탑승 시간 1분당 100원 별도)으로 택시보다 약간 저렴한 수준이다. 우버X가 활성화되면 택시 운전사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

 특히 플랫폼 비즈니스는 특별한 면허·허가 없이도 의료·운송·숙박업 등 거의 모든 산업을 플랫폼이라는 기반 위에서 영위할 수 있다. 집주인의 빈방을 여행자 등에게 제공하는 에어비앤비는 숙박업체가 지켜야 할 소방·안전 등의 규제를 받지 않아 기존 호텔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여기에 방을 빌려주는 이들이 사실상 임대소득을 얻고 있지만 이에 대한 세금도 내지 않고 있다.

 사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새로운 플랫폼이 기존 산업을 대체하고 새로운 산업구조를 만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청강문화산업대 박민우 교수는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회적 활동이 이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법규·규제와의 충돌에 대한 대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소비자 보호 장치 및 보험의 효력 ▶거래 투명화와 과세 ▶노동자의 권리 문제 ▶개인정보 침해 ▶기존 사업자들과의 사회적 합의 등을 풀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부작용만 일으키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상품 개발 플랫폼인 '퀄키'에서 일반인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켜 제품을 만들고 이익을 나눈다. 자금이 부족한 일반인들이 전문가·기업과 파트너를 맺어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아웃소싱 공장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아프리카TV 서수길 대표는 "플랫폼을 매개로 실시간 정보 교류와 직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생산·소비 방식을 창출했다"며 "앞으로는 무엇을 만들어 어떻게 팔까보다 누구를 참여시키고 이들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기업경영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해용 기자   

[J Report] 오라클·IBM 꺾은 포스, 세일즈포스닷컴

[중앙일보] 입력 2014.12.24 00:25

SW 인터넷서 빌려주는 서비스
'클라우드 컴퓨팅' 개척한 기업

마크 베니오프 CEO가 올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드림포스 201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더이상 클라우드 없이는 비즈니스가 불가능한 세상이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미국 정보통신기업(ICT) 기업들이 몰려있는 실리콘밸리의 '앞마당' 샌프란시스코. 매년 이곳에서는 전(全) 세계 최대 규모의 IT 콘퍼런스 '드림포스'가 열린다. 드림포스는 소프트웨어(SW) 개발자만의 행사가 아니다.

 특히 올 10월 13~17일 열렸던 '드림포스 2014'에는 참석자만 15만명에 달했다. 애플 본사인 쿠퍼티노에 인접해 '애플의 텃밭'이라 불렸던 샌프란시스코는 도시 자체가 세일즈포스를 상징하는 하늘색 그 자체였다.

IT 콘퍼런스 '드림포스' 기획 … 15만 명 몰려

힐러리 클린턴(가운데) 전 국무장관이 드림포스 2014에서 베니오프 CEO, 클라우스 슈밥(오른쪽) 세계경제포럼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하늘색으로 도색한 건물, 하늘색 버스, 하늘색 셔츠를 입은 사람들로 가득찼다. 특히 이번 드림포스에는 미국 차기 대선 후보 1순위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까지 연사로 나섰다.

 강연 중간중간에는 'Surfing USA', 'Wouldn't it be nice?' 등의 팝송으로 국내에도 알려진 샌프란시스코 출신 밴드 '비치보이스'가 공연을 하고, 밤에 열리는 갈라쇼에는 팝 가수 브루노 마스와 윌아이엠(Will.I.am)이 등장했다.

 한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지식 콘퍼런스 '테드(TED)'와 마찬가지로 강연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쇼비즈니스' 행사였다. 샌프란시스코 분위기는 축제 그 자체였다.

 매년 10만명이 넘는 인원이 모이는 거대한 쇼비즈니스를 기획한 곳은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이란 회사다. 1999년 세워져 창업한지 15년밖에 안 된 IT기업이다.

 1911년 설립된 IBM이나 빌 게이츠가 1975년 창업한 마이크로소프트(MS)에 비하면 역사가 매우 짧은 편이다.

 국내에는 세일즈포스닷컴이 잘알려져있지 않지만 실리콘밸리에선 '클라우드 컴퓨팅'을 개척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외부에 보관된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PC나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원하는 자료를 꺼내다 쓸수 있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사실 세일즈포스가 막 창업한 1999년 당시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은 이미 오라클(Oracle)·SAP·IBM 같은 거대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었다.

