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사업계획서 완벽하게 쓰고 투자받았는데 망했다? 당연… 창업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가설 테스트'
런던=김남희 기자 | 2016/02/27 03:04
창업 지침서 '성공하는 사업의 7가지 원칙' 저자 존 멀린스
2009년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 다니던 제시카 재클리는 친구들과 함께 '프로파운더(ProFounder)'라는 회사를 차렸다. '벤처회사가 온라인에서 여러 사람으로부터 자금을 모을 수 있게 해주자'는 게 사업 아이디어였다.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투자자들이 이를 보고 투자할 수 있게 해준 것인데, 이제는 창업자들의 자금 조달 창구로 자리 잡은 '크라우드 펀딩' 모델이다. 그런데 같은 해 서비스를 시작한 비슷한 성격의 '킥스타터'가 세계 최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로 성장한 반면, 프로파운더는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프로파운더는 왜 실패했을까?
프로파운더 창업자들은 미국 50개주(州) 전체에서 동시에 크라우드 펀딩 사업을 하기로 했다. 문제는 미국 주마다 규제와 법이 달라 모든 주에서 한꺼번에 합법적인 서비스를 출시하는 게 사실상 어려웠다는 것이다. 사업 자금을 구해도 법률 문제를 처리하는 변호사 비용으로 돈이 대부분 빠져나갔다.
프로파운더 창업자들은 미국 50개주(州) 전체에서 동시에 크라우드 펀딩 사업을 하기로 했다. 문제는 미국 주마다 규제와 법이 달라 모든 주에서 한꺼번에 합법적인 서비스를 출시하는 게 사실상 어려웠다는 것이다. 사업 자금을 구해도 법률 문제를 처리하는 변호사 비용으로 돈이 대부분 빠져나갔다.
존 멀린스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존 멀린스(Mullins·71)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프로파운더가 저지른 근본적인 실수는 사업 가능성을 테스트해보지 않고 무턱대고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기 전에 사업 아이디어에 대한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창업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대개 완벽한 사업 계획서를 쓰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그 전에 작은 테스트를 통해 아이디어의 결함 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프로파운더 창업자들은 사업 아이디어가 실제로 전국에서 동시에 실행 가능한지 시험도 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먼저 캘리포니아주에서 테스트를 했어야 합니다. 한 지역에서 시작해서 잘되면 다른 주로 차근차근 사업을 확대했어야 하죠. 이들은 크라우드 펀딩 사업에서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본 가설은 뭔지, 어떤 가설을 검증해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멀린스 교수는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창업, 기업가 정신, 마케팅에 대해 주로 강의하고 있다.
2011년 '싱커스 50인(Thinkers 50)' 행사에서 경영 사상 리더에게 주는 레이더상을 받았다. 3M, 타임워너 커뮤니케이션, 케냐항공, 국제금융공사(IFC) 등에 컨설팅도 했다.
멀린스 교수는 식품 유통 사업 등 두 번의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 성공을 위한 여러 권의 가이드북을 썼다. '성공하는 사업의 7가지 원칙(The New Business Road Test)'은 본격적인 사업 시작 전 테스트의 필요성을 강조한 책이다. 2003년 첫 출간 이후 현재까지 네 차례 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창업 지침서로 인기를 끌었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회사인 KPCB(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앤드 바이어스)의 파트너 랜디 코미사와 공저한 '플랜 B로 향하라(Getting to Plan B·한국 미출간)'는 2009년 비즈니스위크지(誌)와 잉크(Inc.)에서 '최고의 책' 중 한 권으로 선정됐다. 2014년 출간한 '고객으로부터 사업 자금을 모아라(The Customer-Funded Business·한국 미출간)'는 포천지(誌)가 선정한 '2014년 놓치지 말아야 할 책 다섯 권'에 포함됐다.
스티브 잡스도 아이튠스 개설 前 테스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가설을 테스트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사업 기회가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시험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사업이란 '나는 소비자가 이걸 원한다고 생각해' '나는 이런 서비스가 꼭 필요한 것 같아' 같은 가설들을 모은 것입니다. 창업자가 생각하는 가설이 맞을지 알아보려면 가설을 테스트해야 합니다. 시험을 통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판명되면 방향을 바꾸는 것입니다.
