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벤처산업, 그 중에서도 특히 인터넷 산업이 내수에 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전에 과연 얼마나 많은 국내벤처기업들이 닷컴버블 이전부터 웹2.0시대까지 해외진출을 시도하고 또 좌절을 했는지 살펴 보자.
우선 다수의 국내스타군단들이 그 일군을 이루고 있다.
- 한컴: 다수의 국가에 진출을 했으나 마땅한 수익모델 창출을 못함
- 새롬: 다이얼패드의 신화는 결국 재앙으로 결말
- SK컴즈의 싸이월드: 아시아 각국 및 유럽까지 진출을 하였으나 지금은 전부 철수
- 다음: 중국, 일본사업 철수, 미국은 라이코스인수를 통해서 잔류하고 있으나 적자지속
- 네이버: 일본 및 중국사업 재정비를 하고 있고, 특히 일본사업은 재도전 중
- 핸디소프트: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으나 미국 시장 등에서 여전히 고전 중
- 안철수연구소: 다각도로 해외진출을 시도하였으나 계속 계획만 발표
- 포스데이타: 미국 IPTV사업에 진출하였으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음
- 판도라TV: 일본 및 중국 등에서 반짝 주목은 받았지만 해외진출을 통한 성과는 미미
사업의 규모가 제법 되는 기업들 뿐 아니라 중견이나 소규모 벤처들의 해외진출 실패사례도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그 중에서 몇 개만 정리해 보면…
- CRM의 선두주자였던 아이마스
- 웹오피스 전문기업 씽크프리
- 한국 최초의 인터넷쇼핑몰 기업이었던 이네트
- MSP 분야의 개척자였던 아이월드
- 섬유전문 B2B기업 아이텍스타일
- 단군의 땅으로 유명한 마리텔레콤
- 웹에디터의 개척자 나모인터랙티브
- 인터넷보안분야의 개척자였던 시큐어소프트
등의 기업들 모두가 처절한 해외진출의 실패 경험으로 인하여 심지어는 어떤 기업은 과도한해외시장 개척비용의 투입으로 인하여 한국사업자체를 접기도 했다.
어림잡아 1998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IT기업들이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쏟아 부은 비용을 다 합치면 적어도 1조 이상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중국에 진출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를 한 벤처기업이 300개가 넘는데 그 기업들이 적어도 10억 정도의 해외시장개척자금을 투입했다고 본다면 그 총액만해도 3천억이나 된다.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는 투입 비용이 더 많았을 것이고, 진출을 시도했던 기업도 훨씬 많다는 판단이므로 적어도 1조는 가볍게 넘을 것이다. 그 많은 돈이 투입이 되었는데 과연 해외에서 성공했다고 알려진 기업이 몇이나 되는가?
상황이 이러하므로 IT산업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Insight가 있는 전문가들 마저 한국의 인터넷산업은 그저 내수산업에 불과하다는 자조 섞인 한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면서 해 온 도전이 정말로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일까?
우선 성과가 없다는 결과만 놓고 본다면 그 도전을 그저 무모한 도전이었을 뿐이다라고 결론 지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살짝 눈을 돌려 분야가 다른 기술기업들의 성과를 한 번 보자. 온라인게임과 몇몇 반도체기업들 및 부품 소재기업들의 성장은 인터넷벤처를 비롯한 주로 SW사업에 주력했던 해외진출 실패기업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눈부신 성과이다. 다음은 소리소문 없이 해외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이름의 부품이나 소재 관련 기업들이다.
- 디지아이: 디지털 잉크젯 인쇄기기 제조
- 아모텍: 칩바리스터
- 창민테크: 초음파유량계
- 코코실버: 은용액제조기
- 비젼이노텍: 고강성복합재료 라인보링바
- 포디컬쳐: 지능형 얼굴 인식시스템
- 알티베이스: 메인 메모리 DBMS
- 아이세미콘: 반도체 제조공정 종합분석 소프트웨어
- 에스에스비: SiGe HBT RF증폭기
- 수일개발: 인슐린 자동공급기
그렇다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거나 SW가 중심인 사업모델을 가진 대다수의 기업들은 위와 같이 처참하게 실패를 하고, 온라인게임, 반도체, 부품소재 기업들은 크고 작은 성공을 일구어 낼 수 있었던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각 산업분야별로 혹은 개별기업의 성공과 실패의 원인이 실로 다양하기에 일일이 비교하여 설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비교적 그 성공의 결실이 많이 노출이 되어 있는 온라인게임산업이 해외시장에서 선전을 하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간략히 정리해 볼 수는 있겠다.
