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2013 올해의 테크놀로지
[중앙일보] 입력 2013.12.20 01:01 / 수정 2013.12.20 01:08 정재승
KAIST 교수·바이오및뇌공학과
KAIST 교수·바이오및뇌공학과
공학 분야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선정이 있는데, 바로 ‘올해의 테크놀로지’가 그것이다. 미국의 공학잡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올해도 어김없이 ‘올해의 혁신 기술 10’을 선정했다. 빅 데이터 분석기술, 스마트 시계, 고효율 태양에너지 시스템, 장기기억을 증진시키는 메모리 임플란트 등이 포함됐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기술은 단연 ‘일시적 소셜미디어’다. 지난 수년간 폭발적인 인기를 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는 사생활 노출이라는 단점을 안고 있다. 별 생각 없이 무심코 올린 글 때문에 곤혹을 치르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말이다. 이런 기존 소셜미디어의 단점을 극복한 ‘스냅챗(Snapchat)’ 같은 경우는 글과 사진을 올릴 때 삭제 시간을 지정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잊혀질 권리를 보장해주는 미디어라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이 스냅챗을 모방해 포크라는 서비스를 냈다가 망신을 당해 더욱 화제가 됐다.
미국의 인기 잡지 ‘인더스트리 위크’는 올해의 테크놀로지로 집단협력을 하는 로봇, 구글 글래스 등과 함께 ‘3D 프린팅 기술’을 꼽았다. 다보스포럼이 ‘2013년 올해의 기술’로도 선정한 바 있는 3D 프린팅 기술은 재료를 깎거나 자르는 방식이 아니라, 합성수지나 금속을 열처리해 복잡한 도면대로 찍어내는 기술이다. 환자의 뼈나 장기를 그대로 본떠 장기이식 수술에 활용되고 있어 향후 바이오산업 쪽에서 활발히 활용될 전망이다.
전자제품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술을 살펴보려면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소비자가전전시회(CES)’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내년 1월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애플, 삼성, LG,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자업계와 IT업계의 ‘최첨단 테크놀로지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미국에선 CES에서 어떤 제품이 선보일지 온갖 루머들이 난무하고 있다.
내년 초 CES 2014에선 특히 스마트폰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아이폰5S에 64비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A7을 채택한 후, 삼성전자와 퀄컴이 관련 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세 회사 간 경쟁이 기대된다. 초기엔 주요 애플리케이션들이 32비트에 최적화됐기 때문에 아이폰5S 사양이 오버스펙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시장을 주도하는 데에는 기여했다.
그러자 삼성도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S5에 64비트 AP를 채택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CES 2014에 나올 삼성 스마트폰을 주목하고 있다. 퀄컴 역시 스냅드래건 410을 발표하며 64비트 프로세서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LG전자는 ‘CES 2014’에서 크롬 운영체제(OS)를 적용한 최초의 일체형 컴퓨터 ‘크롬베이스’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크롬 운영체제는 PC에 익숙지 않은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10초 이내에 부팅이 된다. 각종 프로그램을 구글 서버에서 구동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설치로 인해 속도가 느려지는 일도 없다.
한편 애플은 2010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교육 콘텐트 플랫폼인 ‘아이튠스 유’ 서비스를 통해 교육 콘텐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이튠스 유’는 하버드·MIT·스탠퍼드 등 전 세계 1200여 개 대학과 도서관, 박물관 등과 협약을 맺고 무료로 책·강의 등 교육 콘텐트를 제공하고 있다.
2014년에는 겨울올림픽에 이어 월드컵까지 있어 TV 시장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2014년 세계 TV 판매량은 총 2억3245만 대로 올해 판매 예상치(2억2759만 대)보다 2.5%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2006년 독일 월드컵 후에 전 세계 평판TV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했고, 남아공 월드컵이 열린 2010년에는 전년 대비 31% 이상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CES 2014에서 UHD급의 곡면 LCD TV를 내놓으면서 소니가 1위를 차지하고 있는 UHD TV 시장 추격에 나선다. UHD급의 OLED TV는 소니가 가장 먼저 상용화했지만, 곡면 TV는 핵심 부품의 수직계열화가 필요해 삼성이나 LG가 유리할 수 있다. 한편 LG전자는 77인치 UHD OLED TV에 이어 내년에는 90인치급의 대형 UHD OLED TV를 내놓을 것으로 예측된다.
SNS와 스마트폰이 과연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특히 TV나 컴퓨터와 어떻게 연동될 것인가를 살펴보는 게 ‘올해의 테크놀로지’를 살펴볼 때 관전 포인트다.
정재승 KAIST 교수·바이오및뇌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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