애플은 15년 전 그다지 성공적인 PC(개인 컴퓨터) 제조사가 아니었습니다. 마니아층이 있긴 했지만, 시장점유율은 미미했습니다. 회사를 떠났다가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음악 산업에 만연한 문제를 관찰했습니다. 당시 온라인에서는 아무도 음악에 대해 돈을 내지 않았습니다. '음악은 공짜'라는 생각이 당연시됐죠. 음악 파일 무료 공유 사이트인 냅스터가 온라인에서 불법으로 공짜 음악을 제공했습니다. 잡스는 '나에게 이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가 있어. 하지만 먼저 몇 가지 가설부터 검증해봐야 해'라고 생각했죠.
잡스가 세운 첫째 가설은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음악을 내려받을 때 대가를 지불하게 할 수 있을 것'이었습니다. 둘째는 '음악 산업 종사자들은 CD나 앨범을 파는 대신 아이튠스에서 음악을 팔 수 있을 것'이었죠. 두 가지 가설 중 어느 하나라도 맞다는 보장은 없었습니다. 테스트를 해야 했죠."
―어떻게 테스트를 했습니까.
"잡스는 둘째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 록 그룹 이글스의 드러머 돈 헨리에게 전화해 '당신들이 만든 음악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못 받고 있죠? 제 아이디어 좀 들어보실래요?'라고 물었고 헨리는 '좋다'고 답했습니다. 잡스는 다른 뮤지션들과 프로듀서들에게도 연락해 애플의 온라인 장터인 아이튠스를 통해 소비자가 음악을 유료로 구입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들의 동참을 이끌어냈습니다. 잡스는 무작정 아이튠스 스토어와 아이팟을 만든 게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세운 가설을 먼저 검증하고 사업에 확신을 가진 후 실행에 나섰죠. 첫째 가설 역시 아이튠스 개설 첫날 사용자가 음악을 내려받은 건수가 140만건을 기록하면서 검증됐습니다."
―창업 때 또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합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가 팔려고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돈을 낼 고객을 찾는 것입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실제 수익을 내기 전에 대규모 사용자 기반을 구축했습니다. 사용자가 반드시 돈을 내는 고객은 아닙니다. 누구도 페이스북을 이용하려고 페이스북에 돈을 내지는 않습니다. 페이스북이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은 광고업체입니다. 페이스북은 거대한 사용자 커뮤니티를 만들어 광고업체들에 이 커뮤니티를 판 것입니다. 모두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되기를 꿈꾸지만 대부분은 저커버그처럼 되지 못합니다. 저커버그는 '내가 제공하는 가치에 대가를 지불할 고객을 찾을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갖고 있었습니다.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기 전에 미리 돈을 내게 줄 수 있으면 가장 좋습니다. 고객이 가진 문제나 어려움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이 고객들은 기꺼이 먼저 값을 치르려고 할 겁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외부 투자자에게서 투자금을 유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죠. 고객으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고객 한 명을 만족시키고 또 다른 고객을 계속 찾는 것입니다. 빌 게이츠와 폴 앨런도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들기 위해 이 방법을 썼습니다.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고객이 컴퓨터를 받기 전에 컴퓨터 값을 미리 내도록 했습니다. 고객으로부터 제품 값을 받은 후에 그 돈으로 부품 등을 사서 컴퓨터를 제작했죠. 누가 내 고객인지를 아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데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
'고객으로부터 자금 모을 수 있나' 고민을
―외부 투자금 유치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지난 몇 세대 동안 벤처캐피털과 엔젤투자자들은 벤처 회사가 사업 계획서를 잘 쓰고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성공의 필수 코스인 것처럼 얘기해왔습니다. 투자 유치 후 회사가 몇 번 방향 전환을 거치면 금방 부자가 될 것처럼 말이죠. 저는 그동안의 사고 방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벤처캐피털은 기본적으로 '히트' 비즈니스입니다. 벤처캐피털의 펀드 포트폴리오에 들어있는 30~40여개 기업 중 단 한두개만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투자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것이 내가 원하는 것과 일치할 때만 벤처캐피털의 세계에 들어가야 합니다.
