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5일 월요일

[노트북을 열며] 민주당이 본 박근혜 대통령의 그늘

[중앙일보] 입력 2013.11.25 00:34 / 수정 2013.11.25 00:34
강인식
정치국제부문 기자
지금은 투쟁의 목소리가 민주당을 뒤덮고 있지만, 투쟁만으론 박근혜 대통령을 이길 수 없다고 보는 민주당 사람도 적지 않다. 드러나지 않을 뿐 누군가는 투쟁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그를 찾아 얘기를 들었다.

 그는 대통령의 약점을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미약한 지지율(41%·갤럽)로 출발했지만 이를 저점으로 60%대까지 올라온 뒤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표의 이면에선 불안요인도 함께 자라고 있다고 한다. 지지도는 유지되고 있지만 부정평가가 늘어나고 있다. 추석 직전엔 응답자의 19%가 대통령이 못한다고 답했지만 한 달 뒤엔 34%가 그렇게 답했다. 응답을 유보하고 대통령의 변화를 기대하던 이들이 대거 부정평가로 돌아서고 있다는 얘기다. 부정평가의 이유를 보니 “공약에 대한 입장이 바뀐 것이 싫어서(36%)”라고 답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 원칙과 신뢰의 지도자로 불리는 대통령에겐 언짢은 일이다.

 “대통령의 진짜 약점은 최대 강점 속에 숨어 있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강대국 정상과의 만남에서 대통령은 완벽했다.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중국 칭화대 연설, 프랑스 경제인간담회 연설에서 보여준 외국어 능력.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자연스럽고 격조 있는 모습이 담긴 수많은 헤드라인. 초강대국 정상들이 박 대통령에게 보여준 예우. 여기에 김정은 북한 체제에 대한 일관된 대응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외치(外治)는 대통령의 자랑거리가 됐다. 시나브로 외교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는 부쩍 커져버렸다.

 “기대는 곧 무섭게 무너질 겁니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박 대통령을 환대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케리 국무장관과 헤이글 국방장관을 일본에 보내 집단적 자위권을 지지토록 했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일본이 미국의 안보 파트너가 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고급 외교의 이면에 어떤 고려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국민 눈높이에선 한국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았다. 의전을 벗어난 현실 외교에서 박 대통령은 어떤 힘을 발휘했는가. 민주당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겠다고 했다.

 한국은 미·일의 방어체제에 들어갈 수 없다. 상당 부분 중국 때문이다. 그럼 중국은 한국을 배려할까. 시진핑 주석과의 뿌듯한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박 대통령은 중국이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탈북자를 북송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해야 했다. 미-중-일 다자외교에서 박 대통령의 약점은 더 많이 드러날 것이고, 실망으로 바뀐 기대는 지지율을 침식할 것이다.

 그의 말이 그럴 듯했다. 그런데도 걱정이 크다고 했다. 대통령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통치능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은 투쟁의 시기여서 민주당엔 여력이 없다는 거다. 이렇게 시간이 훅 가버리는 건 아닌지, 대통령의 강공에 민주당이 말린 건 아닌지, 이 국면을 박 대통령이 즐기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투쟁 이후를 고민하고 있지만 투쟁국면을 끝낼 방법이 없다는 얘기로 들렸다.

강인식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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