 거대 SW기업들을 꺾을수 있던 비결이 무엇이었는지 세일즈포스닷컴 직원에게 물어보니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남들보다 먼저 '눈에 보이지 않는' 구름처럼 '클라우드(cloud)'를 썼기 때문이지요." CD롬으로 구성된 소프트웨어 패키지가 아니라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 일명 SaaS를 선도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세일즈포스닷컴의 서비스는 기존 통념을 뛰어 넘는다. 소비자관계분석(CRM),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비싼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직접 사는게 아니라,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내려받고 빌려쓰도록 했다.

 세일즈포스닷컴서비스는 서버, 중앙 컴퓨터 같은 하드웨어(HW)뿐만 아니라 SW를 따로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업체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반면 당시 IBM이나 오라클 같은 기존 강자들은 기술 사용료, 유지 비용, 인프라 구축 비용 등을 포함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들에게 연평균 100만 달러 이상을 청구했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세일즈포스닷컴은 간단하고 직관적인 서비스만을 제공해 솔루션 가격을 경쟁업체의 10%수준으로 낮췄다"면서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지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는 옵션까지 줬기 때문에 중소업체들까지 고객으로 흡수했다"이라고 설명했다.

 통념을 뛰어넘는 혁신적 서비스를 바탕으로 세일즈포스닷컴은 오라클·MS·IBM 등 세계적 업체들을 제치고 CRM 분야 글로벌 1위에 올라섰다.

 특히 이 회사를 이끄는 마크 러셀 베니오프(50) 최고경영자(CEO)는 '괴짜'로 통한다. 서양인으로는 드물게 불교 신자인 베니오프는 15세 때 이미 게임 회사를 만들어 '신동 프로그래머'라는 별명을 얻었다. 스무 살 때에는 애플 매킨토시 사업부에서 일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오라클에 스카우트됐다. 입사 1년 뒤 회사 내에서 '올해의 루키'가 됐다. 26세에는 최연소 부사장 자리를 꿰찼다.

 회사 창업 후 그는 수백만달러 규모의 소프트웨어 거래 관행에 작별을 고하며 '소프트웨어는 끝났다(No Software)'는 캠페인을 벌였다. 오라클·MS·IBM 등 거대 IT기업을 겨냥한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자신이 상사로 함께 일했던 래리 엘리슨 오라클 전 CEO와는 올해까지도 설전을 벌이고 있다.

세계 최초로 앱 형태 CRM 서비스 제공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면서 모바일에도 남들보다 먼저 눈을 떠 2008년 세계 최초로 애플리케이션(앱) 형태로 CRM 서비스를 제공했다. 세일즈포스닷컴만의 생태계인 '앱익스체인지'도 개설했다. 베니오프 CEO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같은 앱 장터를 B2B(기업간 거래) 시장에도 도입하면 자유롭게 거래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앱익스체인지에는 총 2650개의 기업용 앱이 등록돼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동행한 최현택 대유넥스티어 대표는 "영국 정부가 세일즈포스닷컴을 벤치마킹해 2009년 정부 클라우드에서 구동할 수 있는 앱, 솔루션 등을 모아놓은 '클라우드 스토어를 개설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클린턴 부부 등 미국 리버럴 정치인들과도 허물없는 사이다. 1990년대 실리콘밸리 초창기 때부터 민주당에 줄곧 정치자금을 기부해 온 '큰 손'이기 때문이다. 베니오프는 힐러리의 민간 정치자금 단체인 '레디 포 힐러리'에 2007년 원년 멤버로 참여했고,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선 운동 당시에도 총 50만 달러를 기부했다.

 현재 베니오프는 두 달에 한번씩 일본에 방문하고 있다. 일본 우정국과 일본 항공(JA), 도요타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우정국은 2007년 민간 부문보다 앞서 외국계 업체인 세일즈포스닷컴의 CRM '포스원'을 도입했다. 초기 5000여명 상대로만 실시한 우정국 CRM 서비스는 불과 6개월 만에 14만명까지 사용자를 확보했다. 일본 우정성은 1년 만에 1000억원 이상을 절감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샌프란시스코=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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