- 누가 뭐래도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선도적 시장 개척과 지배적 지위를 창출하였다
- 산업 특성상 문화적/언어적 장벽이 사업 전개에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 기술적 진보보다 중요한 것은 서비스의 진보임을 사업의 주체들은 잘 알고 있다
- 게임성공의 주요 요소인 스토리나 게임성에 있어서는 아직 많은 발전이 필요하지만,서비스 운영의 노하우나 서버운용능력, 수익창출모델의 창의성에 있어서는 해당 국가 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서 절대 지지 않는다
- 게임개발 초기부터 아예 해외 출시를 염두에 둔 기획을 통해서 글로벌사업에 적합한 상품을 출시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 합작법인/라이센스/직접투자/포괄적퍼블리싱/간접투자 등등 각 지역 실정과 게임개발사의 동원가능자원과 역량에 걸맞는 다양한 진출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등을 성공 요인으로 꼽아 볼 수 있을 듯 하다. 물론 이 외에도 다양한 성공 요인들이 있을 것이고, 비록 성공한 게임개발사라고 해도 그 성공의 이면에는 많은 실패와 좌절의 경험 또한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모지와 같은 온라인게임산업을 만들어 내고, 시장을 확대시키고, 심지어는 해외에서 단군이래 가장 큰 규모의 로열티 수익을 창출해 내고 있는 온라인게임산업의 해외진출성공 사례는 실패로 점철된 한국벤처의 해외진출이라는 먹구름 사이로 비치는 한줄기 빛과도 같은 것이다.
이렇듯 게임산업의 해외진출은 화려하지만 인터넷이나 SW 연관 산업의 해외진출은 왜 그렇게 초라한 것일까?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 피상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닷컴버블의 시기든 웹2.0의 시기든 한국의 인터넷기업이 선도적으로 선점한 사업 모델이 별로 없다
- 물론 아이러브스쿨이나 싸이월드 등 창의적이고 선도적 지위에 있었던 모델이 없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서의 성공이 반드시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않았다.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가 아이러브스쿨이나 싸이월드보다 기술적으로 월등히 나은 점이 있는가?
- 최고의 기술이라고 스스로 흥분하며 주관적으로 판단한 기술의 수준이 최고가 아닌 경우가 많다.세상은 참으로 넓고 우리 가 모르는 사이에 기술은 끝없이 진보한다
- 사업은 역시 매출이고 이익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경영자들의 역량에 달려 있는 셈인데, 아쉽게도 한국의 벤처기업가들은 해외시장이 한국시장보다 쉽다고 손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왔다. 한국시장에서 온갖 부조리와 시장파괴와 무질서를 이겨내고 성공을 해 봐서 그런지…
- 역시 인력의 경험이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수 없이 지적해 왔던 문제다
- 자조적으로 본다면 인터넷이나 SW 산업은 여전히 영어가 대세다. 구글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못 누리고 있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딱 6개라고들 한다.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체코, 그리고 북한. 나머지 전세계국가의 네티즌들은 구글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트위팅으로 하루를 보내고 페이스북킹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언어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문화이고 생활이다
- 솔직히 해외진출이 절대절명의 과제였다기 보다는 다소 겉멋이 든 것이라고 본다
- 시장절대적지배자가 있는 국가는 가급적 피하고 이제 막 성장하는 시장을 노려라. 예를 들면, 초고속인터넷보급률이 막 30%를 넘어가는 국가들이 필요로 하고 사용자들 보편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서비스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한국의 2000년 초반을 돌이켜 보면…
- 국내사업의 현금흐름과 수익성이 절대적인 안정권에 있을 때 시도하라. 어떤 기업은 대부분의 이스라엘 기업들 처럼 아예 해외시장에서 승부를 걸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충분한 자금과 인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도전하라
- 현지 문화코드를 읽을 줄 아는 트렌드 스페셜리스트를 양성하거나 현지에서 발굴하라. 다만, 그 인력이 한국에서 해당기업이 만들어낸 서비스나 솔루션이 왜 성공했는지,과연 어떤 것이 핵심적인 성공요소인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 수 있도록 충분히 교육하여 완벽하게 습득케 하여라
- 동원가능자원의 20% 이상은 절대로 쏟아 붓지 마라. ‘조금 만 더’ 하다 보면 모든 것을 걸게 된다. 사업은 도박이 아니며, 모든 것을 건 도박도 성공확률은 극히 낮다
- 외국에서 한국으로 진출한 기업들의 성공 패턴을 자세히 보라. 멀게는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시만텍, 야후 등등에서부터 가깝게는 구글이나 주니퍼네트웍스 같은 기업들이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내리는 과정과 그 요인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다
어설픈 조언에 죄송하고, 전후좌우 사정도 들어 보지도 않고 실패라고 낙인을 찍어버린 앞 서 언급한 해당기업들의 주역들에게도 송구할 따름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뛰어나고 창의력이 넘치며 열정이 펄펄 끓고 있는 한국의 기업가들이 경험이나 준비의 부족으로 실패를 거듭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여 무모한 포스팅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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