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컴퓨터에 게임 깐 뒤 "사람 됐다"는 얘기 들은 서울대 졸업생의 사연
- 양승식
- 사회부 기자
- E-mail : yangsshik@chosun.com
-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
“회사 컴퓨터에 게임을 깔았습니다.”
최근 서울대 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SNULife’의 ‘졸업생 라운지’에 뜻밖의 제목을 단 글이 한편 올라왔습니다. 졸업생 라운지는 서울대를 나온 학생들이 글을 남기는 공간으로 주로 회사생활의 노하우, 불만, 심경을 토로하는 곳입니다. 이 글은 500회가 넘는 추천을 받고 단숨에 서울대 커뮤니티 최고의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회사 컴퓨터에 게임을 깔았다고 시작한 사연이 왜 이렇게 많은 추천을 받은 걸까요?
“야근도 안 해? 기본이 안 된 ××”
사연은 이렇습니다. 사기업에 다니던 이 졸업생은 얼마 전 공기업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업무량이 확 줄었다고 합니다. 전에는 일이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했지만, 이젠 열심히 일하면 야근을 하지 않고 퇴근할 수 있는 ‘자유’가 생긴 겁니다.
하지만 곧, 일이 없어도 ‘칼퇴근’을 하는 건 꿈만 같은 일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는 “낮에 아무리 열심히 해서 남보다 많이 일을 해놓아도 팀에서 높으신 분이 퇴근하기 전에 ‘쌩’ 나가면 시선이 따갑다”면서 “‘기본이 안 된 ××’라는 취급을 받아서 뒷말이 장난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모두 칼퇴근 못하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낮에 열심히 안 하고, 근무 중에도 1시간씩 잡담하다가 저녁이 되면 부장이 갈 때까지 열심히 일하는 척하는 분위기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회사 컴퓨터에 게임을 깔았습니다. 저녁 6시면 끝낼 수 있는 일을 8시, 9시까지 천천히 하면서 중간에 게임을 하고 산책도 했다고 합니다. 그는 “아예 생활 컨셉트를 통째로 바꿨다”면서 “급한 마음에 점심 때에도 일하고, 남들 잡담하며 놀 때도 집중해서 일했다면, 지금은 회사에서 할 수 있고 퇴근해서도 할 수 있는 건 모두 회사에서 하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아침, 저녁 세수도 회사에서 하고, 컴퓨터로 쇼핑도 하고 게임도 하고, 퇴근 후 가던 헬스장도 점심 때에 갔습니다. 오로지 퇴근을 늦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최근 서울대 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SNULife’의 ‘졸업생 라운지’에 뜻밖의 제목을 단 글이 한편 올라왔습니다. 졸업생 라운지는 서울대를 나온 학생들이 글을 남기는 공간으로 주로 회사생활의 노하우, 불만, 심경을 토로하는 곳입니다. 이 글은 500회가 넘는 추천을 받고 단숨에 서울대 커뮤니티 최고의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회사 컴퓨터에 게임을 깔았다고 시작한 사연이 왜 이렇게 많은 추천을 받은 걸까요?
“야근도 안 해? 기본이 안 된 ××”
사연은 이렇습니다. 사기업에 다니던 이 졸업생은 얼마 전 공기업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업무량이 확 줄었다고 합니다. 전에는 일이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했지만, 이젠 열심히 일하면 야근을 하지 않고 퇴근할 수 있는 ‘자유’가 생긴 겁니다.
하지만 곧, 일이 없어도 ‘칼퇴근’을 하는 건 꿈만 같은 일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는 “낮에 아무리 열심히 해서 남보다 많이 일을 해놓아도 팀에서 높으신 분이 퇴근하기 전에 ‘쌩’ 나가면 시선이 따갑다”면서 “‘기본이 안 된 ××’라는 취급을 받아서 뒷말이 장난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모두 칼퇴근 못하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낮에 열심히 안 하고, 근무 중에도 1시간씩 잡담하다가 저녁이 되면 부장이 갈 때까지 열심히 일하는 척하는 분위기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회사 컴퓨터에 게임을 깔았습니다. 저녁 6시면 끝낼 수 있는 일을 8시, 9시까지 천천히 하면서 중간에 게임을 하고 산책도 했다고 합니다. 그는 “아예 생활 컨셉트를 통째로 바꿨다”면서 “급한 마음에 점심 때에도 일하고, 남들 잡담하며 놀 때도 집중해서 일했다면, 지금은 회사에서 할 수 있고 퇴근해서도 할 수 있는 건 모두 회사에서 하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아침, 저녁 세수도 회사에서 하고, 컴퓨터로 쇼핑도 하고 게임도 하고, 퇴근 후 가던 헬스장도 점심 때에 갔습니다. 오로지 퇴근을 늦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요즘 사람 됐네”…게임 깐 뒤 나타난 놀라운 반전
이후 큰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사람들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한 겁니다. 그는 “전보다 비효율적으로 일하는데 다들 요즘 들어 저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한다”면서 “열심히 게임을 하다가 남들 퇴근할 때쯤 일을 시작하면 ‘그 사람 요즘 사람 됐어’라고 한마디씩 한다”고 했습니다.
서울대 졸업생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시간 때우기’ 노하우가 올라오고, ‘추천 게임’ 목록이 올라왔습니다. “미국 드라마를 순서대로 보면 시간이 잘 간다”, “공과금 처리, 개인적 공부는 집보다 회사에서 더 잘 된다”, “이북(전자책)을 깔아서 보면 서류 보는 것으로 보이고, 자기계발도 된다”, “이어폰을 끼면 티가 나니 블루투스를 이용해라”는 ‘조언’들이 속속 올라온 겁니다.
성토의 말도 이어졌습니다. “비효율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웃기고도 슬프다”, “아무 일 없이 8시 넘어서까지 있어야 하는데 뭔가 잘못돼 있다” 등등. “회사가 원하는 창의적 인재”라면서 세태를 비꼬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일부 졸업생들은 공기업뿐 아니라 사기업 문화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사회에 나간 선배들에게 부탁하는 글도 올라왔습니다. “관리자급인 동문께서 글을 보시면, 보여주기 위해 야근하는 불합리한 문화에 대해 한 번만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훗날 관리자가 되면 조금씩 바꿔가렵니다.”
“사회성 없는 서울대생의 푸념? 이 사회는 과연 정상일까요?”
며칠 동안 화제가 되었던 이 글은 사회성 없는 한 서울대 졸업생의 푸념에 불과하다고 간단히 넘길 수도 있습니다. 사회에 나간 일부 서울대생들이 “잘난 척한다” “조직 생활 형편없다”는 얘기를 듣는 것도 사실입니다. 서울대 인문계열 A 교수도 “서울대 학생들이 똑똑하지만 조직 생활에선 자기주장이 강하고 독불장군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건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회 생활의 불합리를 서울대생만 느끼는 게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서울의 한 사립대 출신 회사원은 “회사에선 일이 끝나도 사람들이 퇴근하지 않는다”면서 “저녁 6시 이후엔 눈치를 보면서 정리했던 서류를 다시 정리하는 게 일”이라고 했습니다.
일이 많은 사람이 야근하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일이 없는데도 야근하는 이런 ‘비효율적인 인간’을 양산하는 우리 사회는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걸까요? 어쩌면 이번에 화제가 된 서울대 졸업생의 글이 우리 사회에 이 화두를 던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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