벤처캐피털은 벤처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시키거나 다른 회사에 팔아서 수익을 냅니다. 창업 후 회사를 키우고 매각해 돈을 벌기를 원하는 창업자도 있습니다만, 모든 창업자가 자신의 사업을 팔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닙니다. 창업자는 외부에서 투자를 받기 전에 충분히 생각해봐야 합니다. '기업가로서 내 목표와 꿈은 무엇인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것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옳은 방법인가' '투자자가 아닌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마련할 수 있나' 등을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외부 투자를 받은 후에도 전과 같은 자유를 유지하고 통제권을 갖는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입니다. 어떤 회사가 투자사에서 거액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하면 대단한 일인 것처럼 이야기되지만, 무조건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 유니콘(기업 가치 평가액이 10억달러가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 회사들의 몸값이 거품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스타트업 붐에 거품이 끼어 있냐'고 묻습니다. 저는 거품 지적에 동의합니다. 문제는 언제 이 거품이 터질지, 거품이 터지기 전까지 얼마나 더 이 추세가 계속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트렌드에 올라탔을 때는 돈을 벌 수 있을지 몰라도 어느 순간 거품이 터질 겁니다. 이미 거품이 꺼지는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모바일 결제 스타트업 스퀘어는 상장 전 벤처캐피털로부터 60억달러에 달하는 가치를 평가받았지만, 증시 상장을 위한 공모가 책정 당시의 기업 가치는 30억달러에 그쳤습니다."
―유니콘 스타트업의 거품이 터진다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이 회사들은 대부분 벤처캐피털에서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벤처캐피털이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회사가 상장되거나 매각돼야 합니다. 이렇게 몸값이 높은 회사들을 살 만한 곳이 몇 개나 될까요? 매각에 실패하는 회사들이 나올 것입니다. 기업 가치는 떨어지고 추가 투자를 못 받으면 성장도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는 생존하겠지만, 다른 일부는 생존이 지속 불가능한 날이 올 겁니다."
멀린스 교수는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창업, 기업가 정신, 마케팅에 대해 주로 강의하고 있다.
2011년 '싱커스 50인(Thinkers 50)' 행사에서 경영 사상 리더에게 주는 레이더상을 받았다. 3M, 타임워너 커뮤니케이션, 케냐항공, 국제금융공사(IFC) 등에 컨설팅도 했다.
멀린스 교수는 식품 유통 사업 등 두 번의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 성공을 위한 여러 권의 가이드북을 썼다. '성공하는 사업의 7가지 원칙(The New Business Road Test)'은 본격적인 사업 시작 전 테스트의 필요성을 강조한 책이다. 2003년 첫 출간 이후 현재까지 네 차례 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창업 지침서로 인기를 끌었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회사인 KPCB(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앤드 바이어스)의 파트너 랜디 코미사와 공저한 '플랜 B로 향하라(Getting to Plan B·한국 미출간)'는 2009년 비즈니스위크지(誌)와 잉크(Inc.)에서 '최고의 책' 중 한 권으로 선정됐다. 2014년 출간한 '고객으로부터 사업 자금을 모아라(The Customer-Funded Business·한국 미출간)'는 포천지(誌)가 선정한 '2014년 놓치지 말아야 할 책 다섯 권'에 포함됐다.
스티브 잡스도 아이튠스 개설 前 테스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가설을 테스트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사업 기회가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시험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사업이란 '나는 소비자가 이걸 원한다고 생각해' '나는 이런 서비스가 꼭 필요한 것 같아' 같은 가설들을 모은 것입니다. 창업자가 생각하는 가설이 맞을지 알아보려면 가설을 테스트해야 합니다. 시험을 통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판명되면 방향을 바꾸는 것입니다.
애플은 15년 전 그다지 성공적인 PC(개인 컴퓨터) 제조사가 아니었습니다. 마니아층이 있긴 했지만, 시장점유율은 미미했습니다. 회사를 떠났다가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음악 산업에 만연한 문제를 관찰했습니다. 당시 온라인에서는 아무도 음악에 대해 돈을 내지 않았습니다. '음악은 공짜'라는 생각이 당연시됐죠. 음악 파일 무료 공유 사이트인 냅스터가 온라인에서 불법으로 공짜 음악을 제공했습니다. 잡스는 '나에게 이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가 있어. 하지만 먼저 몇 가지 가설부터 검증해봐야 해'라고 생각했죠.
잡스가 세운 첫째 가설은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음악을 내려받을 때 대가를 지불하게 할 수 있을 것'이었습니다. 둘째는 '음악 산업 종사자들은 CD나 앨범을 파는 대신 아이튠스에서 음악을 팔 수 있을 것'이었죠. 두 가지 가설 중 어느 하나라도 맞다는 보장은 없었습니다. 테스트를 해야 했죠."
―어떻게 테스트를 했습니까.
