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면 스스로 서는 유모차 개발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2014.11.26 00:02창의력 키우는 '캡스톤 디자인' 수업
졸업논문 대신 제품 연구개발
교육 만족도, 취업 경쟁력 높여
내일 '2014 공학교육 페스티벌'
박씨는 "모터와 센서를 유모차에 결합하면 내리막길에서는 천천히 가고, 오르막과 평지에선 쉽게 밀 수 있을 뿐 아니라 위험할 땐 스스로 멈추는 것이 가능하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센서에 활용할 프로그램 작성에서 유모차 개조를 위한 용접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해냈다. 이들이 출품한 스마트 유모차는 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KINTEX)에서 열리는 '2014 공학교육 페스티벌'에서 교육부장관상을 받는다. 박씨는 "잦은 밤샘으로 지칠 때도 많았지만 세상에 없던 새 제품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게 공학도의 진정한 보람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공학교육이 진화하고 있다. 책·이론에 매였던 과거와 달리 제품 제작, 실습 위주 교육과정으로 변모하고 있다. 창의적 사고를 키우고 취업 경쟁력도 높여, 학생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캡스톤 디자인에 참여한 공대생은 2만 4350명이다. 전년도(1만 6397명)의 1.5배다. 관련 경진대회 참여자(2만 7171명)도 전년도에 비해 40% 가량 늘었다. 장동식 공학교육혁신협의회장(고려대 산업공학과 교수)은 "창의적인 제품으로 세상에 기여하는 '행복 디자이너'로 공대생을 기르는 게 공학교육의 진정한 목표"라며 "이를 위해 캡스톤 디자인, 융합 교과목과 현장실습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한석수 대학지원실장은 "이같은 공대교육 혁신을 위해 전국 74개 대학에 있는 공학교육혁신센터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캡스톤 디자인은 융합적 사고를 키워주고 있다.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국민대 컴퓨터공학부 '신기방기'팀은 천에 그림을 그리면 이를 파일로 옮겨 출력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장치와 달리 천이 눌려진 깊이에 따라 그림의 굵기·농도가 달라진다. 현동민(22)씨는 "붓을 누를수록 농도가 짙어지는 수묵화의 원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의사소통의 노하우, 팀워크의 중요성을 체험하는 기회도 된다. 센서가 내장된 장갑과 스마트폰을 활용한 위험물처리 로봇을 출품한 동양미래대 로봇자동화공학부 동아리 'MoAS'의 석기환(22)씨는 "회원 7명이 갈등도 생겼지만 곧 대화와 타협하는 법을 배웠다. 개인의 능력 만큼 소통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취업 경쟁력도 키워주고 있다. 학과 친구들과 함께 전자의수(義手)를 개발한 전북대 전자공학부 이승택(24)씨는 이달 초 LG그룹의 반도체설계 자회사에 취업했다. 그는 "면접관들마다 '어떤 일을 맡았나''기술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느냐'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28일까지 킨텍스에서 열리는 공학교육 페스티벌에선 공감·체험형 부스 300여곳을 설치해 한국·해외 공대생의 캡스톤 디자인 우수작을 소개한다.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공학교육혁신협의회가 주관하는 행사엔 ▶공대생을 위한 취업 콘서트 ▶중고생을 위한 강연, 체험 프로그램 ▶여성공학인 CEO 강연 ▶해외 전문가, 공대학장·교수가 참여하는 공학교육 회의도 진행된다.
글=천인성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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