"잡스는 둘째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 록 그룹 이글스의 드러머 돈 헨리에게 전화해 '당신들이 만든 음악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못 받고 있죠? 제 아이디어 좀 들어보실래요?'라고 물었고 헨리는 '좋다'고 답했습니다. 잡스는 다른 뮤지션들과 프로듀서들에게도 연락해 애플의 온라인 장터인 아이튠스를 통해 소비자가 음악을 유료로 구입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들의 동참을 이끌어냈습니다. 잡스는 무작정 아이튠스 스토어와 아이팟을 만든 게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세운 가설을 먼저 검증하고 사업에 확신을 가진 후 실행에 나섰죠. 첫째 가설 역시 아이튠스 개설 첫날 사용자가 음악을 내려받은 건수가 140만건을 기록하면서 검증됐습니다."
―창업 때 또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합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가 팔려고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돈을 낼 고객을 찾는 것입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실제 수익을 내기 전에 대규모 사용자 기반을 구축했습니다. 사용자가 반드시 돈을 내는 고객은 아닙니다. 누구도 페이스북을 이용하려고 페이스북에 돈을 내지는 않습니다. 페이스북이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은 광고업체입니다. 페이스북은 거대한 사용자 커뮤니티를 만들어 광고업체들에 이 커뮤니티를 판 것입니다. 모두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되기를 꿈꾸지만 대부분은 저커버그처럼 되지 못합니다. 저커버그는 '내가 제공하는 가치에 대가를 지불할 고객을 찾을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갖고 있었습니다.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기 전에 미리 돈을 내게 줄 수 있으면 가장 좋습니다. 고객이 가진 문제나 어려움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이 고객들은 기꺼이 먼저 값을 치르려고 할 겁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외부 투자자에게서 투자금을 유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죠. 고객으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고객 한 명을 만족시키고 또 다른 고객을 계속 찾는 것입니다. 빌 게이츠와 폴 앨런도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들기 위해 이 방법을 썼습니다.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고객이 컴퓨터를 받기 전에 컴퓨터 값을 미리 내도록 했습니다. 고객으로부터 제품 값을 받은 후에 그 돈으로 부품 등을 사서 컴퓨터를 제작했죠. 누가 내 고객인지를 아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데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
'고객으로부터 자금 모을 수 있나' 고민을
―외부 투자금 유치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지난 몇 세대 동안 벤처캐피털과 엔젤투자자들은 벤처 회사가 사업 계획서를 잘 쓰고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성공의 필수 코스인 것처럼 얘기해왔습니다. 투자 유치 후 회사가 몇 번 방향 전환을 거치면 금방 부자가 될 것처럼 말이죠. 저는 그동안의 사고 방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벤처캐피털은 기본적으로 '히트' 비즈니스입니다. 벤처캐피털의 펀드 포트폴리오에 들어있는 30~40여개 기업 중 단 한두개만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투자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것이 내가 원하는 것과 일치할 때만 벤처캐피털의 세계에 들어가야 합니다.
벤처캐피털은 벤처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시키거나 다른 회사에 팔아서 수익을 냅니다. 창업 후 회사를 키우고 매각해 돈을 벌기를 원하는 창업자도 있습니다만, 모든 창업자가 자신의 사업을 팔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닙니다. 창업자는 외부에서 투자를 받기 전에 충분히 생각해봐야 합니다. '기업가로서 내 목표와 꿈은 무엇인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것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옳은 방법인가' '투자자가 아닌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마련할 수 있나' 등을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외부 투자를 받은 후에도 전과 같은 자유를 유지하고 통제권을 갖는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입니다. 어떤 회사가 투자사에서 거액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하면 대단한 일인 것처럼 이야기되지만, 무조건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 유니콘(기업 가치 평가액이 10억달러가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 회사들의 몸값이 거품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스타트업 붐에 거품이 끼어 있냐'고 묻습니다. 저는 거품 지적에 동의합니다. 문제는 언제 이 거품이 터질지, 거품이 터지기 전까지 얼마나 더 이 추세가 계속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트렌드에 올라탔을 때는 돈을 벌 수 있을지 몰라도 어느 순간 거품이 터질 겁니다. 이미 거품이 꺼지는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모바일 결제 스타트업 스퀘어는 상장 전 벤처캐피털로부터 60억달러에 달하는 가치를 평가받았지만, 증시 상장을 위한 공모가 책정 당시의 기업 가치는 30억달러에 그쳤습니다."
―유니콘 스타트업의 거품이 터진다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이 회사들은 대부분 벤처캐피털에서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벤처캐피털이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회사가 상장되거나 매각돼야 합니다. 이렇게 몸값이 높은 회사들을 살 만한 곳이 몇 개나 될까요? 매각에 실패하는 회사들이 나올 것입니다. 기업 가치는 떨어지고 추가 투자를 못 받으면 성장도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는 생존하겠지만, 다른 일부는 생존이 지속 불가능한 날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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